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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전시, 국내외 미술계를 잇는 연결고리

Photo by Louis Hansel on Unsplash
Photo by Louis Hansel on Unsplash

지난해에 이어 올 한까지 다양한 유수 해외 갤러리들이 한국에 지점을 오픈했다. 쾨닉, 타데우스 로팍, 탕 컨템포러리, 글래드스톤, 에스더 쉬퍼, 페레스 프로젝트 등 많은 해외 갤러리가 서울에 새로이 문을 열었으며, 기존에 한국 지점을 운영하던 페이스, 리만머핀, 페로탕 갤러리는 확장 이전을 하거나 서울에 두번 째 지점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해외 작가들을 한국에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해외 여러 작가들에게는 한국 미술 시장을 접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어 주고 있다.

하지만 한국 미술계는 이러한 해외 갤러리들이 현지에서 활동하며 한국 작가들과 어떻게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는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갤러리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영리 단체이기도 하지만 작가, 컬렉터 그리고 미술계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미술계 생태계를 이루는 중요한 구성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위치한 해외 갤러리들은 몇몇 한국 또는 한국계 현대 미술 작가들을 서울 지점에서 소개한 바 있다. 2020년 이후에 소개된 작가들로는 리만머핀 서울의 단체전에서 이불 작가가 소개되었으며, 페이스 서울에서는 4인 단체전으로 염지혜, 정희민, 최상아, 홍이연숙 작가와 재미 작가인 임충섭 작가가 리처드 터틀과 함께 소개되었다. VSF 서울에서는 현정윤과 마크 양 그리고 김현규, 신디 지혜 김 작가 등 한국계 작가들을 소개했다.

리만머핀 서울에서는 맨디 엘-사예 작가와 이근민 작가의 2인전 “Recombinant”를 열고 있으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베리어스 스몰 파이어스(VSF)의 ‘and Milk’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는 이동훈 작가의 개인전 “Woman”을 개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 갤러리인 피비 갤러리는 로버트 엘프강 작가를 한국에 처음 소개하며 안경수 작가와 함께 2인전 “보이지 않는 세계”를 선보인다.

Exhibition view of Mandy El-Sayegh and Keunmin Lee, "Recombinant," Lehmann Maupin, Seoul. (November 3–December 10, 2022). Photo by OnArt Studio.

런던에 기반을 둔 맨디 엘-사예 작가와 서울에 기반을 둔 이근민 작가가 한남동에 위치한 리만머핀 서울에서 신작을 선보이고 있다.

맨디 엘-사예 작가는 몇 해 전 검색 엔진에 자신의 작품을 검색하던 중 알고리즘 추천으로 이근민 작가의 작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후 두 작가는  이미지를 교환하며 오랫동안 서로의 작업에서 연결고리를 찾고 예술적 교류를 이어 왔다.

리만머핀 서울에서는 두 작가의 작품을 모아 추상적으로 표현된 신체의 이미지를 활용해 개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전시 제목은 서로 유전 정보를 상호 교환한다는 ‘재조합 DNA(recombinant DNA)’라는 유전학 분야의 용어를 가져와 “Recombinant”로 내걸었다.

Exhibition view of Mandy El-Sayegh and Keunmin Lee, "Recombinant," Lehmann Maupin, Seoul. (November 3–December 10, 2022). Photo by OnArt Studio.

이근민(b. 1982) 작가는 살점, 소화기관, 순환기관, 팔과 다리 등 신체의 일부를 작가만의 관점으로 재조합해 표현한 회화 작업을 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앓았던 경계성 조현병의 경험을 화폭에 담는다. 특히 대학교 시절 병원에 입원하면서 인체 장기가 보이고 시체 썩는 냄새를 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대형 회화 작업을 해 왔다.

이러한 작품들은 작가의 환각 및 환후 증세를 재현한 것인 동시에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를 가르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기도 한다. 부패한 시체를 떠오르게 하는 이근민 작가의 작품은 세련되지 못하고 추하며, 병들거나, 남들과 다른 대상을 개인으로 보지 않고 타자화하는 사회의 이분법적인 태도를 비판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Exhibition view of Mandy El-Sayegh and Keunmin Lee, "Recombinant," Lehmann Maupin, Seoul. (November 3–December 10, 2022). Photo by OnArt Studio.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는 맨디 엘-사예(b. 1985) 작가도 피부나 혈흔처럼 신체적 요소들이 떠오르는 작업을 한다. 언어와 재료를 탐구하여 작업하는 엘-사예는 신문 잡지 등에서 발견한 이미지와 텍스트의 부분을 떼어다가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확장하여 표현한다. 작가는 파편적인 부분들이 어떻게 거대 구조와 진실을 왜곡하는지를 작품을 통해 펼친다.

