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는 8월 24일부터 11월 19일까지 김용익(b. 1947) 작가의 개인전 “라스트 제너레이션에게, 김용익”이 펼쳐진다. 전시 공간은 종이 상자를 쌓아 디자인되었는데, 이는 초기 작 ‘평면 오브제’ 시리즈를 마무리하기 위해 작가가 작업을 종이 상자에 넣어 공개한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김용익 작가는 1970년대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사조로 분류될 수 없는 독자적인 활동을 이어 나갔다. 개념주의 미술, 모더니즘 미술, 공공 미술 등의 작업을 하며 미술 제도와 통념에 균열을 가하고자 했고, 나아가 “우리는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0년대 이후로 작가가 전개해 온 생태주의적 관점과 존재론적 질문에 특히 주목한다.
전시는 총 6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김용익 작가의 작업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서울시립미술관이 수집해 온 방대한 양의 김용익 아카이브 컬렉션을 함께 전시하여 작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아카이브에 초점이 맞춰진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진행되는 전시인 만큼, ‘사유의 아카이브’라는 파트를 따로 두어 김용익 작가 아카이브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한다. 더불어 아카이브 전시의 경험을 질문지로 구체화한 후, 상자 안에 보관할 수 있게 하는 ‘패킹/언패킹’ 프로젝트를 더해 아카이브 전시가 낯선 관객의 관람을 돕는다.
자하미술관에서는 8월 20일부터 10월 22일까지 남진우, 무진형제, 박해울, 오제성, 이명호, 장한나, 최수인 작가가 참여한 “하이브리드 그라운드”를 선보인다.
“하이브리드 그라운드”는 돌연변이, 혼종, 이종교배 등의 개념을 재사유하게 된 현재 상황을 돌아본다. 전시가 주목하는 오늘날의 하이브리드들은 고대에 상상되던 이종교배 동물이 아닌 미세먼지로 덮인 하늘, 기름이 유출된 바다, 쓰레기 섬 등이다. 전시는 “앞으로 이 땅에 남아있어야 하는 괴물은 누구이고 추방되어야 할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류가 타자화해 오던 대상들에 대해 진지한 고찰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참여작가 7인은 인류와 하이브리드를 각자의 시선으로 조명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무진형제의 영상 < Ground Zero > (2021)에서는 온갖 재난을 맞이하는 모형 인간의 상황이 그려지며 이와 함께 시적인 내레이션이 병치된다. 거센 폭풍우 앞에 놓인 모형 인간의 모습은 각종 자연재해 앞에 놓인 현 인류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장한나는 자연환경에서 풍화작용을 겪어 광물화되어 가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집하여 이들을 ‘뉴 락 (New Rock)’이라 지칭한다. 이 ‘뉴 락’ 속에서 움직이는 개미를 담은 영상 <신자연 – 뉴 락 속 개미> (2023)에서는 인간-사물-생물 등이 하이브리드 되어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있다.
이외에도 남진우와 최수인의 회화, 오제성 작가의 <조각가의 시간 항해술> (2006 – 2023), 이명호의 사진, 박해울의 단편 소설을 감상해 보며 전시가 던진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아트선재센터에서는 6인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 “오프사이트”를 8월 18일부터 10월 8일까지 진행한다. “오프사이트”는 미술관의 극장, 백스테이지, 정원, 계단과 같은 공간을 활용해 공간과 작품에 대한 감각을 새롭게 구축하고자 한다.
전시 리플렛 속 지도를 따라 걷다 보면, 미술관 곳곳에 숨겨진 작품들과 마주치게 된다. 광범위한 세계를 하나의 조각에 축소하는 현남 작가의 작품은 기계실 속 육중한 기계들을 가로질러 설치되어 있다. 1층에서 3층까지 올라가는 계단에서는 오종 작가의 <룸 드로잉 (라이트) #2>(2023)를 볼 수 있다. 섬세하고 가는 선 형태의 조각은 층계 공간과 잘 어우러진다. 살점을 닮은 분홍색의 실리콘과 레진이 철 파이프에 뒤엉겨 있는 현정윤 작가의 조각은 백스테이지의 낮은 조도에서 더욱 기이한 생명력을 발휘하며, 그레이코드 지인의 <35부터 20,000>은 아트선재센터 아트홀의 스피커에서 출력가능한 주파수 범위를 제목으로 가져와, 작가들이 탐구해 오던 비물질의 속성을 새로운 공간에서 실험한다. 이요나 작가와 최고은 작가의 작품은 미술관 외부 공간에 설치되어 매일 변화하는 환경과 함께 감상된다.
미술관 곳곳을 두리번거리며 관람하게 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관 속 비화이트큐브 공간에 자리 잡은 작품을 마치 보물찾기하듯 찾아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