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에서는 7월 12일부터 8월 19일까지 이승애 (b.1979) 작가의 개인전 “서 있는 사람”을 공개한다.
이승애 작가는 ‘작품’의 개념을 초월적인 경험과 기억을 전달하는 과정과 연결하며 작품이 고유의 시공간을 지닌 채 유동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만든다. 더불어 팬데믹 상황에서 경험했던 온라인소통과 상실의 감각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 광주 비엔날레에서 공개된 드로잉 애니메이션 <서 있는 사람> (2023)을 포함한 10점의 작품을 갤러리 지하 1층, 1층, 3층에 걸쳐 선보이고 있다. <서 있는 사람> (2023)은 망자를 인도하는 의식인 ‘씻김 굿’과 ‘씻김 굿’의 절차 중 하나인 ‘길닦음’을 모티프로 한다. 이러한 의식의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도구들을 엮어 서 있는 사람의 형상을 구현한다. 또다른 애니메이션 <디스턴트 룸>(2021-2022)은 펜데믹 시기 작가가 자신의 런던 작업실에 직접 방문할 수 없어 타인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타인이 대신 작가의 짐을 정리했던 경험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화면 너머의 공간과 실제 공간 사이의 괴리에 반응하여 그 가상의 풍경을 재배열하고자 했다.
이외에도 이 전시에서는 콜라주 벽화 <서 있는 사람 Ⅲ>(2023) 과 <디스턴트 룸> (2021-2022) 시리즈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다년 간 걸쳐온 이승애 작가의 ‘불빛’, ‘영혼’과 같은 주제 의식과 작가만의 작품방법론을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국내외 작가 8인이 참여한 전시 “브릴리언트 컷(Brilliant Cut)”이 갤러리 바톤에서 7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진행된다. 전시는 현대미술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법 중 하나인 ‘차용’을 프랑스의 철학자 롤랑 바르트 (Roland Barthes)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창작의 행위를 무에서 유로의 창조가 아닌 기존 요소들의 창조적 재배열로 보는 바르트의 주장에 힘입어 전시는 원전과 차용작품 사이에는 ‘회색 지대 (the Gray Zone)’가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전시 명 ‘브릴리언트 컷’은 다이아몬드를 가공하는 방식의 하나로, 보석의 반사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유의 오각형 형상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브릴리언트 컷을 통해 만들어진 다이아몬드는 어떤 각도에서도 동일한 형태를 띠며 형태의 시작과 끝이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전시가 다루고자 하는 ‘차용’의 개념과 닿아있다.
전시 참여 작가 정희승, 리암 길릭(Liam Gillick), 쿤 반 덴 브룩(Koen van den Broek), 앤드류 심(Andrew Sim), 토니 스웨인(Tony Swain), 미츠코 미와(Mitsuko Miwa), 샤를로트 포세넨스케(Charlotte Posenenske), 최지목의 작품들 중 일부는 서로 짝을 이루어 균형과 긴장감을 드러낸다. 포세넨스케의 조각과 미와의 풍경화 / 정희승의 사진, 반 덴 프룩의 거리 풍경 그리고 심의 정물화 / 길릭의 격자 형태의 설치 작품과 스웨인의 회화가 이러한 효과를 자아낸다.
이처럼 “브릴리언트 컷”에서 관객은 현대미술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차용’의 방법을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확인하며 원본과 차용 사이 경계를 감각할 수 있을 것이다.
김허앵 (b. 1989) 작가의 개인전 “나의 지구를 지켜줘”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7월 12일부터 8월 6일까지 진행된다.
김허앵 작가는 아이와 여성, 그리고 인간 주변의 자연환경을 소재로 작업한다. 특히 출산과 육아의 과정에서 자신이 겪었던 새로운 경험과 변화된 주변 환경을 회화에 담아내어 일상을 유쾌하고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또한 다음 세대가 맞이할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세상을 향한 거시적인 시선을 담아내는 작업을 시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재에 대한 이미지와 함께 다음 세대인 아이들이 볼 미래에 대한 이미지가 은유적이고 신화적으로 제시된다. 회화에는 아이의 모습이 여럿 등장한다. 이들은 현실을 헤쳐 나가는 히어로물 캐릭터를 모티프로 하는데, 작가 자신과 다음 세대의 모습을 동시에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법적 측면에서는, 두꺼운 물감층을 만들어내던 기존의 유화 작업과 달리 이번 전시 작들은 아크릴 물감으로 강한 색채를 얇게 쌓아가고, 가볍고 속도감 있는 화면을 구성하여 판타지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전시의 제목인 “나의 지구를 지켜줘”는 다음 세대에게 도래할 미래가 온전한 모습이기를 소망하는 작가의 마음이다. 이처럼 전시에서는 현재에 대한 인식과 다음 세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응원 어린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 갤러리 서울에서는 베트남 출신의 프랑스 활동 작가 흐엉 도딘 (Huong Dodinh, b. 1945)의 아시아 첫 개인전 “VIE | VIDE” 가 개최된다.
흐엉 도딘의 작품 특징은 미니멀한 구성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녀는 빛 (light), 밀도(density), 투명성 (transparency) 세 가지 개념을 토대로 회화를 제작한다. 그녀는 빛의 현상학적 감각과 서로 상충하는 역사, 사고, 요소 들의 충돌을 시각화하며 선과 형태를 통해 유연하게 회화의 공간을 채운다. 더불어 안료를 구하는 것부터 이를 캔버스에 칠하는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심화시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0년대부터 제작한 그녀의’ K.A’ 연작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섬세한 기하학적 요소가 반투명한 배경에 놓여있는 이 연작은 빛과 깊이를 다루는 그녀의 작업 경향을 대표한다.
1953년 1차 인도차이나 전쟁 이후 베트남을 떠나 프랑스에서 거주하며 이후 아시아 방문은 단 한 차례에 그친 작가에게 이번 전시는 자신의 대륙에 귀환하는 개인적 의미 역시 갖는다. “예술은 자신을 타인을 향해 개방하는 하나의 과정이다” 라고 말하며 삶과 예술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들고자 한 그녀의 작품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