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갤러리에서는 8월 30일부터 10월 22일까지 아니쉬 카푸어 (b. 1954)의 개인전이 진행된다.
아니쉬 카푸어는 스테인레스, 물감 등 재료의 물성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실험하여 감각적인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작품들을 공개해 왔다. 더불어 한국에서는 리움 미술관 야외공간에 설치된 두 개의 작품 <큰 나무와 눈> (2011) 과 <하늘 거울> (2012)로 친숙한 작가이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아니쉬 카푸어의 조각, 회화, 검정 작품 연작 등의 모든 작품군이 총망라되어, 국제 갤러리의 K1, K2, K3에서 전시된다. K3에서는 거대한 조각 4개를 볼 수 있는데, 검정과 빨강으로만 이루어진 단순하고도 거친 형태의 조각들은 벽면에 붙어 있지만 전면으로 돌출되어 관객을 압도한다. K2에서는 회화 작품들이 전시장의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핏빛의 덩어리진 물감들이 캔버스 위에 불규칙적으로 올라가 있어 회화이지만 부조와 같이 입체감이 두드러진다. K1의 바깥쪽 공간에서는 문 혹은 창문을 암시하는 작은 크기의 과슈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고, 안쪽에는 카푸어의 대표적인 검정색을 사용한 검정 작품 연작들을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빛을 흡수하는 카푸어의 검정은 극도의 차분함을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불안감을 자아낸다.
이처럼 작품을 휘감고 있는 붉은색, 검정색 등의 색상들과 내장을 연상시키는 조형감은 강렬한 경험을 선사한다.
* 국제 갤러리에서는 아니쉬 카푸어의 개인전과 함께 8월 30일부터 10월 8일까지 K1, K2, K3 근방의 국제 갤러리 한옥에서 양혜규 작가의 개인전 “동면 한옥”을 공개한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는 9월 4일부터 11월 4일까지 도널드 저드(Donald Judd, b. 1928)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도널드 저드는 미니멀리즘 작품들을 통해 20세기 후반 미술의 지형적 변화를 만들어낸 작가이다. 작가는 주관성을 최소화한 단순한 형태들로 작품들을 제작하여 입체감, 공간감, 실재감 등을 작업의 핵심으로 삼았다.
저드의 30여 년의 경력을 회고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적인 조각들만 아니라 회화 두 점과 20점의 목판화 한 세트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두 점의 회화는 모두 1960년에 제작된 것으로 저드가 1962년 캔버스 위를 벗어나 실제 공간에서 작업을 시작하기 바로 직전에 제작된 것이다. 따라서 이 회화가 저드의 3차원 작품들과 맺는 연관성을 생각해 보며 작품들을 관람해볼 수 있다. 더불어 판화는 저드가 1960년대 초반 작업 경향을 3차원 작품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유일하게 계속해서 사용하던 2차원 매체이다. 이번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목판화의 경우에는 저드가 1991년 한국에 방문해 한지를 발견하고 이를 작품에 적용한 것으로, 화려하고 다양한 색상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도널드 저드의 아들이자 저드 재단의 공동 대표인 플래빈 저드(Flavin Judd)에 의해 기획되어 작가의 작품들을 면밀히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는 이주요(b. 1971) 작가의 개인전 “백 개의 카트와 그 위에”를 8월 31일부터 10월 27일까지 선보인다. 바라캇 컨템포러리는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바라캇 서울 소격동 본관(서울 종로구 삼청로 58-4)으로 이전했다.
이주요 작가는 임시적이고 가변적인 일상 속 재료를 활용해 환경과 결합할 수 있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처음 공개한 이후 계속해서 실험해 온 작품 <러브 유어 디포> (2019-)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일종의 개방형 수장고인 이 작품은 전시 이후 보관되기 어려운 작품들, 혹은 전시되지 못한 작품들 등 다른 환경에 수집·보관되지 못한 채 주류 미술시장에서 소외된 작품들을 보관한다. 이번 전시 속 <러브 유어 디포>에 보관된 작품들은 작가 개인의 작품을 넘어서 김세은, 김우조에, 노영신, 전우경, 정서영, 정지현과 같은 동료 작가의 작품들로 확장되었다. <러브 유어 디포> 중 평면 작품 관람의 효율성을 높이게끔 설계된 <페인팅 플레이트>(2023)와 천천히 돌아가며 느린 속도로 사면의 작품들을 모두 보여주는 <턴 디포>(2021-2023)는 작품 간의 새로운 연대를 가능하게 한다.
작가는 상업 갤러리가 <러브 유어 디포>의 최종 목적지라 이야기한 바 있다. 이주요 작가의 10년 만의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그동안의 궤적을 따라가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