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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실 작가, 원초적 욕망과 사회적 금기가 충돌하는 세계

Lee Eunsil, 'Tangle,' 2019, Colors and ink on Korean paper, 59.7 × 136 cm.

이은실(b. 1983) 작가는 한국의 전통 채색 기법을 이용해 작업한다. 한지를 여러 겹 배접하여 두껍게 만든 장지에 석채를 세필로 여러 번 그리는 작가의 작품은 기법과 재료로 보았을 때 전형적인 전통 한국화 같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매우 색다르다. 전체적인 그림의 분위기는 선명함과는 거리가 멀다. 아교반수 처리를 한 장지에는 음습한 기운이 화면 전면으로 번져 나간다. 뿌연 안개 속 같은 장면은 어딘지 불길해 보이기까지 한다.

한발 더 다가가 그림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내용이 너무 도발적이어서 민망해질 때도 있다. 어두운 녹빛의 축축한 밤 풍경 속에는 그와 대비되는 황금빛 털을 가진 호랑이들이 배회하며 교미 행각을 벌인다. 때로는 남녀의 성기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기도 하고 생식기 형상과 그를 암시하는 호랑이 꼬리, 돌기둥과 지형이 등장한다. 전통 가옥에서 가져온 건축적 구조물은 안팎의 공간을 구분 지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관음하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Lee Eunsil, 'BIONIC PENIS, PRESS THE BUTTON!,' 2019, Colors and ink on Korean paper, 245 × 540 cm

호랑이, 건축적 구조물, 자연물 등 각종 모티프들은 인간의 본능과 문명 사이의 갈등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가 은유적으로 사용하는 대상들이다. 작가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 억눌린 감정과 내면의 갈등 같이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행위, 태도, 형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포르노그래피의 그것처럼 외설적이기보다는 매우 노골적이고 적나라하다.

본능과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는 욕구이지만 우리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그를 표현하는 데 제약을 받는다. 억눌린 개인의 욕망은 짓눌려 무의식에 응축되고 때로는 곪아 뒤틀린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심리를 성(性), 공간 그리고 정신적 분열이라는 세 키워드를 통해 표현한다.

Lee Eunsil, 'The inside of ⌜Into the hole⌟,' 2009, Colors and ink on Korean paper, 225 × 170 cm

성(性)에 대한 욕망은 그의 초기작부터 드러난다. 그는 또한 성적 역할이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모습과 관계로 나타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초기작 중 ‘망望’(2005)에는 호랑이와 사슴이 등장한다. 호랑이는 사슴을 겁간한 후인 듯 성기를 늘어트리고 있고, 쓰러진 암사슴은 피를 흘리며 앞쪽 호랑이를 바라본다. 그림 속 두 당사자의 복잡한 심리적 흐름이 묻어난다. 이후에 그려진 ‘밤의 달’(2017)이라는 작품에는 동물인지 털이 덮인 유사인간인지 알 수 없는 두 존재가 한참 성교가 진행 중인 장면을 그렸다. 마치 보지 말아야 할 것 같은 장면을 여실하게 보여 주고 있다.

Lee Eunsil, 'Packed,' 2019, Colors and ink on Korean paper, 160 × 46 cm

한옥의 건축 구조물은 작가의 작품에서 화면을 나누고 시선의 흐름을 잡아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구조물은 안팎을 구분해 주는 장치이다. 집 안은 안락한 장소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를 가두고 경계를 긋는 선이 되기도 하며, 은밀한 행위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가려 주는 벽이 되기도 한다. 구조물에 달린 창문은 외부에서 내부를 바라볼 수 있는 통로가 되어, 자유롭지만 위험한 바깥 세계와 갇혀 있지만 안락한 안쪽 세계를 연결한다. 때로는 구조물의 각도에 따라 관람자는 마치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마치 몰래 훔쳐보는 듯 금기된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이은실 작가의 최근 작업들은 정신적 불안감과 긴장감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최근 작업들은 이전에 비해 좀 더 추상적이고 은유적인 모습을 갖는다. 여전히 성기와 신체 장기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마치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한 듯하다. 작가는 사회적 틀과 원초적 본능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자아가 결국 분열해 버리는 ‘나’의 모습을 그린다. 여기저기 흩어진 구조물들은 시공간 속에 해체되어 둥둥 떠다니고, 그 안에서 자아는 분해되어 버린 채 왜곡되고, 분열되고, 중첩된다.

Artist Lee Eunsil. Courtesy of the artist.

이은실(b.1983) 작가는 P21(2021, 서울), 유아트스페이스(2019, 서울), 두산 갤러리(2016, 뉴욕),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다방(2010, 서울), 대안공간 풀(2009,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코리아나 미술관(2020, 서울), 송은아트스페이스(2019, 서울) 등에서 여는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9년 제19회 송은미술대상 우수상을 받았고, 2014년 리움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아트스펙트럼 2014”에 참여한 바 있다. 또한 2020 송은 아트스튜디오, 2018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2016 두산아트센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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