안나 박(Anna Park)의
작업은 추상과 구상, 충동적 제스처와 세밀한 묘사, 유희성과
비판성이 한 화면 안에서 동시에 작동하는 동시대 드로잉의 한 양상을 보여준다.
작가는 주로 대형 목탄과 잉크 작업을 통해 과잉 노출된 시각문화, 인간 관계의 긴장, 그리고 오늘의 이미지 소비 환경 속에서 구성되는
여성 형상을 복합적으로 제시해왔다. 리만 머핀은 그의 작업을 추상과 구상 사이를 오가며 과열되고 자기
인식적인 동시대의 감각을 포착하는 실천으로 소개한다.

〈Hold That Thought / Absolutely Mad〉, 2026
Pastel and paint on paper mounted on aluminium panel
147.95 x 102.24 cm / 사진: 리만 머핀 런던
이번 런던 전시《Hot
Honey》는 이러한 작업 세계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는 사례다.
리만 머핀의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신작과 대표적인 대형 목탄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화면
속 여성 주인공들은 “vixen”이나 “bombshell” 같은
익숙한 여성 원형을 차용하는 동시에 그것을 흔들고 전복한다.
여기서 안나 박은 여성 이미지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문화와 미디어가 반복적으로 생산해온 여성성의 도상과 역할을 다시 충돌시키고 재배치한다. 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작가의 기술적 확장과 문화적 비판이 더욱 밀도 있게 결합되는 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Carrying Woman〉, 2025
Charcoal, ink, and paint on paper mounted on aluminium panel
188.6 x 74.2 x 8.3 cm / 사진: 리만 머핀 런던
그의 화면에서 주목할 것은 이미지의 출처가 단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빈티지 코믹스, 핀업 이미지, 상업
일러스트레이션, 온라인 시각문화의 어휘가 자유롭게 호출되지만, 그것은
단순한 인용에 머물지 않는다. 빠르게 휘갈긴 듯한 추상적 흔적과 만화적이면서도 정교한 구상 이미지가
한 화면 안에서 병치되며, 서로 다른 요소들은 충돌하면서도 동시에 하나의 긴장된 구조를 만든다.
그 결과 안나 박의 작업은 완결된 서사를 제시하기보다, 동시대 시각문화의 파편들이 한데 밀집된 심리적 장면으로 읽힌다. 최근
전시를 다룬 보도에서도 그의 작업은 추상과 구상의 혼합, 관음적 시선과 풍자, 그리고 여성성의 연극적 재구성을 함께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형식적 혼성은 단지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다. 리만 머핀은 안나 박의 작업이 여성의 상품화, 미디어가 강요하는
비현실적 아름다움의 기준, 그리고 시선과 권력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룬다고 설명한다.
즉 그의 작업은 여성 이미지가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고 전형화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다시 비틀리고 재구성될 수 있는지를 묻는 데 가깝다. 따라서 안나 박의 드로잉은 동시대 드로잉의 확장이라는 형식적 차원과 함께, 여성성의 시각적 코드에 대한 비판적
독해를 수행하는 내용적 차원을 동시에 지닌다.
최근 안나 박의 활동은 제도와 시장 양쪽에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공식 약력에는 2022년 SCAD
Museum of Art의《Last Call》, 2024년
서호주미술관의《Look, look. Anna Park》등 기관 개인전 이력이 포함되어 있으며, 2025년에는 리만 머핀 소속 작가로 합류했다. 이는 아직 젊은
세대의 작가이면서도 이미 상업 갤러리 차원을 넘어 국제 전시 시스템 안에서 가시성을 넓혀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런던 전시는 그런 점에서 단순한 개인전 이상의 함의를 가진다. 안나 박은 드로잉을 통해 동시대 시각문화의 과잉을 흡수하면서도, 그
안에서 여성 이미지가 갖는 연극성, 소비성, 자기 풍자의
가능성을 함께 드러낸다.
《Hot Honey》는
이러한 작업이 런던이라는 국제 미술시장과 제도의 중심축 중 하나에서 어떻게 제시되는지를 보여주는 전시이며, 오늘의
한국계 젊은 작가가 글로벌 무대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형식과 문제의식을 가시화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안나 박 (Anna Park) 작가 / 사진: 리만 머핀 런던
안나 박
안나 박은 1996년
대구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주로 목탄과 잉크를 활용한 대형
작업을 선보이며,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화면 구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업은 동시대 이미지 환경 속에서 형성되는 인간 관계, 욕망, 여성성의 재현, 그리고
미디어가 만들어낸 시각 규범 등을 주요 주제로 삼는다. 리만 머핀은 그의 작업을 동시대의 과열된 감각과
자기인식적 조건을 포착하는 드로잉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는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애니메이션을 공부했고, 이후 뉴욕 아카데미 오브 아트에서 MFA를 마쳤다. 또한 2022년 SCAD
Museum of Art, 2024년 Art Gallery of Western Australia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2025년 리만 머핀에 합류하면서 국제 무대에서의 활동 반경을 더욱 넓혀 가고 있다.

메이 페어 거리에 있는 리만 머핀 런던/ 사진: 리만 머핀 런던
리만 머핀 런던 소개
리만 머핀(Lehmann
Maupin)은 1996년 뉴욕에서 설립된 국제 현대미술 갤러리다.
오랜 시간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이 갤러리는 이후 서울과 런던
등으로 프로그램을 확장하며, 지역과 세대를 가로지르는 동시대 작가들을 국제 무대에 소개해왔다. 2026년은 갤러리의 3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런던 공간은 메이 페어의 No.
9 Cork Street에 위치하며, 2026년부터 이곳에서 보다 안정적인 상설 기반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레만 머핀은 이 공간이 런던의 핵심 갤러리 밀집 지역이자 로열 아카데미 인근이라는
입지 조건 속에서, 유럽 미술시장과 국제 컬렉터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중요한 거점으로 기능한다고 설명한다.
전시 정보
전시 제목:《Hot Honey》
기간: 2026년 4월 30일 – 5월 30일
장소: Lehmann Maupin London, No. 9 Cork Street, Mayfair,
London W1S 3LL, United Kingdom
웹사이트: www.lehmannmaup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