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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술 매체, 글로벌 현대 미술계에 영향을 미친 한국인 5명 조명

Left to right: Hyun-Sook Lee, Founder and Chairwoman of Kukje Gallery; Byung-Chul Han, philosopher and cultural theorist; Doryun Chong, Deputy Director and Chief Curator of M+ in Hong Kong; artist Anicka Yi; and RM, the leader of the K-pop group BTS. 

모든 분야가 그렇듯, 미술 세계도 매우 복잡한 네트워크로 서로 얽혀 있다. 미술계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 이들 작품이 어떠한 맥락에서 어떠한 중요성을 갖는지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미술관, 미술 시장에서 작품과 작가를 알림으로써 이들의 입지를 높이고 작품을 판매하는 갤러리, 시장에서의 정당한 작품가의 기준을 세우는 경매 회사, 미술에 대한 애정으로 재단을 세우는 기업가, 개인적인 취향을 위해 작품을 수집하는 컬렉터, 작가의 작품 활동을 유지하고 미술계가 상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비영리 단체, 이들을 후원하는 정부 기관 등 수많은 구성원들이 맞물리며 돌아가고 있는 곳이다.

현대 미술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조명하기 위해 해외 미술 매체들은 한 해의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인들을 선정하기도 한다. 일례로 미국의 아트뉴스는 지난 10월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컬렉터 ‘탑200’을 발표해 한국인 컬렉터로서는 글로벌세아 그룹의 김웅기 회장과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서경배 회장 2명을 선정한 바 있다.

최근에는 아트리뷰와 아트넷이 현대 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친 미술 관계자와 애호가들을 선정해 발표했다.

1948년에 설립된 영국 런던기반의 아트리뷰는 2002년부터 20년 간 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계 인물을 소개하는 ‘파워 100’을 발표해 왔다. 12월 1일에 공개된 2022년의 ‘파워 100’에는 4명의 한국 및 한국계 인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와 더불어 미국 매체인 아트넷은 2020년에 처음 혁신가 목록을 발표해, 작가, 딜러, 컬렉터, 기업가 등 미술 시장에 영향력을 끼친 인물을 소개했는데, 올해 두 번째 목록을 발표해 한국인 한 명을 포함시켰다.

Top: ruangrupa, Jakarta-based artist collective and Artistic Directors of Documenta 15. Courtesy of ruangrupa.
Bottom: Cecilia Alemani, Curator and Artistic Director of the 59th Venice Biennale. Photo by Andrea Avezzù. Courtesy of La Biennale di Venezia.

아트리뷰의 ‘파워 100’은 오늘날 전 세계 미술계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간주되는 인물들이 지역을 넘어선 영향을 보여 줬는지를 살펴보고, 지난 12개월 동안 가시적이든 비가시적이든 어떠한 형태로 꾸준히 활동해 왔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올해 ‘파워 100’에서 1위는 도큐멘타를 이끌었던 자카르타 기반의 작가 그룹 루앙그루파가 이름을 올렸다. 2위로는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를 이끌며 여성 초현실주의 작가를 여성 그리고 젠더 비순응 현대 미술 작가들과 엮은 체칠리아 알레마니가 선정되었다.

한국인으로서는 75위에 국제갤러리의 이현숙 대표가 유일하게 올라갔으며, 한국계 인물로는 48위로 철학가이자 문화 이론가 한병철, 56위에 M+정도련 부관장이 관장인 수한야 래펄과 함께 이름을 올렸고, 57위로 작가인 아니카 이가 올라갔다.

Hyun-Sook Lee, Founder and Chairwoman of Kukje Gallery in Seoul. Photo by Jisup An. Courtesy Kukje Gallery, Seoul.

국제갤러리의 이현숙 대표는 2015년부터 꾸준히 ‘파워 100’에 등장해 매년 이름을 올렸다. 1982년에 갤러리를 연 이현숙 대표는 국제라는 갤러리명에서도 알 수 있듯, 한국과 국제 미술계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 왔다. 그는 다양한 예술가들을 한국 대중에게 소개해 왔을 뿐만 아니라 올해 베네세 상을 수상한 양혜규 작가와 같은 영향력 있는 예술가들이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돕고, 미술 사조로서 단색화의 입지를 세우는 데 일조했다.

올해 프리즈 서울이 개최되어 한국 미술 시장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국제갤러리의 활동 영역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트리뷰 ‘파워 100’이 공개된 이후 발표된 소식으로 해당 내용은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국제갤러리는 첫 해외 지사를 프랑스 파리에 연다고 지난 1일에 밝힌 바 있다. 파리 지사는 루브르 박물관과 퐁피두센터와 같은 미술관들이 모여 있는 방돔 광장에 연다.

국제갤러리 파리 지사의 기획 및 운영 등을 총괄하는 송보영 부사장은 “국제갤러리의 이번 확장은 제1회 파리+의 성공적인 개최로 촉발된 파리 미술 시장 전반의 활기를 이어가는 데 일조하며 한국 미술의 가치를 유럽에 더욱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Byung-Chul Han, philosopher and cultural theorist. Courtesy Byung-Chul Han and ArtReview.

한병철은 한국에서 출생해 현재 독일에서 활동하는 철학가이다. 국내에서는 2010년에 나온 ‘피로사회’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불러온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주도의 사회 속에서 인간 주체들이 직면하는 다양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성(性), 자유, 대중 문화, 특히 소진증후군, 우울증,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와 같은 정신 질환의 상황으로 현대 사회를 설명하는 저서를 다수 출간해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다.

