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멕시코의 비영리 현대미술관 SITE Santa Fe는 9월 11일까지 “브루스 나우만: 그의 흔적(Bruce Nauman: His Mark)”을 선보인다. 나우만은 1960년대부터 신체를 개념적이고 수행적으로 사용해 언어와 의미의 관계를 탐색하는 주재료로 활용해 왔다. 신체에 대한 그의 개념적인 접근은 국제적으로 동시대와 이후의 현대미술가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그는 미국의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는 나우만의 뉴멕시코 첫 개인전이며, 3D 비디오를 포함한 그의 신작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전시는 ‘His Mark(3D 다채널 비디오, 2021)’, ‘Practice(단채널 비디오, 2022)’, ‘Spider(3D 단채널 비디오, 2021)’와 ‘Self Portrait at 80(3D 단채널 비디오, 2022)’로 이루어져 있다.
‘80세의 자화상(Self Portrait at 80)’을 제외한 세 작품은 연작으로 손가락으로 X를 표시하는 나우만의 손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X자를 표시하는 손짓은 미국 정부가 원주민의 땅을 합법적으로 탈취한 역사를 상기시키는 동시에, 침울하고 반복적인 제스처로 개인적이고 미묘한 감정도 일으킨다. ‘80세의 자화상’에서는 나우만의 지속적인 주제인 스튜디오에서 똑바로 걷는 아티스트를 보여주는데, 이는 과거 작품들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작가는 3D 효과를 사용해 이전 작품에서 다룬 비디오와 공간의 개념을 다시 반전시킨다.
시카고 현대미술관은 10월 1일까지 미국의 개념미술가 게리 시몬스(Gary Simmons, b. 1964)의 개인전 “공공의 적(Public Enemy)”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시몬스의 개인전 중 가장 포괄적인 규모로 이루어지며 작가의 30년의 커리어를 대표할 수 있는 70여 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시몬스는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시각 문화에 새겨진 인종차별의 역사를 분석하고 인종, 계급, 젠더 정체성을 질문하며 현대미술 담론의 중심에서 활동해 왔다. 그는 스포츠, 영화, 문학, 음악과 도시 계획에 내재한 인종차별의 역사와 흔적을 드러내며, 힙합, 공포물, 공상과학물과 같은 대중적인 장르를 이미지의 소재로 활용한다.
시몬스는 큰 논쟁을 촉발한 1993년 휘트니 비엔날레에 참여해 빠르게 지우는 몸짓에 의해 윤곽을 번지게 하는 기법을 자신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알리고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시몬스는 분필이나 물감의 흰 선이 번진 흔적을 통해 이미지에 유령과 같은 존재감을 부여하고 인종차별의 실태와 역사를 대면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은 ‘1964년’ 프로젝트로, 1964년은 시민 인권 운동에서 중심적인 해이자 시몬스가 태어난 해였다. 빨강, 초록, 파랑의 원색으로 된 벽 크기의 기념비적인 대형 드로잉 세 개를 볼 수 있으며, 여기서도 시몬스 특유의 번진 흰 윤곽선과 미국의 시각문화에서 상징적인 소재를 확인할 수 있다.
미니애폴리스의 워커 아트 센터(Walker Art Center)에서는 내년 1월까지 미국의 사진가이자 사진이론가인 알란 세쿨라(Allan Sekula, 1951-2013)의 개인전 “피쉬 스토리(Fish Story)”를 볼 수 있다. 세쿨라는 리얼리즘과 감정적 서사가 병존하는 에세이와 사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사진은 마르크스주의적 입장에서 노동과 자본에 대한 예리한 비판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시는 세쿨라가 7년간 세계 곳곳의 항구와 해안 도시를 촬영한 세쿨라의 대표작 ‘피쉬 스토리(Fish Story, 1988-1995)’를 선보인다. 세쿨라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해 한국, 스코틀랜드, 폴란드를 여행하며 세계화된 해운 산업이 야기한 번영과 빈곤, 장소를 지배하는 정치적 힘과 노동의 소외를 촬영했다. ‘피쉬 스토리’는 다큐멘터리 사진사에서 뛰어난 작품일 뿐 아니라 20세기 후반의 중요한 이미지 기반 연구 프로젝트로 손꼽힌다.
‘피쉬 스토리’는 1995년 포토북 형식으로 출간되었고, 이후 전시로도 선보여졌다. 현재 워커 컬렉션이 ‘피쉬 스토리’의 사진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는 전체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