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지 (b. 1989) 작가의 개인전 “Flickers”가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에서 7월 22일부터 8월 9일까지 진행된다.
이은지는 종이의 특성을 파고들어 ‘덩굴’과 같은 ‘덩어리’의 구조를 만들어내는 작가이다. 작가는 종이를 짓이기고, 굳히고, 겹겹이 모으기도 하면서 종이의 조형성을 발견해낸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작가의 이러한 작업 경향을 전반적으로 보다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Flickers”는 희미하고 불분명한 허상에 대한 전시이다. 작가는 인상적인 외관을 가진 바위에 의미를 만들고 때로는 숭배하기도 하며 허상을 쫓는 인간의 행위에 집중한다. 종이를 사용해 구조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 구조물 사이에 틈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믿음이 허상으로 변하는 순간을 포착하려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바위를 연상시키는 잿빛 조각들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종이를 이용해 단단한 바위의 형상을 만들어낸 조각은 두 소재의 상충성으로 인해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조각은 공간의 특성과 조응되어 작가는 관객들에게 전시 공간이 가진 규칙적인 틈을 활용하여 작품을 바라보도록 제안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드로잉과 작가의 에세이가 더해져 허상의 세계를 생성의 가능성이 잠재된 곳으로 인식하는 전시의 이야기를 확장한다.
아트 센터 예술의 시간에서 진행한 신진 작가 공모전의 일환인 이번 전시를 통해서 이은지 작가가 가진 풍부한 작업 세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뮤지엄헤드에서는 최수정(b. 1977) 작가의 개인전 “square_bi:tjlfhgadfdagggg”가 7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진행된다.
최수정은 전통적 회화의 조건을 탐구하며 이를 넘어서기 위한 방식을 실험한다. 회화 표면의 이미지를 통해 이미지 너머의 기억과 서사를 자극하고자 하기도 하고, 회화의 표면에 실을 사용해 촉각적 효과를 더하기도 한다. 작가는 최근 이국적인 식물로 이루어진 숲의 풍경을 RGB 컬러의 메커니즘과 실로 자수를 놓는 방식으로 시각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 역시 최근 작업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전시는 존재가 명백하지 않은 것들을 대상으로 가상과 환영을 만들어내는 것을 회화의 오랜 역사로 보고 최수정의 작품이 이러한 관습에 대해 새로운 실험을 벌이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일한 크기의 신작 회화 열 점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형광의 색채로 숲의 풍경을 담아내며 최근의 작업 경향을 잘 드러낸다. 이 작품들은 회화적 환영을 만들어내는 것에 몰두하기보다는 회화 속 대상들을 교란하고 흔들며 관습 너머로 시각 경험을 이끈다. RGB 컬러를 해체해 다시 중첩하고 그 위에 실로 자수를 놓아 실재와의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 나가며 능동적인 관람을 이끌어낸다.
전시 속 ‘신기루’와 같은 회화의 장면들을 통해 관객은 이미지와 그를 응시하는 시각 사이의 전통적인 관계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최원준(b.1997) 작가의 개인전 “Blurring Scene”이 아트 포 랩에서 7월 20일부터 8월 3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와 경기 문화재단이 주최 및 후원하는 ‘경기예술 생애 첫 지원’ 프로그램의 2023년 선정 전시 중 하나이다.
최원준은 사진 및 이미지를 통해 기존에 주목의 대상이 아니었던 주체들에 관심을 기울인다. 2014년부터 이어온 프로젝트 <낯설어진 이야기, 익숙해진 숨쉬기>는 세월호 참사 이후 이에 관계된 유가족, 친구, 관계자 등에 주목한 아카이빙 작업인데, 이 작품에서는 사진을 애도의 과정 중 하나로 이해하는 작가의 태도가 드러난다.
“Blurring Scene”은 그의 첫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공간으로 나아간 작가의 관심을 확인해볼 수 있다. 작가는 거대한 펜스에 가려져 실제로 본 적이 없고,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공사장 너머의 현장을 상상을 더해 담아낸다. ‘Object’ 시리즈는 공사 중 버려졌거나 혹은 건물의 일부가 된 자재들을 사진으로 포착한 후 보는 각도에 따라 도안이 변화하거나 입체적으로 보이는 렌티큘러(lenticular) 기법을 더한 작품이다. 공사장이 가진 일회적이고 가변적인 속성을 사진을 통해 영속적으로 붙잡아 두는 과정은 작가가 진행해 온 애도 과정으로의 사진과 맞닿는다.
최원준 작가의 첫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를 통해 도시의 가변성을 심화하는 공사의 이미지를 신진 작가의 시선으로 이해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