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에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하 아르코), 극지 연구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동 개최한 전시 “남극/북극 출발 → 인천공항 도착”을 7월 26일부터 11월 30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르코와 극지연구소가 운영하는 극지 레지던시에 참가한 작가들의 설치 및 미디어 작품 7점을 공개한다. 김승영, 조광희, 김세진, 염지혜, 손광주, 이정화, 홍기원 작가는 남극과 북극에서 체류하며 볼 수 있던 극지의 풍경을 작품에 담아냈다. 김승영 작가는 깃발이 흔들리고 있는 남극의 백야 풍경을 보여주고, 조광희 작가는 남극의 얼음이 녹고 있는 모습과 소리를 스크린 가득 담아내었다. 김세진 작가는 가상의 영토 “G”에 관한 픽션을 만들었으며 염지혜 작가는 남극에서 촬영한 이미지 위에 꼬마 유령 캐스퍼와 물개가 뛰어노는 영상을 겹쳐 남극이라는 공간이 가진 정치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손광주, 이정화, 홍기원 작가 역시 영상 작업을 통해 각자가 레지던시 기간 동안 진행했던 남극과 북극에서의 탐구를 보여준다.
이외에도 인천국제공항에서는 7월 20일부터 10월 22일까지 미디어/디지털 아트 기획 전시 “In Sync”도 함께 진행되어 문화행사들이 집중적으로 열리는 시기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대안공간 루프에서는 8월 25일부터 9월 24일까지 전시 “히든+로스트-트레이싱 사운드”가 펼쳐진다. 전시는 2023 쌍방향 국제문화협업 지원 선정사업의 일환으로, 대안공간 루프와 주한독일문화원이 주관한 한국과 독일의 현대음악 예술가 교류 프로젝트이다. 따라서 작곡가 페터 간(Peter Gahn, b. 1970)의 사운드 설치 작업을 볼 수 있는 전시뿐만 아니라 한국의 음악가와 사운드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5개의 라이브 이벤트가 함께 진행된다.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페터 간의 작업은 <공간을 열면서Ⅰ> (2017-2018)과 <반-상승하는 하늘Ⅰ>(2017-2018) 로, 모두 야외에서 필드 리코딩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다. <공간을 열면서Ⅰ> (2017-2018)은 뉘른베르크 성벽 문에서 나치 정부가 파괴한 유대교 예배당이 있던 도시 중앙의 공터까지 걸어가는 사운드 워크(sound walks)에 오르간 소리, 발터 벤야민, 프란츠 베르텔과 같은 유대계 작가의 책을 넘기는 소리 등이 결합된다. <반-상승하는 하늘Ⅰ>(2017-2018) 에서는 냉전 시대 서독의 라인강 지역 하류에 건설된 군사 시설들을 따라 걷는 사운드로 시작되어, 송유관 파이프를 용접하는 소리, 제트기가 날아가는 노이즈 등이 더해진다. 이 두 개의 작업은 얀 레미츠(Jan Lemitz)에 의해 촬영된 사진과 가레스 그린(Gareth Green)이 구현한 조명 설치를 통해 보다 풍부한 감각을 전달한다.
8월 25일 있었던 오프닝 콘서트를 비롯해 9월 2일과 9일, 23일에 한국의 여러 음악가가 참여하는 콘서트, 퍼포먼스 등의 라이브 이벤트가 진행되며, 아래의 링크에서 예약 후 관람이 가능하다.
엘리펀트스페이스는 송민정, 오주영, 압축과 팽창(김주원, 안초롱)이 참여한 전시 “스핀 오프”를 8월 18일부터 9월 8일까지 진행한다.
전시명 ‘스핀 오프’는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 혹은 그 설정에 기초해 만들어진 새로운 작품을 지칭하는 미디어 용어이다. 전시는 하나의 원작으로부터 복수의 이야기들이 파생되고 흩어지는 스핀 오프의 원리를 인공지능을 통해 만들어지는 서사, 계속해서 업데이트되는 SNS 속 타임라인 등 동시대의 내러티브 작동 방식과 결부해 탐색한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송민정 작가의 <신> (2022)에서는 휴대폰에 쉬지 않고 타이핑되는 이야기와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시점이 곧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지만, 이는 결코 하나의 결말로 수렴되지 않고 무한 반복된다. 오주영 작가의 <아스트랄 포옹: 암호적인 감정의 메아리> (2023)는 작가가 인공지능 GPT-4와 Dall-E와 협업하여 만든 비주얼 노벨 게임이다. 게임 속 이야기의 주인공과 그 전개는 영상에서 선택한 선택지에 따라 변화하는데, 이는 광범위한 데이터 베이스를 바탕으로 내러티브를 만들어 내는 AI의 제작 과정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압축과 팽창의 <찰리, 에코, 트리스테로> (2020)에서는 미디어 환경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앞선 두 개의 작품과 달리, 팀의 두 작가가 각각 ‘찰리’와 ‘에코’를 연기하며 60일간 주고받은 엽서를 볼 수 있다. 바로 앞 엽서의 내용에 기반하여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들에 ‘엽서’라는 매체가 가진 이동의 특징이 더해져 고정되지 않고 유동하는 서사의 감각을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