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의 덴 프리 현대미술관(Den Frie Centre of Contemporary Art)은 10월 29일까지 “단기 계약에 관하여(On Short-Term Contracts)”를 선보인다.
덴 프리는 현대 미술가들의 커뮤니티와 관계망, 실험 단체와 네트워크에 중점을 두는 전시를 진행해 왔다. “단기 계약에 관하여”는 오늘날 예술가들이 일하고 살아가고 있는 조건을 이야기하며 코펜하겐의 주택 임대료 인상 문제를 다룬다. 전시 기간 미술관에서는 동일한 제목 하에 세 개의 전시가 연속적으로 개최되며, 덴 프리에서의 세 전시 외에 홀켄후스(Holckenhus), 니콜라 쿤스트할(Nikolaj Kunsthal), 그리고 스튜디오 콜렉티브인 AGA Works도 같은 주제로 전시를 선보인다. 참여 작가들은 덴마크의 도시개발 상황, 코펜하겐 예술가들의 스튜디오 실태, 그리고 예술과 사회를 지배하는 경제 권력 구조에 관한 질문들을 다룬다.
궁극적으로 전시는 다음의 질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누가 도시에 존재할 권리를 갖는가? 누가 도시 개발을 결정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더 다양한 도시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파리의 현대미술관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는 2012년부터 건물 지하 통로에 그림을 그리도록 예술가들을 초대하는 라스코 프로젝트(Lasco project)를 진행해 왔다. 팔레 드 도쿄는 9월 10일까지 “Il morso delle termiti”를 개최한다. 라스코 프로젝트와 더불어, 이번 전시는 무명의 작가 50여 명을 초대해 그래피티를 선보인다.
전시에서 그래피티는 명시적인 주제나 미학이 아닌 특정 경험, 태도, 상상, 사고의 흐름을 드러내는 형식으로 주목된다. 전시를 통해 낭만적 반달리즘, 불법적인 행위의 경험, 이동하는 몸의 방랑, 그리고 어두컴컴한 시야의 매혹이 감지된다.
“흰개미의 물기”로 번역되는 전시의 제목은 미국의 화가 매니 파버(Manny Farber, 1917-2008)의 예술론을 인용했다. 파버는 “흰개미 예술가들(termite artists)”과 “흰 코끼리 예술가들(white elephant artists)”을 비교하며 흰개미 예술가들은 이해하고 조작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그들의 예술은 촌충, 이끼, 또는 곰팡이에 비유되며, 무질서한 활동의 흔적만을 남기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그래피티가 파버가 말한 흰개미 스타일의 예술이라고 강조한다.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Kunsthaus Bregenz)는 10월 29일까지 마이클 아르미타지(Michael Armitage, b. 1984)의 개인전 “게으름의 파토스와 황혼(Pathos and the Twilight of the Idle)”을 선보인다. 전시의 제목은 작가가 2017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있었던 최대 야당의 시위를 보고 그린 작품의 제목에서 가져왔다.
케냐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공부한 아르미타지는 풍경과 인물이 몽유병적인 인상을 주는 대형 회화로 잘 알려졌다. 그는 아프리카의 의식과 정치 시위, 동식물, 사람들을 그리며, 소셜 미디어에서 접하는 사진과 영상을 활용하기도 한다.
아르미타지는 우간다 지역의 무화과나무 껍질을 다듬어 만든 “루부고(Lubugo)” 천을 엮어 큰 캔버스로 만들고, 그 위에 물감을 여러 겹으로 바르고, 긁어내고, 다시 겹쳐 그림을 그린다. 천의 이음새 위로 칠해진 물감은 그림에 불규칙한 자국과 구멍을 만든다. 보색을 병치하고 인물의 윤곽선이 도드라지는 것도 그의 회화의 특징이다.
아프리카의 정치적 현실을 묘사하지만, 아르미타지의 회화에서는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de Goya), 야수파, 로널드 브룩스 키타이(R. B. Kitaj), 에곤 실레(Egon Schiele), 폴 고갱(Paul Gauguin) 등 유럽 화가의 색상과 형태, 그리고 유럽 종교화 도상의 깊은 영향도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