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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통해 연결을 이야기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 작가

정연두 작가는 사진, 영상,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허구와 현실을 오가는 작업을 한다. 그는 올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대규모 개인전 “MMCA 현대차 시리즈”를 펼칠 예정이다.

Jung Yeondoo. Photo by Cho Chulim. Image provided by MMCA.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집에 굴러다니는 보자기를 꺼내 몸에 두르고 집 근처 놀이터 기구에 서서 만화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보자기가 진짜 망토나 드레스가 아니라는 것도, 놀이터 구조물이 위험한 모험지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그 어설픈 장치들을 통해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정연두 (b. 1969) 작가의 미디어 아트 작품들은 이 같은 어린 시절의 상상력을 끄집어낸다. 그의 사진, 영상, 퍼포먼스 작업은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그가 표현한 장면들이 가짜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욱 상상력을 자극하는 힘을 가졌다.

조각을 전공했지만 보이는 그대로를 담아낼 수 있는 사진의 특성에 매료된 작가는 사진 작업을 자주 선보여 왔다. 그에게 있어서 사진은 ‘과거를 돌이킬 수 있는 기억의 상자’이기도 하고, 현실의 모습을 충실하게 보여 주는 ‘기록의 도구’이기도 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스토리텔링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Yeondoo Jung, Location #5, 2005, 120x150cm, C-Print Bewitched #2, 2001, 120x150cm, Diptych, C-Print.

2003년, 정연두 작가는 한국 현대 미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대안공간 루프에서 두 번째 개인전인 “내 사랑 지니”를 개최했다. 전시에는 마치 지니의 요정이 지나간 것처럼 평범한 젊은이들의 소원들이 성취된 모습을 사진 연작으로 선보였다.

작가는 ‘내 사랑 지니’ 연작을 위해 6개국 13명의 청년들을 인터뷰한 후 현실 세계의 모습과 꿈을 이룬 모습을 사진 초상화로 촬영해 프로젝션으로 펼쳐 보였다.

이 연작에서는 서울 배스킨라빈스 매장에서 대걸레를 들고 있는 소녀의 이미지와 설원에서 사냥을 위해 창을 들고 있는 여전사의 이미지가 대비된다. 홍차를 서빙하는 이스탄불의 한 청년은 수학 선생님으로 변신하고, 중국의 한 단란 주점에서 무명 가수로 활동하는 한 소년은 팝 스타가 되어 있다.

작가와 사진을 촬영했다고 해서 배스킨라빈스의 소녀가 실제로 남극 대륙의 여전사가 된 것은 아니었다. 설경은 사실 한국의 눈 덮인 산이었고, 이글루는 종이로 만들어졌으며, 시베리안 허스키 두 마리는 한국에 있는 누군가의 애완동물이었다. 하지만 보자기 망토와 놀이터만 있으면 진짜 모험을 상상할 수 있었던 우리의 어린 시절처럼 ‘내 사랑 지니’ 시리즈는 초상화 속 인물들에게 그냥 보이는 모습보다 더 많은 층위를 만들며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내 사랑 지니’ 연작은 1960년대 미국의 TV드라마 “Bewitched”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다. 마법사인 드라마 여주인공은 마술을 통해 원하는 것을 이룬다. 카메라 기술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당시, 연출자들은 마술이 이뤄지는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매우 기초적인 카메라 조작을 실시했다. 주인공이 마술을 부릴 때면 카메라를 정지시킨 후 배경과 배우들의 의상을 바꾸고 카메라를 멈추기 직전과 똑같은 포즈를 취한 배우가 다시 연기를 이어 나가는 모습을 촬영하는 기법이었다. 정연두 작가는 이와 같은 기법을 ‘내 사랑 지니’ 연작에서 사용했다.

Yeondoo Jung, Location #5, 2005, C-Print, 120x150cm.

어린 시절부터 영화, 특히 1950년대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대규모 세트와 거기서 오는 시각적 감각들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인물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만들어진 풍경’을 드러내는 작업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이전에는 ‘꿈’을 소재로 한 작업들이 많았다면, 2007년 ‘로케이션’ 연작부터는 무대와 장면을 만드는 작업을 통해 ‘소통과 연결’을 강조하는 작업을 이어 다.

‘로케이션’은 영화 연출 시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실제 장소에서 촬영할 때 사용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여기서 작가는 실제 장소에 조잡한 영화 소품을 더해서 오래된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현실에 상상을 덧입히기도 한다.

Exhibition View: Yeondoo Jung, Noise Quartet , 2019, 4 channel videos, Full HD, Color, 4 channel sounds, 29 min 12 sec. Taiwan Contemporary Culture Lab, Taiwan.

‘로케이션’ 연작 사진으로 이뤄진 가짜 풍경이었다면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최되었던 “올해의 작가”전에 참여하기 위해 제작된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는 이를 영상 작업으로 구현했다.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는 70분짜리 영상 작업으로 ‘편집’ 과정을 거치지 않고 원테이크로 촬영되었다. 영상은 방 안, 도시의 거리, 농촌 풍경, 들판, 숲, 운해(雲海)라는 6개의 장면을 거치지만 오렌지색 작업복을 입은 20명의 스태프들이 국립현대미술관 제2전시장에서 세트를 설치하고, 배경과 소품이 교체되거나 철거되고, 배우들이 연기를 하다가 앵글 뒤로 빠지는 장면들이 모두 고스란히 장면 안에 드러다.

이 작품을 통해 당시 작가는 38세의 나이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최연소 작가가 되었고, 이 작품은 이듬해인 2008년 뉴욕현대미술관(이하 모마)의 소장품으로 들어가 한국에서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매끄럽고 세련된 장면보다는 촬영의 전 과정을 드러내는 원테이크 방식을 통해 작가는 모든 비결을 알면서도 마술을 보는 듯한 상황을 보여 주고자 했다. 마치 이음매가 잔뜩 나 있는 현실을 당당하게 드러내듯 작가는 이를 통해 ‘이것은 여기서 일어나는 현실이자 현재이며 단순히 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Video still: Yeondoo Jung, Noise Quartet , 2019, 4 channel videos, Full HD, Color, 4 channel sounds, 29 min 12 sec. Taiwan Contemporary Culture Lab, Taiwan.

작가가 비교적 최근에 진행한 작업으로는 ‘소음 사중주’(2019)가 있다. 네 개의 영상으로 구성된 작품에는 홍콩 시위에 나섰던 20대 젊은이들과 하루를 보낸 영상, 광주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을 위해 ‘오월 어머니의 집’을 세운 안성례 어머니, 대만의 5.18과 같은 메이리다오 사건에 개입되어 감옥살이를 했던 한 노인과 하루를 함께 보낸 영상, 그리고 오키나와에서 전쟁에 반대해 평화 미술관을 세워 활동하고 있는 사키마 씨와 같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찍은 영상이 들어 있다.

이 영상 작업은 전혀 관련이 없는 네 곳에서 벌어진 이야기들을 들려 준다. 그리고 자막 속 이야기는 영상과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흘러 간다. 작가는 이 같은 자막과 영상 이미지의 구조를 사중주단의 앙상블로 비유함으로써 네 곳의 이야기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작가는 이후에 더욱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을 돌아다니며 근현대사 속 민주화 이야기를 ‘소음 사중주’에 더해 나가고자 한다.

정연두 작가는 현대차가 후원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에 선정되어 올해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펼친다. 해당 전시에서 작가는 20세기 초반부터 멕시코에 거주하던 한인 디아스포라를 탐구하는 영상 기반 설치 작품 ‘백년 여행기’를 비롯해 신작 4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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