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에서는 6월 9일부터 7월 29일까지 2019년 열린 제 19회 송은미술대상 수상자인 권혜원작가의 개인전 “행성 극장”를 개최한다. 권혜원은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특정 장소의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서사형식으로 재구성해 영상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자연을 측정하고 관찰하는 기계들이 우리와 자연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새로운 자연’을 생성하는지에 대해 주목한다.
작가는 제 19회 송은미술대상에서 제주도의 동굴을 찾아가 우연적이고 의외적의 방향으로 전개된 자신의 여정을 보다 새롭고 역동적인 영상으로 담은 작업 2점을 선보였다. 이 작업들에서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인 작업들에서 개인적 경험이 단편화된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재구성하며 한발 더 나아가 또 다른 차원의 영상실험, 설치가 소개되었다. 이 전시를 통해 그녀가 앞으로 보여줄 새로운 새로운 기억의 현장과 그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기록해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를 자아내었다.
이번 “행성 극장”(Planet Theater)에서는 인간과 기술, 자연이 서로 연대하는 지점을 가상현실을 통해 찾고자 한다. 가상의 연구소를 구축한 뒤 작가 상상 속의 기술과 환경을 통해 실재와 허구 사이의 관계와 작가가 재현한 ‘현실’에 질문을 던진다. 즉 환경 기술이 인간과 산업의 목적에 종속된 것이 아니라 인간 중심적인 인식을 넘어 ‘공존을 목표로 하는 기계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하며 생태계와 인간 기술의 권력이 역전된 세상의 가능성을 상상한다. 이런 상상력을 통해 오늘날 지구상의 인간과 자연, 다양한 유기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기술의 관계가 어떻게 사회적, 심리적 의식을 형성하는지에 관심을 갖고 누군가의 실천과 행동을 통해 이러한 새로운 전환을 지속하고자 한다.
OCI 미술관에서는 6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2023 OCI YOUNG CREATIVES의 선정 작가 김소정 (b.1993)의 개인전 MATTERS를 진행한다.
김소정 작가는 선, 족자, 병풍과 같은 표구방식과 정조때 의궤, 행렬도와 같은 기록화를 참고하여 일상에서 그 자리를 겨우 유지하는 장면이나 군중이 모인 시위현장을 표현한다. 작가는 사물의 온전한 형태만을 그리지만 그것의 본질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캔버스 속에 집결한 군중들은 외형만 존재할 뿐 표정을 그리지 않는다. 그들이 쥐고 있는 현수막이나 깃발, 플랜카드는 형태만 존재하며 메시지와 내용, 주장은 찾아볼 수 없고 단조로운 색과 선으로 구성되어 구체적인 현실을 말하지 않는다.
참사와 재난, 전쟁과 분쟁, 긴장과 무장, 범죄와 비리, 차별과 착취, 고독과 중독, 빈곤과 격차 등 우리 주변의 망가진 곳은 늘어가지만 정작 고치는 사람보다 망가뜨리는 사람이 많다. 망가진 것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기에 그것을 고치고자 하는 사람들은 군중을 이뤄 의지를 품고 눈과 귀를 열고 말을 하며 몸으로 실천한다.
하지만 그런 이들은 모두 반란을 일으키거나 사회의 혼란을 준다는 이유로 죄를 씌우고 벌금형을 내리거나 배척하고 고립시킨다. 그래서 작가는 작품 속 인물의 얼굴을 가린다. 자칫하면 고치기는 커녕 죄와 짐만 얻은 채 배척과 고립 속에 쉬이 놓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군중들은 거리로 나가며 작가는 그런 그들이 망가진 곳을 고치기 위해 내딛는 첫걸음을 바라보며 그림 속으로 옮긴다. 굴하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면 잘못된 시선을 바로잡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과 경청해야 할 소리를 짚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