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큐브 서울에서는 9월 5일부터 12월 21일까지 개관전 ”영혼의 형상“을 진행한다. 화이트큐브는 1993년 런던에서 개관한 이후 뉴욕, 파리, 홍콩 등 세계 각지로 분점을 확장 중인 갤러리이며, 서울에서의 개관은 홍콩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이다. 이번 전시는 철학, 형이상학, 그리고 인간의 행동 동기를 탐구하는 회화 및 조각들을 모아 전시한다.
7인의 작가, 크리스틴 아이 추(Christine Ay Tjoe), 버린드 드 브렉커(Berlinde De Bruyckere),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카타리나 프리치 (Katharina Fritsch), 루이스 지오바넬리(Louise Giovanelli), 마르게리트 위모(Marguerite Humeau), 이진주의 작품이 전시에서 소개된다.
몇몇 작품 및 작가를 살펴보면, 영 브리티스 아티스트(yBAs)로도 알려진 트레이시 에민의 회화와 드로잉에는 유령처럼 보이는 인물, 석관 모양의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여 이승과 저승 사이를 부유하는 듯 보인다. 받침대 위에 검은 손 하나가 올라가 있는 < Hand >(2020)는 카타리나 프리치의 작품으로, 프리치는 친숙한 사물이나 형상을 낯설게 변형시켜 인간 실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버린드 드 브렉커의 < Arcangelo Glass Dome II > (2021-23)에서는 모피가 하이브리드된 신체를 감싸는 형상을 통해 인간의 연약함이 실체화된다. 국내 작가 중 유일하게 전시에 참여하는 이진주는 한국화 기법을 사용해 묘사된 섬세한 손이 인상적인 <블랙 페인팅 연작>을 선보인다.
페로탕 서울에서는 타바레스 스트라찬 (Tavares Strachan, b. 1979)의 아시아 첫 개인전 ”Do and Be“를 선보인다.
타바레스 스트라찬은 최초의 흑인 우주비행사 로버트 헨리 로렌스 주니어 (Robert Henry Lawrence Jr, 1935–1967), 흑인 극지 탐험가 메튜 헨슨 (Matthew Henson, 1866–1955), 자메이카의 활동가이자 사업가 마커스 가비 (Marcus Garvey, 1887–1940)와 같이 소외된 역사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작업해왔다. 작가는 특히 ‘텍스트의 조작성’을 바탕으로 작업하며 이미지, 텍스트, 맥락의 연관성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 낸다.
작가의 이러한 작품 세계는 이번 전시 속 ‘자화상(Self Portrait)’ 시리즈에서 드러난다. < Self Portrait as Galaxies Together > (2023)에는 우주를 그린 원형 캔버스에 우주의 행성을 연상시키는 원 형태의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구멍들에는 다른 텍스트와 생물학자 찰스 다윈 (Charles Darwin, 1809–1882), 재즈 뮤지션 마일스 데이비스 (Miles Davis, 1926–1991), 히포의 성 아구스티누스 (Saint Augustine of Hippo, 354-430)의 이미지들이 흩어져, 원 모양만큼 잘려 보이게 된다. 이는 특정 인물, 실체, 현상을 재인식하고 표현하려는 작가의 방법론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전시에서는 세라믹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세라믹 작품들 역시 자화상의 연장으로, 우주 헬멧을 쓴 스트라찬의 얼굴 조각이 항아리의 뚜껑을 대신하거나 혹은 포효하는 동물의 입 속에 스트라찬의 두상이 들어가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화상’을 중심으로 한 스트라찬의 작품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쾨닉 서울에서는 레이코 이케무라(Leiko Ikemura, b. 1951)의 국내 첫 개인전 “SOUL SCAPE SEOUL”이 진행된다.
레이코 이케무라는 1980년대 초부터 일본과 유럽의 미학적 전통에 기반해 작업 세계를 구축해 왔다. 쾨닉 서울 5층과 6층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 신작을 포함하여 지난 10여년간 이루어졌던 이케무라의 회화와 조각을 소개한다. 5층은 회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케무라의 회화는 구상과 추상 사이에 있으며, 회화 속 형체들의 테두리가 흐릿하게 번져 있어 화면을 부드럽게 채운다. 이번 전시에서는 붉고 밝은 색감의 회화와 이케무라의 방식으로 해석된 산수풍경을 살펴볼 수 있다. 6층 야외 공간에는 조각이 전시되어 있다. < HARE COLUMN Ⅱ >와 같은 청동 조각뿐 아니라 작가만의 유리 주조 기법을 활용한 여러 유리 조각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전시 명 ‘soul scape’는 작가가 내면의 삶을 풍경에 비유하는 과정에서 만든 단어이다. 이케무라의 작품들은 곧 이케무라의 시선을 통과한 삶의 풍경들이자, 관객이 자신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게끔 자극하는 풍경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