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MAXXI(National Museum of 21st Century Arts)는 자하 하디드(Zaha Hadid, 1950-2016)가 설계한 21세기 국립 미술관이다. 미술관은 10월 8일까지 엔초 쿠키(Enzo Cucchi, b. 1949)의 개인전 “시인 그리고 마법사(The Poet and the Magician)”를 선보인다.
쿠키는 20세기 후반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화가 중 한 명으로, 시인이자 조각가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상징의 사용으로 주목 받아왔다. 전시의 제목인 “시인과 마법사”는 쿠키의 두 모습을 드러낸다. “시인”은 텍스트를 중심 아이디어로 활용하는 그의 특징을 의미하고, “마법사”는 현실을 물질적・조형적으로 포착하고 변형시키는 화가로서의 면모를 함축한다.
전시는 그가 수십 년에 걸쳐 제작한, 회화, 타이포그래피, 공예, 조각, 출판물을 아우르는 200여 작품을 선보인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시간순으로 보여주는 회고전의 형식을 지양한다. 대신 전시는 작품을 전시장 곳곳에 흩어 놓음으로써 쿠키의 작품 세계의 자유로움을 전달하고자 한다.
에든버러의 프룻마켓(Fruitmarket) 갤러리는 포르투갈 출신의 예술가 레오노르 안튠스(Leonor Antunes, b. 1972)의 개인전 “바닥 면적의 겉으로 드러난 길이(the apparent length of a floor area)”를 선보인다. 안튠스는 건물의 건축적 특징을 활용하는 설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대 디자인과 건축의 역사에서 간과된 인물들, 주로 여성 예술가들을 오마주한 작품을 선보인다.
‘주부와 그녀의 영역(the homemaker and her domain)’은 갤러리 1층의 커다란 구조물로, 나무 구조물에는 여성 건축가 및 직조 전문가들의 작품을 참조하고 그들의 이름을 제목으로 갖는 걸개형 작품이 여럿 걸려 있다. 해당 예술가들은 예술사에서 도외시되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삶은 이주의 사회사를 드러낸다. 또한 안튠스는 다채로운 기법과 재료를 활용해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을 재해석하거나 미완의 작품을 대신 완성하기도 했다. 작품을 이루는 디자인, 재료, 기법은 여성주의적 함의를 가질 뿐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완성체로서 공간과 조각에 대한 작가의 실험을 보여준다.
전시는 에든버러 아트 페스티벌(Edinburgh Art Festival)의 일환으로 개최되었으며, 10월 8일까지 진행된다.
9월 8일부터 내년 3월까지, 뮌헨의 현대미술관 하우스 데어 쿤스트(Haus der Kunst)는 “다른 공간의 내부: 여성 예술가들의 환경 1956-1976(Inside Other Spaces. Environments by Women Artists 1956 – 1976)”을 선보인다.
“환경(environments)”은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1899-1968)가 1949년 처음 미술에 적용한 개념으로, 회화, 건축, 디자인의 면모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공간을 만들고 변형시키는 형식을 의미한다. 이러한 형식은 대중이 들어서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며, 몰입감과 유희성이 특징적이다.
폰타나가 말한 환경의 개념은 빠르게 국제적으로 확산되었지만, 여태까지 그에 대한 역사적 서술은 미국과 유럽의 일부 남성 예술가들의 작품에 제한되어 있었다. 본 전시는 여성 미술가들의 렌즈를 통해 다양하고 탈중심적인 역사서술을 시도한다.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삼대에 걸친 11명의 여성 예술가가 1956년부터 1976년까지 제작한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되는 작품들은 규모가 크고 관리가 어려워 과거 전시 후 해체되었던 것들이다. 전시는 작품의 원형을 조사한 지난 3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11명의 작품을 모두 재구축해 선보인다. 참여 작가는 Judy Chicago, Lygia Clark, Laura Grisi, Aleksandra Kasuba, Lea Lublin, Marta Minujín, Tania Mouraud, Maria Nordman, Nanda Vigo, Faith Wilding, 그리고 Tsuruko Yamazaki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