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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경영지원센터, ‘프리즈 서울 개최의 경제·사회적 파급 효과 분석’ 보고서 발표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지난 4월 22일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개최의 경제·사회적 파급 효과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Frieze Seoul 2022. Photo by Lets Studio. Courtesy of Frieze and Lets Studio.

2021년 5월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두고 있는 프리즈(Frieze) 아트 페어는 서울의 키아프(Korea’s International Art Fair, Kiaf)와 파트너십을 맺고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서울에서 아트 페어를 공동 개최하기로 발표했다. 프리즈는 현재 프리즈 런던과 프리즈 마스터즈, 프리즈 뉴욕, 프리즈 LA, 프리즈 서울 등 전 세계에서 5개의 아트 페어를 개최하고 있다.

작년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은 프리즈가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한 아트 페어인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올해는 작년과 같은 장소인 코엑스에서 2023년 9월 6일부터 9월 9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미술 행사인 프리즈가 한국에서 개최되면서 앞으로 한국 미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어떤 새로운 유무형의 가치와 효과를 창출할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이러한 한국 미술 시장의 요구에 따라 지난 4월 22일 현대경제연구원을 통해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개최의 경제·사회적 파급 효과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처음 개최된 프리즈 서울의 경제·사회적 파급 효과를 분석하고, 한국 미술 시장의 개선 및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며, 한국 미술 시장 발전을 위한 지원과 후원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해당 글에서는 보고서에서 언급된 몇 가지 분석 내용과 함께 한국 미술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과 보고서의 아쉬운 점도 함께 다룬다. 보고서는 ‘한국 미술시장 정보시스템’ 홈페이지의 자료실 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아볼 수 있다.

Frieze Seoul 2022. Photo by Lets Studio. Courtesy of Frieze and Lets Studio.

보고서는 2022년 나흘간 코엑스에서 진행된 첫 프리즈 서울에 약 7만 명이 방문했으며, 약 6,500억 원 이상의 작품이 판매된 것으로 추정해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 행사였던 것으로 평가했다.

세계 최대 아트 페어 중 하나인 아트 바젤은 작년 프리즈 서울이 열리고 한 달 뒤, 처음으로 파리 플러스 파 아트 바젤(Paris+ par Art Basel, 이하 아트 바젤 파리)을 열었다. 아트 바젤 파리와 비교해도 프리즈 서울의 관람객 수는 뒤처지지 않았다.

프리즈 서울에는 20개국 110개 갤러리(자국 12개)가 참여했고, 아트 바젤 파리에는 33개국 156개 갤러리(자국 43개)가 참여했다. 페어에 참가한 갤러리 수는 아트 바젤 파리가 더 많았으나 파리 페어의 관람객은 약 4만 명으로 집계되어 프리즈 서울의 방문객이 월등히 더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아시아의 대표적인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 홍콩의 경우 올해 5일간 약 86,000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으나, 프리즈 런던의 방문객 수는 약 6만 명으로 추산되어 같은 프리즈 아트 페어 내에서도 프리즈 서울의 방문객 수가 가장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코엑스에서 프리즈 서울과 공동 개최된 키아프는 닷새간 약 7만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에서 아쉬웠던 점은 프리즈 서울 방문객의 다양성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다. 모든 방문객을 설문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지만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방문객의 다양성도 다른 주요 해외 아트 페어와 함께 분석되었다면 국제 아트 페어로서 두 페어가 현재 국제 미술 시장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고 다른 페어와 어떠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Tina Kim Gallery, Frieze Seoul 2022. Photo by Lets Studio. Courtesy of Frieze and Lets Studio.

보고서에 따르면 프리즈가 서울에 개최됨으로써 국내 갤러리와 컬렉터 비용 절감을 비롯한 여러 편리함을 누다. 갤러리들은 해외 아트 페어에 참석하기 위한 항공료와 숙박비를 절감할 수 있었고, 통관 절차가 줄어들었으며, 작품 배송 및 보험에 대한 추가 비용도 들지 않았다. 컬렉터는 구매 즉시 작품을 수령하고 원화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었으며, 여행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더 많은 미술품을 구매할 수도 있었다.

글로벌 아트 페어를 개최하면 개최 지역 갤러리는 더욱 실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게 된다. 갤러리들은 비용과 절차의 문제로 인해 해외 아트 페어에서는 보여 주기 힘들었던 설치, 미디어, 조각 등 다양한 매체와 예술적 경향을 보여 줄 수 있게 된다. 이는 또한 아직 시장성을 확보하지 못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Yeo Workshop, Frieze Seoul 2022 Photo by Lets Studio. Courtesy Lets Studio and Frieze.

하지만 지난 프리즈 서울에는 미술계에서 기대했던 것만큼 실험적이고 신선한 작품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프리즈는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는 아트 바젤과 달리 신진 작가의 과감하고 실험적인 현대 미술을 소개하고 중저가의 작품도 중요하게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많은 이들은 지난 프리즈를 통해 국내 신진 작가들이 해외 컬렉터들에게 소개되는 기회가 마련되길 기대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지난 프리즈 서울에 나온 작품들이 국내 미술 시장에서 인기가 있을 만한 무난한 작품이 많았고, 해외 유명 블루칩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수준이나 등급이 낮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을 방문한 많은 국내 전문가들 또한 여러 매체를 통해 이와 같은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서울이라는 비교적 새로운 아시아 시장을 개척한 프리즈의 입장에서는 안전한 선택을 한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첫 프리즈 페어는 한국 컬렉터들의 감식안 수준과 구매력을 파악하는 척도였을 것이다.

