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관과 미술 재단에서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사이에 태어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조명하는 전시가 개최되고 있다.
송은문화재단은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을 하는 김준 작가, 한원미술관은 한국화를 하는 진민욱 작가, OCI미술관은 먹에 광목천으로 작업하는 한상아 작가와 나무와 도자기의 물질성을 실험하는 임지현 작가를 소개한다.
송은문화재단은 국내 젊은 동시대 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비영리 예술기관으로, 2001년에 미술상을 제정해 가장 촉망 받는 한국 작가들을 소개해 왔다.
김준(b. 1976) 작가는 2018년 제18회 송은미술대상을 수상해 이번에 개인전을 12월 3일까지 선보이게 되었다.
김준 작가는 특정 장소에서 발생하는 여러 현상과 소리를 연구하고 채집해 음향과 이미지를 얻어 감각적인 사운드 스케이프 설치 작업으로 만들어 왔다.
전시 제목 “템페스트”는 전자기기의 미약한 전자파를 활용해 정보를 훔치는 기술을 말한다. 작가는 도시 생태계 내에서 눈에 보이지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미세한 소리를 짚어내어 전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평소에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 구조를 감각을 통해 경험할 수 있고 나아가 우리 사회를 새롭게 바라는 기회를 갖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해 왔던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을 더욱 확장시켜 관람객들이 소리를 더욱 공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구성되었다. 예를 들어 ‘템페스트’라는 작품은 우리 주변에 있는 전기기의 미세한 전자파 소리를 확대해서 감각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그 외에도 강원도 평창, 서울 난지 공원, 호주 등에서 소리들을 채집해 소리를 배경 삼은 고유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준 작가는 경기도미술관(2019, 안산), 보안여관(2017, 서울), 일민미술관(2017, 서울),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2016, 서울), 아르코미술관(2016, 서울), 아트선재센터(2015, 서울) 등 국내 미술 기관에서 다수의 개인전 및 그룹전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경기어린이박물관, 부산시립현대미술관, 송은문화재단,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재단법인 한원미술관은 한원그룹에서 1993년에 개관한 미술관으로 미술 분야의 연구와 전시를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원미술관에서는 한국 미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신작을 선보여 작업의 변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진민욱(b. 1980) 작가의 작품 활동을 재조명하기 위해 12월 6일까지 개인전 “어제 걸은 길”을 선보인다.
진민욱 작가는 현대 미술이라는 맥락 안에서 한국화를 그린다. 비단의 물성과 동양화 매체 변형을 고민하는 그는 비단의 앞면과 뒷면을 오가며 석채에 안료를 덧칠해 은은하고 고요한 분위기의 풍경화를 그린다.
그는 언제나 봄인 무릉도원을 뜻하는 상춘(常春)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표현한다. 옛 산수화는 위엄있는 산과 강 등 일상과는 거리가 먼 거대한 자연을 그렸지만, 작가는 도시 속을 산책하면서 교감을 나눴던 대상들을 가져와 일상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대상으로 소소한 낙원을 표현한다.
한원미술관의 전시에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했던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소소경 stroll & see’ 연작에서는 서울의 특정 장소를 반복 산책하면서 발견하고, 느끼고, 기억한 대상들을 따로 모아 작가만의 도원경을 만들었다. ‘작은 은거’ 연작에서는 고전 문학의 이미지를 화첩과 병풍의 모양을 한 변형 캔버스로 옮겨 눈으로 볼 수 없는 자연을 표현한 작업이다. 이 연작에서 작가는 새로운 방식으로 비단 캔버스를 짜고 숯, 백토와 같은 전통적이지 않은 재료를 안료와 섞어 재료적 실험을 펼쳤다.
진민욱 작가는 국내 다수 미술 기관 및 갤러리에서 개인 및 그룹전을 가진 바 있다. 그는 서울대학교미술관(서울, 2022), 성남큐브미술관(성남, 2019),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이천, 2018), 대구예술발전소(대구, 2017), 성곡미술관(서울, 2015) 등 다수의 기관에서 개최된 단체전에 참여했다.
