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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술관에도 부는 한류 열풍

영국 V&A 미술관에서 개최되었던 “한류! 코리안 웨이브”전이 내년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 옮겨져 전시된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는 한국 현대 미술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해외 미술계에 한류의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일까?

Installation view of "Hallyu! The Korean Wave" © Victoria & Albert Museum

한국 아이돌 그룹 BTS가 미국 주류 음악 시장에서 아시아 팝의 유리 천장을 깨며 전 세계적 인기를 몰고 있다. 사람들은 BTS의 영향력이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과 비견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마치 1960년대 ‘비틀즈’를 주축으로 한 영국 가수들이 미국 시장을 공략했던 것처럼 BTS를 주축으로 다수의 케이팝 그룹의 영향력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류’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던 1990년대 초, 많은 사람들은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겼다. 초기 한류는 중국, 대만, 홍콩, 베트남,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 위주로 확산되었다. 당시 한국의 여러 대중문화 산업들은 한류의 가능성을 보고 북미, 남미, 유럽 등 서구 시장에도 문화 콘텐츠를 전파하고자 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은 한류를 장기적인 흐름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제대로 빗나간 예상이 되어 버렸다. 1990년대 초에 시작한 한류는 벌써 몇십 년간 이어지고 있는 흐름이며 최근 몇 년 사이에 그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BTS와 블랙핑크 같은 케이팝 아이돌 그룹, “기생충,” “미나리”와 같은 영화와 “오징어 게임” 같은 드라마 등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는 국제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제는 한국에서 한류를 알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해외 주요 기업들이 한국의 문화 콘텐츠에 먼저 관심을 보인다. 한국 문화가 글로벌 열풍을 가져오자 대표적인 글로벌 OTT 기업인 넷플릭스는 2021년에만 한국 콘텐츠 제작에 5,500억 원을 투자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글로벌 명품 패션 기업들은 앞다퉈 케이팝 스타들을 자사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한류가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Installation view of "Hallyu! The Korean Wave" © Victoria & Albert Museum

한류는 다양한 문화권에 확산되고 있을 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도 영향력을 펼쳐 나가고 있다. 한류는 현대 미술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해외 미술관들은 글로벌 흐름이 된 한류가 동시대 문화 예술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그 문화적 흐름을 파악하고자 한다. 이들은 한국의 현대 미술이 어떠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탄생하여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살펴보는 전시를 꾸릴 예정이다.

이미 지난 2022년 9월 24일부터 6월 25일까지 세계 최대 디자인 미술관인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Victoria & Albert Museum, 이하 V&A)에서 개최되었던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전이 대표적이다.

런던 V&A에서 막을 내린 “한류! 코리안 웨이브”전은 2024년 3월 24일부터 7월 28일까지 보스턴 미술관에서 다시 한번 선보여질 예정이다. 보스턴 미술관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일리노이주 시카고 미술관과 함께 미국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Installation view of "Hallyu! The Korean Wave" © Victoria & Albert Museum

V&A의 “한류! 코리안 웨이브”전은 ‘강남스타일’부터 한국 드라마, 영화, 패션, 뷰티, 음식 그리고 순수 예술의 영역까지 다양한 한류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또한 20세기부터 지금까지 한국이라는 국가가 어떤 역사와 배경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 맥락과 흐름도 함께 보여 줬다. 전시는 한국의 압축적 근대화, 미국 대중문화의 수용, 전통과 근대화의 상반된 가치 추구 등 지금의 한류 문화를 이루는 특성을 설명하며, 전시 전반에 걸쳐 전통과 현대, 대중문화와 예술을 병치하여 한류를 설명했다.

전시는 한류 열풍의 현상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지적받기는 했으나 역사문화적 맥락을 설명하고 한국 문화 예술의 발전 배경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전시를 기획한 로잘리 킴 박사(Dr. Rosalie Kim)는 한류에 익숙한 외국인들도 한류의 저변에 어떤 역사와 문화가 깔려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전시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한국 현대 미술에 집중한 전시들도 펼쳐질 예정이다. 뉴욕에 위치한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에서는 한국 실험 미술을 소개하는 전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Only the Young: Experimental Art in Korea, 1960s–1970s)”가 개최될 예정이며,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는 “시간의 형태: 1989년 이후 한국 현대미술(The Shape of Time: Korean Art after 1989)”전이 10월 21일부터 2024년 2월 11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도대체 왜 해외의 미술관들은 한국 문화 예술에 주목하는 것일까?

Installation view of "Hallyu! The Korean Wave" © Victoria & Albert Museum

현대 미술은 정해진 규칙이 있는 전통적인 예술 사조와 달리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탐구할 수 있는 개방성이 특징이다. 따라서 현대 미술은 다양한 스타일, 접근 방식, 개념을 포괄한다. 한국의 대중문화와 현대 미술은 별개의 분야로 고유한 특성과 타깃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 미술과 한류 콘텐츠들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다양한 요소를 혼합하는 공통된 특성을 지닌다. 특히 한국 현대 미술과 한류 콘텐츠들은 같은 역사 문화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해외 미술관들이 한류 관련 전시나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전시를 펼치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 문화 예술을 통해 다른 문화와의 교류를 촉진하고 문화 간의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함이다. 이들은 한국의 문화 정체성을 살펴봄으로써 문화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류뿐만 아니라 많은 글로벌 미술관들은 미국과 유럽의 지배적인 예술 시장에서 벗어나 전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예술에 주목하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예술가들의 작품이 국제적으로 더 많은 인정을 받게 되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한류에 대한 심도 있고 다양한 분석보다는 한류라는 문화 콘텐츠가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에 집중한 연구가 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예술적 관점에서 분석한 한류 담론은 많이 없다. 이번 전시들을 통해 글로벌 현상이 된 한류의 예술적 측면을 연구하거나 분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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