그의 많은 저서 중에서 “사물의 소멸”은 모든 사물이 정보로 치환되어 사라져 가는 시대에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비판했다. 이 저서는 현대 예술계에도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올해 출간한 “인포크라시: 디지털화와 민주주의의 위기”에서 그는 오늘날 현대인이 직면한 위험은 우리가 실제로는 감시, 조정, 통제당하고 있음에도 자유롭다는 착각을 하는 데에 있다고 주장한다.

Suhanya Raffel & Doryun Chong, director and chief curator of Hong Kong’s M+ museum. Photo by Winnie Yeung @ VISUAL VOICES. Courtesy M+.
Suhanya Raffel & Doryun Chong, director and chief curator of Hong Kong’s M+ museum. Photo by Winnie Yeung @ VISUAL VOICES. Courtesy M+.

홍콩의 M+는 ‘아시아의 현대 시각 예술 문화를 선보이는 최초의 미술관’을 표방한다. 수한야 래펄 관장과 정도련 부관장은 M+ 를 개관하고 운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미술관은 개관 준비 단계에서부터 중국의 정치적 상황과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많은 난항을 겪어 왔다. 미술관은 건설 과정과 인사 문제로 인해 개관일이 계속해서 미뤄지다 2021년 11월에 드디어 문을 열었다. 그러나 2022년 1월 코로나19로 인해 다시 문을 닫았던 바 있으며, 중국 정부가 정부 비판에 대한 검열을 목적으로 시행한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정치적 색채가 강하다는 이유로 전시되었던 작품 3점을 내려야만 했다. 그럼에도 래펄 관장과 정도련 부관장이 이끈 M+는 더욱 다양한 아시아 예술을 선보이기 위해 아시아 예술가들의 활동을 체계적인 맥락에서 선보이고 있으며,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도쿄의 모리 아트 뮤지엄, 상하이의 파워 스테이션 오브 아트 등 여러 미술 기관과 협업하며 네트워크를 쌓고 있다.

Artist Anicka Yi. Courtesy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New York.

2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계 미국인 아니카 이 작가는 기술, 화학과 생물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개념적 예술을 펼친다. 2021년에는 영국 테이트 모던의 터바인 홀에서 자율적으로 전시 공간을 떠다니는 거대 기계 생명체 ‘에어로브’를 12개 전시해 관객들에게 반응하는 “기계 수족관”을 선보였으며, 올해 밀라노의 피렐리 항가비코카에서 열린 그의 회고전에서는 또 다른 대안적 생태계를 제시하기 위해 미세한 토양 박테리가 성장하는 모습을 전시했다. 해당 작품들은 점점 기계와 기술이 인간을 대신하고 모든 게 디지털화되어 가는 세상 속에서 인간, 식물, 동물, 유기체 그리고 기계의 상호 연결성을 인식하고자 시도한 것이다. 아니카 이는 올해 글래드스톤 갤러리 한국 지점과 뉴욕 지점에서 개인전을 펼쳤으며, 테드 토크에도 참여하여 기계, 인공 지능 그리고 첨단 기술의 미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좀 더 유기적이며 생물적인 것으로 바꾸고자 시도했다.

RM, leader of BTS. Concept photo for his solo debut album "Indigo." ©Big Hit Music, Seoul.

아트넷은 나이와 장르, 출신지에 제한을 두지 않고 미술 시장에 다방면으로 영향력을 보인 인물을 소개하기 위해 전 세계에 포진한 50 명의 미술 전문가에게 110명의 인사를 추천을 받았으며, 이 중 자신만의 방향성을 갖고 획기적인 활동을 통해 미술 시장의 미래의 방향을 제시한 35명의 혁신가를 선정했다.

그중 한국인으로는 케이팝 그룹 BTS의 리더 RM이 한국의 열렬한 작품 컬렉터이자 예술후원가로 소개되었다. 그는 카우스와 타카시 무라카미와 같은 국제적 해외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김종학, 권진규, 이배, 윤형근 등 많은 한국 작가의 작품을 구매한 컬렉터이다. 또한 개인 SNS에 크기와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미술관을 소개함으로써 미술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다. 

RM은 2021년에는 본인의 생일을 맞이하여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재단에 1억 원을 기부했다. 해당 기부금은 절판돼 구하기 힘든 우리 작가를 소개하는 미술책과 재발행이 필요한 자료 제작을 후원하는 데 쓰였다. 제작된 도서는 전국의 공공도서관 및 산간 지역의 초·중·고등학교 도서관에 기증되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미술 책방에도 비치돼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그는 2023년 2월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LACMA)에서 진행하는 한국근대미술 전시 “사이의 공간: 한국미술의 근대”의 오디오 가이드 녹음에 참여했다. 또한 최근에 발매한 개인 앨범 ‘인디고(Indigo)’에는 ‘한국 단색화의 거목’이라 불리는 고 윤형근(1928~2007) 화백의 작품 ‘청색’과 함께 찍은 사진과 작가의 음성을 녹음한 노래를 공개해 단색화를 대중적으로 더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지난해와 올해 “국외 소재 문화재 보존·복원에 써 달라”며 1억씩, 총 2억 원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기부해 국외 소재 문화재 보존·복원에 기여한 공로로 문화재청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해당 기부금은 LACMA가 소장하고 있는 조선 시대 활옷을 보존·복원하고 한국 회화 작품을 알리는 도록 제작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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