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NN에서는 8월 4일부터 27일까지 방소윤, 송민규, 안태원, 이현우, 조재, 추수 6명의 작가가 참여한 “Humanism Reimagined: Embracing Change”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WWNN의 개관전으로 지난 7월 있었던 개관전 1부 “Humanism Reimagined: Exploring a New Frontier”의 뒤를 이어 진행되는 개관전 2부이다. 1, 2부에 거친 개관전에서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작가들의 시선을 좇는다. 1부에서는 포스트 휴먼 담론을 토대로 통념적으로 이해되어 온 ‘인간다움’을 넘어선 감각에 집중하였다면, 이번 2부에서는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재구축된 사유체계에 다가선다.
조재는 차갑고 푸르른 색상을 투명하게 쌓아 올린 추상회화와 사람 크기의 백색 조형물을 통해 가상과 현실의 위상이 흔들리는 시대에 파편화되어 가는 감각을 드러낸다. 이현우는 죽은 동물의 뼈, 박제한 동물의 가죽을 사용해 동물의 모습을 연상시키면서도 골격의 일부가 알루미늄으로 대체된 기이한 조각을 선보인다. 방소윤과 안태원은 공통적으로 가상 공간의 이미지에서 출발해 이를 현실의 감각과 뒤섞어 캔버스 위에 펼쳐놓고, 송민규는 세상의 풍경을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으로 기호화한다. 추수는 AI generator로 만든 버추얼 인플루언서 ‘Aimy’의 이미지를 프린트하고 그에 네온 글라스를 더한다.
작품들은 백색의 전시 공간에서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부유하는 우리의 감각을 더욱 자극한다.
갤러리 신라에서는 8월 5일부터 9월 3일까지 작가 키시오 스가(Kishio Suga, b. 1944)의 개인전을 진행한다. 키시오 스가는 1960-70년대 후반 활발히 활동한 모노하 작가이다. 모노하 작가들은 목재, 석재, 철과 같은 단순한 재료와 물질에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 한 채, 사물 자체의 존재성과 사물이 외부 공간과 맺는 관계를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모노하의 경향을 충실히 따르는 키시오 스가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는 삼청로 108에 위치한 Space 1과 삼청로 111에 위치한 Space 2에 걸쳐 펼쳐진다. 전시된 작품에서는 주로 나무와 돌의 물성이 강조되며 Space 1에서는 특히 벽면에 부착된 형태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Space 2에서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설치 형태의 작품들이 있다. <Shortening the Interstices> (2006)는 나무와 돌, 철의 물성과 그들의 관계성으로 말미암은 조형성이 두드러지며, 강렬한 붉은 색감의 작품들에 둘러 쌓여 그 존재감이 더욱 부각된다. <Void and Ground> (2023)는 흰 종이의 물성을 실험한다. 많은 양의 흰 종이들이 반으로 접혀 땅에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데, 이는 벽면에서 실험된 조형성이 공간으로 옮겨진 듯한 모습이다.
갤러리 신라는 그동안 여러 차례 키시오 스가를 한국에 소개해 왔기에 작가에 대한 이해가 오랜 시간에 걸쳐 더해진 이번 전시 역시 눈 여겨볼 만하다.
상업 화랑 용산은 8월 5일부터 9월 10일까지 임수범 작가(b. 1997)의 개인전 “탐험가 S, 너는 값진 거짓말을 보았어”을 선보인다.
전시에서 작가는 S라는 인물을 상정해 그 인물에게 상상이 미치는 영향을 좇는다. 어린 시절 공룡의 뼈를 그리며 공룡이 살던 세계를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던 S는 나이가 들어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가 오래된 공룡 그림책을 발견한다. 그림책에서 발견한 공룡은 어린 시절 자신의 상상과는 달랐고 이 경험을 토대로 S는 사람의 흔적이 없는 장소와 유물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상상을 이어간다.
전시 속 회화는 가상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재현한다. 전시 공간 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회화들은 비현실적인 존재들로 가득 찬 숲(혹은 가상의 공간)을 묘사한다. 벽에는 재현하는 대상의 모양대로 제작된 캔버스에 새, 물고기 등의 익숙한 생명체들이 환상의 색을 덧입고 다른 세계의 존재처럼 그려져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회화 속 생명체들은 도자로도 형상화되어 전시장 한 켠에서 존재감을 갖는다.
작가가 구축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세계들은 관객들을 매혹하며, 그 세계를 향해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