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ng Hyunmo, Vibration #82, 2026, Oil on canvas, 91x91cm © EM

EM갤러리는 양현모 작가의 개인전 《Dimming Meaning》을 5월 17일까지 개최한다.

양현모의 회화는 대상을 재현하거나 의미를 제시하는 대신, 점과 선, 색과 표면과 같은 조형요소가 만들어내는 관계와 울림에 집중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언어 없이 이루어지는 보기’에 대한 경험을 다시 마주하도록 이끄는 ‘진동’ 시리즈 30여 점이 소개된다.


Yang Hyunmo, Vibration #71, 2025, Oil on canvas, 130.3x130.3cm © EM

최근 작업에 등장하는 기하학적 구조는 작가가 아이와 함께 초점책을 보던 순간에서 출발했다. 흑백의 대비에서 시작해 이제 막 색을 인지하기 시작한 영아를 위한 책을 보며 작가는 ‘언어 없이 이루어지는 보기’를 다시 떠올렸다.

점과 선, 패턴 앞에서 관람자가 이미지를 해독하기보다 조형의 울림을 먼저 느낄 수 있도록 이끈다. 이는 물질적 표면에서도 드러난다. 작가는 붓을 두드려 올리는 방식으로 화면을 만든다. 그 과정에서 뚜렷한 윤곽은 흐려지고 미세하게 흔들리며 겹쳐지는 뿌연 층이 생겨난다.


Yang Hyunmo, Vibration #67, 2026, Oil on canvas, 65x65cm © EM

멀리서 보면 하나의 색면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무수히 반복된 두드림의 흔적이 드러난다. 붓자국들이 미묘하게 어긋나며 화면에 잔잔한 떨림을 만든다. 성긴 털실의 짜임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이 질감은 형태의 경계를 지우고, 형상을 공중에 떠 있는 듯 보이게 한다.

즉, 양현모의 회화는 색면과 선의 미세한 떨림, 흐릿함과 선명함의 교차를 통해 ‘본다는 경험’ 자체에 머문다. 의미를 덜어낸 그의 작업은 해석 중심의 시각 경험에서 벗어나, 한때 익숙했지만 이제는 희미해진 감각을 다시 마주하도록 이끈다. 그 과정에서 순수하게 눈으로 느끼는 순간이 되살아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