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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 주류 담론에 대안을 제시하는
“누구의 이야기”전

Exhibition title of "Whose Story Is This" at Busan MoCA. (December 9, 2022 - March 5, 2023). © Busan MoCA.

을숙도 생태 공원에 위치한 부산현대미술관은 동시대 미술을 중심으로 하는 미술관으로서 ‘자연, 뉴미디어, 인간’을 주요 의제로 두고 있다.

자연, 기술, 인간 그리고 예술이 공존하는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자 하는 부산현대미술관은 지난 12월 9일 “누구의 이야기”전을 개최해 3월 5일까지 진행한다. 해당 전시는 우리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여러 화두가 어떻게 아홉 작가의 이야기들과 연결되어 작품으로서 사회 속에 공명하는지를 보여 준다.

“누군가의 이야기”라는 전시 제목은 사회 활동가이자 문화 비평가인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의 저서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에서 가져왔다. 해당 저서는 미투 운동, 문화계 젠더 문제, 투표권 억압 문제, 민족주의, 임신중지법, 기후 위기 등 시대의 현안을 포착한 여러 에세이를 묶은 산문집이다.

Exhibition title wall of "Whose Story Is This," Busan MoCA. (December 9, 2022 - March 5, 2023). Courtesy of Busan MoCA.

이번 전시는 솔닛의 저서처럼 여러 작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빌려 와 다층화되고 다변화하는 우리 사회 속 여러 이야기, 그리고 나아가 그 이야기와 사상, 감정, 행동이 어떻게 사회 속에서 공감을 얻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시는 기존의 주류 담론에 의문을 던지며, 특히 자연, 기후 변화, 여성 등 대안적이면서도 다양한 시각을 담기 위해 30대에서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았으며, 특히 여성 작가들의 비율을 높였다.

전시에는 강서경, 날리니 말라니, 신성희, 윤향로, 임동식, 정정엽, 크리스틴 선 킴, 홍순명, 홍영인 등 9명의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하여 회화, 설치, 직물 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65점을 선보인다. 또한 다양한 목소리를 더 많은 관람객들과 공유하기 위해 퍼포먼스, 워크숍, 공연, 수어 통역, 강연, 큐레이터 토크 등 여러 프로그램도 마련되었다.

Installation view: Hong Soun, 'Memoryscape' series (2014-2022). "Whose Story Is This," Busan MoCA.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museum.

참여 작가들 중 1970년대 이전 출생의 작가인 정정엽(b. 1962) 작가는 1980년대부터 여성주의, 생태주의적 시각을 바탕으로 이전까지 주류 담론에서 그 중요성이 간과되어 온 연약한 생명체들을 그려 왔다. 1980~1990년대 한국 자연 미술 운동을 주도했던 임동식(b. 1945) 작가는 야외 퍼포먼스와 설치 작업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보여 주었고 현재는 회화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캔버스를 자르고 엮는 ‘누아주(Nouage)’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잘 알려진 故 신성희(1948~2009) 작가는 다양한 인간이 서로 엮이고 상생하는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했으며, 홍순명(b. 1959) 작가는 사회가 겪은 공통적인 경험과 집단 기억을 이끌어 내 서로 간의 연대를 도모하는 작업을 해 오고 있다. 인도 멀티미디어 아트의 선구자인 날리니 말라니(b. 1946) 작가는 여성적 관점으로 인도 난민이었던 개인적 경험과 세계적인 이슈들을 바라본다.

1970년대 이후 출생의 작가들인 강서경, 윤향로, 홍영인 그리고 한국계 미국인인 크리스틴 선 킴 작가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

Installation view: Suki Seokyeong Kang 'GRANDMOTHER TOWER - tow' series (2013-2019). "Whose Story Is This," Busan MoCA.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museum.

강서경(b. 1977) 작가는 개인의 사회적 지위와 그 주변을 이루는 공간의 관계를 탐구한다. 이러한 주제를 바탕으로 조각, 회화,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업을 펼친다.

강서경 작가의 작업은 전통문화의 매체와 형태를 작품으로 결합한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격자 문양은 화문석(花紋席)에서 차용한 것이다. 화문석은 한국의 전통 궁중 무용인 춘앵무(春鶯舞)에 사용되는 마대로 여성 공예가들이 주로 제작했다. 작품 속 격자무늬 구조는 오늘날의 사회 체제와 논리를 반영하며, 그 안에 형성된 작은 단위의 공간들은 사회가 개인에게 제공하는 최소한의 공간을 나타낸다. 격자를 활용한 작품 외에도 강서경 작가는 다양한 일상의 사물들로 추상적인 패턴을 만들어 감정과 생각을 기록하거나 사물들을 겹겹이 쌓아 그 안에서 균형을 찾아가며 규칙, 감정, 색 사이의 패턴을 찾아 가는 작업을 한다.

2018년 강서경 작가는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에 소장된 작품으로 아트 바젤에서 발루아즈 미술상을 수상했다. 그는 북서울미술관(서울, 2019~2020),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2018), 필라델피아 ICA(2018)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2018년 상하이 비엔날레, 2018년 광주 비엔날레 그리고 2018년 리버풀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강서경 작가는 올해 삼성의 리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Installation view: Yoon Hangro, ':)♥atypical-A1 to F3' series (2020). "Whose Story Is This," Busan MoCA.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museum.