한편, 보고서는 한국 미술 시장의 발전과 국내 작가의 해외 진출을 위해 국내 미술 스펙트럼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현재 글로벌 미술 시장에 소개할 만한 한국 작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프리즈 서울에 출품된 국내 작품들은 지나치게 특정 장르에 한정되어 있어 특색 있는 작가를 찾기 어려웠으며 해외 작품과 유사한 화풍이 사용된 경우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가격 경쟁력도 낮은 편이었다. 블루칩 작가의 작품 대부분이 고가에 집중되어 있었고, 가격대가 세분되지 않아 신규 컬렉터가 유입되거나 확산되기 어려웠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언급했듯, 이러한 점 때문에 국내에 구매할 만한 작품이 없다고 판단한 컬렉터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향을 보여 왔다.

Silverlens Galleries, Frieze Seoul 2022 Photo by Let's Studio. Courtesy Frieze and Let's Studio.

보고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속작가제 확대 지원, 해외 레지던시 참여 지원, 영문 자료 구축 지원, 적극적인 언론사 홍보 장려 지원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다수의 미술 시장 전문가들은 이보다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미술 시장 시스템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보고서는 공신력 있는 정보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해외 미술 관계자들은 한국 미술과 작가를 조사·연구할 수 있는 전문적 시스템이 부재해 대부분 인맥을 통해 한국 작가를 추천받고 있는 실정으로, 이 때문에 해외 전문가들은 편중된 정보만을 얻게 된다.

이는 미술 시장에 올바른 구조화와 체계가 부재함을 방증한다. 국내 미술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 작가들이 글로벌 미술계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경쟁하기 위해서는 세계 미술계에서 통용되는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특히 이들은 감상적 비평이 아닌, 작가가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데 어떠한 미술사적 영향을 받아 왔으며 사용한 매체의 특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작가의 의도는 어떻게 되는지 등 작품에 대한 분석적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작가의 작품마다 어디서 어떻게 거래되었는지 알 수 있는 프로비넌스(provenance)와 같이 작품에 대한 이력 정보, 그리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보고서는 전문 인력의 필요성도 언급한다. 해외 갤러리의 경우 외부에서 아트 어드바이저, 아트 컨설턴트, 아트 딜러 등을 적극적으로 영입하여 매출을 증대시키지만, 대다수 국내 갤러리는 소속 직원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보고서는 국내 갤러리들의 마케팅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해외 갤러리 벤치마킹 및 컨설팅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처럼 미술 시장의 구조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보력과 전문성을 갖추는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Galerie Max Hetzler, Frieze Seoul 2022 Photo by Let's Studio. Courtesy Frieze and Let's Studio.

현대 미술의 문화적 파급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증대도 중요하다. 보고서는 향후 프리즈 서울을 4회 더 개최할 경우, 생산 유발 효과는 최소 총 1,345.5억 원, 부가 가치 유발 효과는 최소 총 595.5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측면에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보고서는 향후 프리즈 서울 행사를 위해 도시 브랜딩, 아트 페어 연계 이벤트, 고부가 가치 사업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프리즈 기간에는 고소득 컬렉터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미술 관계자들이 서울을 찾아온다. 현대미술에 대한 인식 개성을 통해 관람객들이 단순히 프리즈와 키아프 아트 페어를 경험하는 것을 넘어서서 도시 자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리즈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고소득, 고소비 프리미엄 관광객으로 이들을 위한 고품질의 관광 상품을 개발한다면 이들의 한국 문화와 예술에 대한 경험을 충족시킬 수 있다. 보고서는 기존의 가격 경쟁을 우선으로 하는 관광 상품으로는 프리즈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을 만족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프리즈 서울과 같은 기간에 독특한 위성 아트 페어를 개최하고 한국 현대 미술을 알릴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와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업들을 초청해 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도시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는 좋은 예시이다. 페어 기간에 도시 곳곳에는 지역 작가를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와 함께 다양한 성격과 규모의 위성 페어가 열리고 해변가 근처에 위치한 뮤지엄, 갤러리가 있으며, 거리 미술 프로젝트와 관련 파티와 행사가 열리는 등 도시 전체에 예술적 분위기가 가득해진다.

특히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마이애미 지역 사회와 남미계 이민자 출신 슈퍼 컬렉터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페어가 미주 지역 내에서 가장 튼튼한 아트 허브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지역의 지원을 통해 페어 기간에 미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사들이 마이애미만이 가진 개성을 드러내며 도시 전역에서 개최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현대 미술의 문화적 영향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질 필요가 있다. 정부, 기업, 일반 대중까지 현대 미술 행사가 미치는 영향력을 이해한다면 한국 미술계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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