맨디 엘-사예 작가의 회화 작품 안에는 석양이나 멍이 든 피부를 연상케 하는 색채가 사용되었다. 전시된 사운드 작업에는 병원 같은 기관에서 수집한 소리와 작가가 경험한 이명을 재현해 놨으며, 여기에는 최근에 일어났던 이태원 참사에 관련된 소리도 추가했다.

Main image of Donghoon Rhee’s solo exhibition "Woman," VSF, Los Angeles. (November 12, 2022 – January 21, 2023). © VSF.

VSF에서는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and Milk’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이동훈(b. 1991) 작가의 개인전 “Woman”을 열었다. 이는 이동훈 작가의 첫 해외 전시로, 목재 조각과 회화 신작들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윌렘 드 쿠닝의 ‘Woman I’(1950-1953)과 ‘Women III’(1953) 작업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동훈 작가는 나무 조각 위에 손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캔버스 회화에 조각적 요소를 그리는 등 회화와 조각적 요소를 결합하고 교차하는 작업을 한다. 작가는 식물, 동물 그리고 사람의 형상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특히 빠르게 지나가는 움직임을 양감이 느껴지는 나무 조각으로 표현하기도 하며 목조각의 거친 특성을 캔버스에 옮기고자 넓은 붓으로 회화를 그리기도 한다.

Installation view of 'Next Level' (2021), "Sculptural Impulse" at Buk-Seoul Museum of Art, Seoul. (June 9, 2022 - August 15, 2022). Photo by Aproject Company.

이동훈 작가는 정지되어 있는 조각에 역동성을 부여하고자 주제를 케이팝 걸그룹 아이돌로 확장하여 작업하기도 한다. 전시되고 있는 신작 중에는 ‘하잎보이’를 추는 신인 걸그룹 뉴진스의 혜인이 있다. 빠르게 지나가는 춤 동작을 표현하기 위해 나무 조각은 전기톱과 끌로 투박하게 포착됐지만 혜인의 흔들리는 포니테일, 입었던 데이지 패턴의 자켓과 같은 시각적 디테일들이 고스란히 표현돼 있다.

Poster image of Robert Elfgen and An Gyungsu, 보이지 않는 세계 The Unseen in the Seen, Pibi Gallery, Seoul. (November 17, 2022 – January 14, 2023). © Pibi Gallery.

“보이지 않는 세계”전은 로버트 엘프강의 첫 한국 전시로, 국내와 유럽 등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안경수 작가와 함께 소개된다. 두 작가는 실험적인 표현 방식으로 추상적 공간을 그린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는 ‘심상의 풍경’을 펼쳐 놓았다.

Exhibition view of "보이지 않는 세계 The Unseen in the Seen," Pibi Gallery, Seoul. (November 17, 2022 – January 14, 2023). Photo by Pibi Gallery.

동양화를 전공한 안경수(b. 1975) 작가는 평범해 보이는 듯한 일상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이나 직후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그림을 그린다. 특히 재개발 현장의 풍경, 공원과 아파트 사이의 빈 공간처럼 방치된 공간에서 일어날 듯한 긴장감 도는 순간을 짚어낸다. 다양한 빛을 활용해 표현된 이러한 풍경들은 동양화 기법처럼 아크릴 물감을 반복적으로 얇게 쌓아 올려 표현된다. 이를 통해 실재한 현실 속 공간들이 마치 또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가상의 공간처럼 보이게 된다.

Exhibition view of "보이지 않는 세계 The Unseen in the Seen," Pibi Gallery, Seoul. (November 17, 2022 – January 14, 2023). Photo by Pibi Gallery.

로버트 엘프강(b. 1972) 작가는 시적이면서도 신화적인 세계관 속 풍경을 그린다. 그 풍경은 일반적인 회화 재료가 아닌 금속 조각, 유리, 나무, 황동, 잉크와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그 풍경을 펼친다. 회화뿐만 아니라 콜라주, 비디오, 설치 등을 동반한 풍경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회화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젖은 상태의 나무 판넬에 섬유 물감과 우드 스테인, 금속 가루와 잉크를 사용해 마치 수채화 같은 풍경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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