윤향로(b. 1986) 작가는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소설 등 대중 매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미지들을 디지털 과정을 통해 추상적인 형태로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캔버스 위의 회화로 옮긴다.

그는 대중 매체의 특정 장면을 선택하여 디지털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이미지를 편집하고 왜곡한다. 그리고 디지털 디바이스의 평평하면서도 매끈한 화면을 표현하기 위해 붓을 사용하는 대신 에어브러시를 사용한다. 작가는 현대 사회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이미지의 기술적 측면에 주목한다. 그리고 ‘유사 회화’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는 시각적 이미지와 요소들을 회화의 언어로 변환한다.

윤향로 작가는 실린더(서울, 2022), 학고재(서울, 2020), 두산갤러리(뉴욕, 2017), 원앤제이플러스원(서울, 2017), 인사미술공간(서울, 2014) 등 다양한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서울, 2018), 소더비 인스티튜트(뉴욕, 2017), 아뜰리에 에르메스(서울, 2017), 아라리오 갤러리(서울, 2016), 아르코미술관(서울, 2015), 일민미술관(서울, 2015), 국립현대미술전(과천, 2015) 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으며, 제12회 광주 비엔날레(광주, 2018)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서울), 아라리오뮤지엄(서울)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nstallation view: Hong Young In, 'Prayers No 1-39' (2017). "Whose Story Is This," Busan MoCA.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museum.

현재 영국 브리스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 작가 홍영인(b. 1972)은 남성 중심의 권위적 구조 아래에 감춰져 기록되지 않은 역사와 저평가된 문화에 대한 집단적 기억을 들춰낸다. 그와 관련한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드로잉, 자수, 페인팅, 설치 장소 특정적 퍼포먼스, 텍스트 등을 통해 폭넓게 작업한다.

한국 현대사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자주 작업에 차용하는 홍영인 작가는 ‘평등’이라는 주제를 여성의 시각으로 표현하며 그 과정에서 정통 예술로 여겨지지 않는 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는 퍼포먼스 작업을 펼치기 위해 지역 커뮤니티 및 다양한 예술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해 다양한 사회적 관점과 경험을 반영하여 기존 구조와 역사적 서사를 새롭게 구성하기도 한다.

홍영인 작가는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올해의 작가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2011년 김세중 조각상, 2003년 석남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작가는 영국 레스터미술관(2022), 국립아시아문화전당(광주, 2020), ICA스튜디오&시어터(런던, 2015), 아트선재센터(서울, 2014) 등 다수의 국제기관에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Installation view: Christine Sun Kim, 'Turning Clock' (2020). "Whose Story Is This," Busan MoCA.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museum.

크리스틴 선 킴(b. 1980) 작가는 베를린에 거주하는 한국계 미국인 사운드 아티스트이다. 태어날 때부터 청각 장애를 가졌던 작가는 드로잉, 퍼포먼스, 영상을 통해 소리의 개념을 다각도로 접근하는 작업을 한다. 나아가 소리의 물성과 작동 방식을 탐구하고 언어에 대한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전복한다.

크리스틴 선 킴의 작업은 소리가 사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 준다. 그는 보디랭귀지, 미국 수화(ASL), 음악 및 그래픽 표기법과 같은 언어 시스템 그리고 청각 장애인 문화의 다양한 요소를 실험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작가는 자신만의 시각적 언어 구조를 만들어 기존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범위를 확장한다. 작가는 기존 언어학, 즉 오늘날 주류 사회가 만들어 낸 소리를 중심으로 한 소통 방식에 대한 선입견을 해체하고자 한다.

크리스틴 선 킴 작가는 다양한 전시 및 공연을 통해 국제적으로 활동해 왔으며,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벤쿠버, 2022) 퀸즈 미술관(뉴욕, 2022), 휘트니 미술관(뉴욕, 2018),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2018),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2017), 드 아펠 아트 센터(암스테르담, 2017), 루빈 미술관 (뉴욕, 2017), 베를린 비엔날레(2016), 상하이 비엔날레(2016), 뉴욕 현대 미술관(2013) 등에 참여했다. 작가는 또한 MIT 미디어 랩 펠로우십과 TED 시니어 펠로우십에 선정되기도 했다.

2023년 개최되는 전시들을 통해 부산현대미술관은 보다 다양한 대안적 관점을 제시하고 실천적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8월에 개최될 예정인 공모 융합전 “2023 부산현대미술관 플랫폼-재료 모으기”전은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연례 전시 프로그램이다. 전시는 생태계와 환경을 둘러싼 문제를 성찰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사를 담론으로 형성하여 공유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9월에 개최되는 “자연에 대한 공상적 시나리오”전은 전 지구적 긴급 현안인 기후 위기와 동시대 자본주의의 관계를 살핀다. 나아가 비판적 관점에서 기후 위기 시대에 유효한 예술 작품 생산 방식과 동시대 미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담론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예술 실천 방법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 주는 1960년대 이후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할 예정이다.

어린이 생태 환경 프로그램으로 특화된 전시 “노래하는 땅”전은 파괴되는 환경 속에서 자연을 공경하던 미국 원주민의 언어나 겨울을 다양하게 묘사한 에스키모어 등 다양한 언어들이 어떻게 사라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전시는 민족적, 지형학적 특질에 따라 발생한 다양한 언어들을 되살리고, 다양한 토착 문화와 정신, 언어의 소멸이 현대의 획일화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돌아보는 계기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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