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홈레벡의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은 10월 22일까지 라그나르 카르탄슨(Ragnar Kjartansson, b. 1976)의 회고전 ‘사랑과 이해에 대한 서사시적 낭비 (Epic Waste of Love and Understanding)’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아이슬란드 출신 작가의 스칸디나비아 첫 회고전이며, 비디오, 회화, 조각과 드로잉,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카르탄슨은 서구 문화의 역사, 미술사, 문학, 정치, 대중문화를 다양하게 참조한다. 사랑, 정체성, 우울감, 남성성, 힘과 힘없음이 그의 주 주제이며, 반복은 그가 자주 활용하는 기법이다. 그는 하나의 모티브, 하나의 장면, 혹은 시의 한 연을 긴 시간에 걸쳐 반복하며 비극과 코미디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다. 그의 작품은 실존적이거나 정치적인 진지함과 피상적인 클리셰 사이의 긴장감을 예리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퍼포먼스 신작 ‘겁에 질린 남자-덴마크 방게만드에서 (Scared Man-in Danish Bangemand)’가 주중 11시부터 21시까지, 주말 11부터 17시까지 갤러리에서 공연된다.
스코틀랜드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ies of Scotland)은 11월 12일까지 그레이슨 페리(Sir Grayson Perry CBE RA Hon FRIBA, b. 1960)의 최대 규모 개인전 “그레이슨 페리: 스매시 히츠 (Grayson Perry: Smash Hits)”가 진행된다. 페리는 2003년 터너 상을 받은 영국의 대표적인 현대 미술가로, 전통적인 도자기 위에 섹스, 펑크, 대항문화의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 특징적이다. 도자기와 더불어 태피스트리와 판화도 제작하며, 글을 쓰고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페리는 남성성, 성(sexuality), 계급, 종교, 정치, 정체성과 같은 보편적인 테마를 다룬다. 공예 전통을 참고한 고전적인 예술 형식을 취하지만 동시대의 논쟁적인 이슈들을 다루며, 도착적인 상상력으로 날카로운 사회 비판을 제시한다.
전시는 테마별로 구역을 나눠 페리의 예술세계를 선보인다. 전복적인 도자기 작품들과 함께 태피스트리 작품들이 전시되며, 국민 정체성을 주제로 하는 신작들도 공개된다.
아테네의 조지 이코노모 컬렉션(The George Economou Collection)은 미국의 화가 스티븐 시어러(Steven Shearer, b. 1968)의 개인전 “스티븐 시어러: 잠, 죽음의 친형제 (Steven Shearer: Sleep, Death’s Own Brother)”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의 제목은 헤시오도스(Hesiodos)의 기원전 8세기 서사시 ‘신통기 (Theogony)’에서 인용했다.
전시의 테마인 잠과 죽음의 불안한 근접성은 시어러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비유이다. 시어러는 2000년대 초부터 1970년대 십대 문화와 글로벌 메탈 언더그라운드의 프롤레타리아 미학, 그리고 고전 미술사를 초역사적으로 결합한 화풍으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1863-1944)와 중세 후기 고딕 회화의 영향이 자주 엿보였다.
한편, 근래 제작된 ‘무신론자 위원회 (Atheist’s Commission, 2018)’와 ‘옹기장이 (Potter, 2021)’에서는 대중문화적 이미지의 비중이 축소되고 기독교적 색채가 강화된 것을 볼 수 있다. 전시는 예수의 부활의 원리 중 하나로 죽음과 잠의 형제애를 꼽으며 시어러의 테마에 종교적 의미를 더한다. 전시는 내년 3월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