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로 박물관의 운영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며, 최근 환경 운동가들은 박물관 자금의 출처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있다. 지난 6월 6일,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자금 모금을 위한 연례행사 ‘정원에서의 파티 (Party in the Garden)’가 운영되던 중, 뉴욕의 환경 운동가들은 미술관 외부에서 이사장 마리-호세 크레비스(Marie-Josée Kravis)의 퇴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크레비스의 남편 헨리 크레비스(Henry Kravis)가 공동 설립한 콜버그 크레비스 로버츠 주식회사(Kohlberg Kravis Roberts, KKR)가 석유와 가스 회사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기 때문이다. 운동가들은 화석 연료 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된 크레비스가 박물관 의장인 것에 반대하기 위해 모였으나, 경찰의 개입으로 해산됐다.
최근 영국에서도 유사한 시민운동이 있었다. 영국의 거대한 석유 회사인 BP는 1996년 대영 박물관의 후원자가 된 후 최근까지 테이트(Tate), 국립 초상화 갤러리(National Portrait Gallery), 왕립 셰익스피어 컴퍼니(Royal Shakespeare Company),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Scottish Ballet), 왕립 오페라 하우스(Royal Opera House)의 운영 자금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박물관이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기업의 자금을 받는 것에 반대하는 시민 운동이 있었고, 대영 박물관은 6월 초 더 이상 BP의 후원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의 카네기 미술관(Carnegie Museum of Art)은 9월 24일까지 조안 브라운(Joan Brown, 1938-1990)의 회고전을 진행한다. 조안 브라운은 샌프란시스코 해안 출신의 화가로, 가족과 자신을 그린 대형 인물화로 잘 알려졌다.
자전적인 소재와 유희적이고 환상적인 화풍이 특징으로, 한때는 비평가들에게 진지하지 않은 작품이라고 저평가되기도 했으나 최근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시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 MoMA)에서 먼저 선보였으며, 지난 3월 막을 내린 후 카네기 미술관에 도착했다.
전시는 브라운이 195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술 학교에 다니며 추상회화를 그리던 시기의 작품에서 시작해 점차 구상회화를 그리게 된 흐름을 연대기 순으로 보여준다. 미술계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사적인 삶을 그리고자 한 브라운의 고유한 회화 세계를 선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 위치한 치치 센터(치카노 예술, 문화 및 산업을 위한 치치 마린 센터, The Cheech Marin Center for Chicano Art, Culture & Industry of Chicano Art Museum)는 6월 17일부터 “Xican–a.o.x. Body”를 선보인다. 전시는 내년 1월까지 진행된다.
‘Xican-’은 미국의 멕시코계 사람들을 지칭하는 접두사이며, ‘-a’, ‘-o’, ‘-x’는 각각 남성형, 여성형, 젠더 중립적 접미사이다. 전시의 제목 “Xican–a.o.x. Body”은 미국의 멕시코계 사람들의 문화적 정체성 문제를 다루는 동시에 신체와 성적 정체성의 다양성을 아우르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전시는 다양한 민족적, 문화적, 인종적, 성적 정체성의 남미계 작가들을 소개하며, 그들의 예술의 탈식민화되고 창조적인 면모에 주목한다. 1960년대 후반부터 현대까지 멕시코계 문화와 예술의 다양한 장르를 한데 모아 70여 명 작가와 콜렉티브의 125개 작품을 선보이며, 전시되는 작품은 자동차, 시, 도자기, 회화, 사진, 조각, 영화 등 대중예술과 전통적인 고급 예술을 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