OCI미술관에서는 매년 미술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신진 작가를 선정하여 이들의 예술 활동을 조명할 수 있도록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11월 19일까지 2022년 공모에 선정된 작가들 중 현재 한상아와 임지현 작가의 개인전이 진행되고 있다.
“뾰족한 용기”전은 한상아 작가가 3년만에 펼치는 개인전이다. 한상아 작가는 한국화의 주요 재료인 먹을 사용해 젖은 광목천에 일상의 경험과 내면의 풍경이 혼재한 그림을 그린다. 현실과 기억 그리고 공상이 뒤섞여 알 수 없는 풍경은 먹이라는 한 가지 색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그 풍경은 먹이 지닌 여러 농담과 섬세하게 표현된 선을 통해 다채롭게 드러난다.
한상아 작가는 2018년부터 결혼, 출산 그리고 육아를 경험하면서 작업 방향에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평면적 형태로 주로 작업하던 작가는 그림을 오려내어 바느질함으로써 따뜻한 온기를 담은 듯한 소프트 스컬프쳐, 즉 부드러운 조각을 본격적으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작가와 양육자 사이에 오가는 양가적 감정을 드러낸다. 날카롭고 민감한 감각을 지녀야 하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과 무던하면서도 포용적 성격을 지녀야 하는 양육자로서의 정체성은 서로 상반된다. 그 이중적 정체성은 전시 제목에도 반영되었다. 작가로서는 새로움에 도전하는 용기(勇氣, bravery)를 가져야 하지만 엄마로서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담고 넓은 아량을 지닌 그릇(容器, container)으로서 남아 있어야 한다.
두 정체성에 대한 고민, 모호한 감정과 생각은 작가의 작품 속에서 뾰족함이라는 도상으로 시각화된다. 하지만 그 뾰족함은 온기를 담은 그의 조각들처럼 위협적이거나 날카로운 존재가 아니라 별이나 반짝이와 같은 것들이다.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손, 불, 달과 돌 형태들은 작가의 내면에 자리한 여러 생각과 가족의 안녕을 기리는 염원을 담는다.
한상아 작가는 송은아트큐브(서울), 위켄드(서울), 갤러리도스(서울), 성남큐브미술관(성남)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서울대학교 미술관(서울),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서울), 국립아시아문화전당(광주), 경기도미술관(안산), Space776 Gallery(뉴욕), 피르미니 유니테다비타시옹(마르세유), CHENGART(베이징)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 및 다양한 전시 공간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한상아 작가는 한남동 바이파운드리에서 “뾰족한 온기”라는 제목으로 12월 18일까지 갤러리 개인전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임지현(b. 1989) 작가의 개인전 제목 “아치 모션”은 장대높이뛰기 선수가 가로대를 넘을 때 활처럼 몸을 구부리는 동작을 말한다.
임지현 작가는 나무와 도자라는 재료의 물성을 강조하는 입체적 작업을 한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재료, 나무와 도자가 휘어질 때 드러내는 물성에 대해 고민했다. 도자는 중력에 따르며 안으로 휘어지는 성질을 가진 반면, 나무는 탄력성을 지녀 바깥으로 휘려는 성질을 지녔다. 작가는 ‘사방 곡선’이라는 작업을 통해 도자와 나무의 아치 모양을 가졌을 때 각 재료마다 어떤 제한적 요소가 작동하여 형태가 만들어지는지 비교 대조한다.
곡선 연작에서는 나무가 지닌 탄력성을 이용해 재료가 어떤 식으로 공간을 점유하는지 살펴본다. 예를 들어 밀도가 낮은 집성목과 밀도가 높은 대나무를 활용해 곡선을 연이어 붙여 둘의 특성을 가늠할 수 있게 작품을 만들었다. 도자 작업의 경우, 흘러내리는 유약의 형태나 흙, 물, 공기, 불의 조합에 따라 달라지는 색감 등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다양한 합성 재료를 활용해 재료를 통제하고자 하는 작가의 모습을 영상과 도자 작품으로 만들었다.
임지현 작가는 이번 전시 외에도 온수공간(서울, 2021), KSD갤러리(2019)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대구의 수창청춘맨숀(대구, 2019), 포스코미술관(서울, 2017),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김해, 2017) 그리고 중국과 대만의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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