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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분기 한국 미술품 경매 시장, 작년 대비 62% 하락

2022 3rd Quarter Art Market Report by KAAARC.

국내 미술 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월 14일, 한국 미술품 감정 연구 센터가 발행한 ‘2022년 3분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7월부터 10월 사이에 이뤄진 여덟 차례의 경매에서 올린 낙찰 총액은 총 336억 7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62% 감소했다.

이는 올해 1분기 대비 약 52%, 2분기 대비 약 42.4% 감소한 수치이며, 최근 3년간 3분기 낙찰 총액과 비교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0월 경매에서 한국 경매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올린 낙찰 총액은 약 80억 원이었다. 전년도 10월, 양사의 낙찰 총액은 225억 원(서울옥션 152억 원, 케이옥션 73억 원)이었다.

10월 경매 상황을 살펴보면, 소품은 그런대로 활발한 응찰과 낙찰이 이뤄졌지만 경매의 하이라이트이자 낙찰 총액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근현대 작가들의 대작들이 유찰되거나 최고 추정가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 경쟁 없이 바로 낙찰되었다.

두 경매사에서 유찰된 작품들 중 서울옥션에서는 김구림의 ‘음양 15-S. 33’(2015, 추정가 7700만∼1억 2000만 원)과 권옥연의 ‘(나무의 정신 Esprit de Bois) A’(1965∼1968, 추정가 8000만∼1억 5000만 원)가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케이옥션에서 유찰된 작품 중에서는 박서보의 ‘묘법 No.070905’(2007, 추정가 2억 2000만∼2억 8000만 원)과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1988, 추정가 4억∼6억 원)가 있었다.

© Seoul Auction.

한국 미술품 감정 연구 센터 측은 하락세에 대해 “불황에도 버텨낼 수 있는 메가 컬렉션 경매가 없고, 불안한 시장을 버텨낼 수 있는 안전 자산으로 인정받을 블루칩 작가군이 한정돼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러한 현상은 “가장 활발하게 거래돼야 할 초현대 작가군(Ultra-Contemporary Artists, 1975년 이후 출생 작가)의 안정성에 대한 불신에 기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매체들은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 하락세의 원인으로 전쟁으로 인한 불안한 국제 정세와 국제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꼽았으며, 여기에 더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로 인해 미술품 구매에 대한 피로감이 증가했고 MZ세대의 미술 소비 열풍이 빠르게 식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한 매체에서는 국내 경매 시장 매출액 감소의 원인으로 서울옥션의 홍콩 경매 부재를 꼽기도 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의 김영석 이사장은 “국내 경매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한 서울옥션이 코로나 여파로 홍콩 현지 경매를 진행하지 못한 점이 지난해 대비 400여 억 원 거래액 감소의 요인으로 지적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내 미술 시장이 급성장했다고는 하지만 홍콩을 포함한 중국은 현재 전 세계 현대 미술 시장의 1~2위를 앞다투는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홍콩을 ‘국내 미술품이 대거 공략할 수 있는 자금력 있는 해외 시장’이라고 판단한다.

2015년 하반기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최고가 10위 목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김환기 작가의 전면점화 작품 중 6∼7점이 모두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낙찰되었을 정도다.

Seoul Auction's 33rd Hong Kong Sale Catalogue Cover Image.

센터는 국내 경매 시장의 상황을 더욱 다각도로 파악하기 위해 해외 경매 시장의 상황도 함께 설명했다. 국내 미술 시장은 경제 불황 여파에 큰 영향을 받았지만 해외 미술 시장은 오히려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양대 미술품 경매사인 소더비는 같은 기간 대비49.7%, 크리스티는 11.6% 상승했다. 이들이 경기 불황 속에서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미술사적, 예술적, 제도적 가치를 모두 갖춘 초고가 미술품인 메가 컬렉션 경매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그만큼 탄탄하고 희소성이 있는 미술품과 높은 수요를 유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

초현대 미술 작가들의 영향력도 증가한 것으로 보았다. NFT, 스트리트 아트, 여성 작가들의 메이저 시장 유입을 포함해 현재 초현대 미술 시장은 전체 미술 시장 매출의 18%를 차지했다. 또한 총 거래액은 전 세계 미술품 경매 거래액의 2.7%인 2억 90만 달러(2022년 기준)러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초현대 미술품의 총 매출은 2013년 9천 140만 달러에서 2021년 7억 3천 930만 달러로 700% 이상 증가했고, 이들의 경매 작품 수는 2013년 3487점에서 2021년 1만 2216점으로, 표본 기간 동안 약 250% 증가했다고 전했다.

센터는 초현대 미술 작가들이 메이저 시장으로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투기적 성향의 컬렉터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는 젊은 유망 작가들의 더 낮은 가격대 작품들을 경매에서 공격적으로 구매하고 있는 일부 컬렉터의 영향도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센터는 이러한 초현대 미술 작가들의 성장이 장기적으로 이뤄질지는 좀 더 분석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센터는 과거 미술 시장의 호황기에 정점을 찍었던 젊은 글로벌 스타 작가들의 행보를 통해 앞으로의 국내외 초현대 미술 작가들의 미래를 전망했다.

데미안 허스트는 최고점을 찍은 2008년 대비 총 판매량이 85.9% 감소했다. 허스트의 경우 시장에 너무 많은 작품이 풀려 희소성이 떨어진 점도 덧붙였다. 안셀름 라일 또한 2008년 정점을 찍은 후 2009년 70% 하락한 이후 계속해서 낮은 수준의 금액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으며, 2014년에 최고점을 찍은 루시앙 스미스도 마찬가지이다. 아쿠닐리 크로스비도 최고점 이후 매출액이 상당히 감소했지만, 이는 2018년 빅토리아 미로와 함께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에 합류하면서 경매에 출품할 작품 수를 제한한 결과이기 때문에 수요 감소보다는 공급 감소로 인한 요인인 것으로 진단했다.

Woo Kuk Won, 'Black Cat' (2020), Seoul Auction's 33rd Hong Kong Sale Catalogue © Seoul Auction and the artist.

최근 국내 생존 작가들의 작품들이 또한 경매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바 있다. 오는 11월 29일 서울옥션 홍콩 경매가 재개된다는 소식에 이들의 작품들이 홍콩 시장에서도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서울옥션 홍콩 경매는 약 2년 4개월 만에 재개되는 것으로 서울옥션 강남센터와 온라인을 결합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김환기, 유영국, 박서보, 하종현, 윤형근 등 국내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출품되며, 최근까지 경매 시장에 큰 영향을 끼쳤던 우국원, 김선우, 정영주 등 국내 젊은 스타 작가들도 포함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해외 미술 시장에 비해 초현대 미술 작가들에 대한 분석은 크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가장 활발하게 거래돼야 할 초현대 작가의 작품에 대한 안정적인 신뢰가 쌓이지 못한 것으로 진단되었다. 센터는 초현대 미술 작가들의 견고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술사적, 예술적 가치 또한 쌓아야 할 것이며, 이는 단기간 내에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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