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앤제이 갤러리에서는 6월 23일부터 7월 23일, 오승열 (b.1981) 작가의 개인전 Guttation 이 펼쳐진다. 전시 명인 ‘Guttation’은 식물이 흡수한 물 중 일부가 다시 잎으로 배출되는 일액현상(溢液現象)을 의미한다. 일액현상에서 감지되는 에너지, 묶여 있다가 방출될 때 생성되는 해방과 배설의 힘은 전시로 이어진다.
전시는 회화를 이루는 프레임과 프레임 안쪽 이미지의 관계에 주목한다. 전시의 작품들은 조각이나 설치와 같이 입체적으로 놓이는 것이 아니라 모두 벽면에 평면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렇지만 평면적인 작품들은 프레임 안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프레임 안의 이미지가 프레임 바깥 공간으로 흩어지는 구성을 취하며 확장된다. < Interval Periphery > (2023)에서는 전시 공간의 벽 전체에 프레임을 만들어 전시 공간 속 흰 벽의 역할을 변화시키고, < Fortuitous Sonority >(2023)에서는 프레임의 형상을 캔버스 내부로 가져온다. 프레임을 명확히 설정하면서도 프레임을 벗어나고 넘나드는 작품들은 고유의 리듬감과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오승열 작가의 작품은 전시 공간을 운동적이고 유동적으로 채우며 관객에게 새로운 감각을 제공한다.
애드 미놀리티의 개인전 “숲의 기하학”이 6월 22일부터 8월 10일까지 페레스 프로젝트에서 진행된다. 애드 메놀리티는 현대 젠더리스 시대를 대표하는 논 바이너리 작가로 기하학적 추상회화와 조각, 설치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업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숲의 생태계와 아동문학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신작 회화 15점이 포함되어 미놀리티의 새로운 작품 주제를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전시장 1, 2층을 모두 활용하여 생태적 이미지를 자신의 기하학적 추상에 결합하는 미놀리티의 작품 세계를 풍성하게 보여준다. 작품을 이루는 다채로운 색채와 벽 드로잉이 함께 어우러지며 전시 공간에 생동감을 더한다. 작가는 어린이 문학, 장난감, 만화에서 사용되는 상징성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젊은 세대와 어린이들에 대한 규범적 시각을 만들어내는 편견들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이를 위해 아동문학에 등장하는 이미지들 속 종 간의 구분을 흐리고 이야기를 해체한다. 더불어 전시 공간은 대조적으로 여겨지는 요소들을 한데 모으며 존재 간의 상호 연결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포용성을 드러내며 미놀리티 작품의 연장선으로 기능한다.
작가의 포용적이고 생태적인 작품 세계를 통해 전시는 사회의 규범이나 감시, 통제 등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안식의 공간이 된다. 나아가 이번 전시는 올가을 독일에서 있을 미놀리티 작가의 개인전에서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미리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학고재 갤러리에서는 김세은 작가와 유리 작가의 2인전 “루시드 미스터리/ 다크 클래리티”와 이상욱 작가의 “더 센테너리”가 6월 28일부터 7월 29일까지 동시에 진행된다.
“루시드 미스터리/ 다크 클래리티”에서는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지만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 미스터리한 정서와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 작가는 그러한 현실을 작품에 담아내며 정서의 이유를 탐색하고자 한다. 김세은 작가는 근경과 원경, 과거와 현재를 합치고 편집하며 계속해서 변화하는 현실을 포착한다. 유리 작가는 언어의 세계를 탐색하며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를 시각 예술의 측면에서 다가간다.
“더 센테너리”는 이상욱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 추상미술의 흐름에서 이상욱 작가가 차지하는 고유의 지점을 바라본다. 지난 2022년 2월 진행한 ‘에이도스(eidos)를 찾아서: 한국 추상화가 7인’의 연장선 상에서 진행되는 이 전시는 서체적 추상과 서정적 기하추상 사이를 오고 간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발묵 효과와 여백 효과가 미학적으로 구현된 그의 작품을 통해 전시는 한국 추상의 미술사적 흔적과 궤적을 새로이 포착하고자 한다.
한국의 근대와 동시대의 추상을 나란히 병치하는 학고재 갤러리에서의 전시에서 시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혹은 시대적 차이에도 유지되는 예술의 양상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쾨닉 서울에서는 호세 다빌라 (b. 1974)의 한국 첫 개인전 Men catching birds를 7월 1일부터 8월 5일까지 선보인다. 호세 다빌라는 사용하는 재료의 특수성에 집중하여 재료 고유의 내부적 모순을 탐색하고 중력, 힘의 저항과 교환 등의 물리적 현상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조각 작품 두 점과 평면 작품 10점을 선보인다.
전시를 구성하는 조각과 평면 작품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다빌라의 작품 세계를 시각화한다. 다빌라의 조각 작품들은 하나의 덩어리에서 파생된 것이 아닌 이질적인 요소들이 서로 의존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무제> (2023) 역시 인공물인 콘크리트와 자연물인 화산암의 병치와 의존을 토대로 한 것이다. 평면 작품들에서는 이러한 관계를 회화적으로 표현한다. ‘The Fact of Constantly Returning To the Same Point Or Situation’ 연작에서는 원에 집중한다. 나아가 원을 쉐브론 문양(갈매기 문양)과 엮어 탐색하며 조각에서의 탐구를 이어간다. 이처럼 공통적으로 전시의 작품들은 이질적이고 다양한 것들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쾨닉 서울에서의 이번 전시는 서울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작품들과 함께 다빌라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전시를 통해 작가의 작품에 내재한 위태로운 균형 감각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유지영 작가의 개인전 “사이-횡단”이 6월 22일부터 7월 22일까지 갤러리 기체에서 진행된다. 유지영 작가는 회화의 관습적 규약을 실험하거나 최적의 것이라 여겨지는 일상의 단위와 구조를 비트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주목하는 것은 시간이다.
유지영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신작 20여 점을 선보이며, 근대 이후로 고안된 시간의 개념과 체계를 해체해 보고자 한다. 작가는 시간을 선형적인 것으로 이해하지 않으며,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시간이 인위적으로 구획된 것임을 상기시킨다. 통념적 시간 개념을 해체하며 전시는 기존의 시간 체계에서는 포섭되지 못했던 틈을 발견하고 이를 새롭게 감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Long-Distance Relationship’ (2023) 연작은 서로 다른 하루들을 상징적으로 압축하고 대비시켜 다른 시간대의 사람과 대화할 때야 인식할 수 있는 일상의 비선형성을 환기시킨다. < Tim Zone Panel > (2023)은 협정 세계시 (UTC) 지도의 시간대를 형태 삼아 시간 체계의 자의성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순점을 드러낸다. 이러한 작품들을 토대로 전시(장) 역시 파편화된 이미지를 이어내어 비선형적 서사를 만들어내는 시간의 장으로 다시금 이해된다.
시간의 체계에 균열을 가하고자 하는 유지영 작가의 작품을 통해 전시는 현실의 시공을 벗어난 자유로운 상상의 시공을 경험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