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프리즈의 첫 아시아 페어가 열린 것과 더불어 최근 몇 년 간 한국의 문화예술계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전 세계 미술계는 한국이 홍콩에 이어 차기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시아 미술계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비단 수준 높은 미술 시스템이나 우수한 교통 및 운송 인프라나 거래에 유리한 세금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진정한 의미에서 아시아 미술계의 중심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에만 머물던 시선을 아시아 지역으로 돌려 다양한 아시아 문화권을 수용하고 나아가 여러 얼개로 얽힌 아시아 문화 예술의 맥락을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새로운 방향으로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국내 미술계는 이 흐름에 발맞추어 아시아를 중심으로 동시대 예술을 바라보는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는 9월 1일부터 11월 20일까지 “춤추는 낱말”전을 개최한다. 2014년부터 ‘비서구 지역 전시 시리즈’를 추진해 온 서울시립미술관은 올해 아시아를 조명한다.
전시는 아시아 지역에 기반을 두거나 아시아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다뤄 온 여러 국가 출신의 작가, 기획자, 연구자, 음악가 등 14 작가 및 팀이 참여하며 작품으로는 드로잉, 콜라주, 영상, 퍼포먼스, 워크숍, 라디오 송출 등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에서 말하는 아시아 정체성은 국가, 인종, 민족에 국한되지 않으며 단일한 지역적 정체성을 모색하지도 않는다. 다만, 전시는 아시아 지역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고유한 특성을 중심으로 여러 담론과 사유가 이뤄지는 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아시아’적인 것으로 수렴될 수 있는 특정한 생각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꾸려졌다.
전시는 한 편의 시를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그 시에 나오는 낱말과 시구는 출품된 작품에서 발췌하거나 참여 작가의 말을 선별하여 재배열한 것이다. 미술관에 따르면 전시는 참여 작가 공동의 심상을 담은 대중의 노래이자 저항 언어로 해석하며, 아시아를 둘러싼 문화적·집단적 현상을 조망할 수 있는 매개이다.
참여 작가들은 식민, 독재, 개발 등 다사다난한 근현대 역사를 지닌 아시아의 정치, 사회, 문화 운동의 현상을 포괄하는 작품을 만들어 어떻게 아시아라는 고유성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집단으로서 연결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을 탐구한다.
참여 작가 중 한국 작가로는 영상, 조각, 설치 등을 통해 전통을 동시대의 관점에서 동시대 재해석하고 회화를 재정의하는 강서경 작가, 권력적 위계 구조를 허물고 ‘동등성’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고자 설치, 퍼포먼스, 드로잉, 자수,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는 홍영인 작가, 그리고 사진을 통해 여성 또는 사랑을 바라보는 사회의 다양한 시각을 다루는 작업을 하는 황예지 작가, 그리고 아시아의 실험/즉흥/독립 음악의 음향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프로젝트 에이 멜팅 팟이 있다.
그 외에 다나카 고키, 티파니 샤, 출라얀논 시리폰, 좀펫 쿠스위다난토, 헤라 찬&에드윈 나스르와 사샤 카라리취, 캠프 등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리움미술관에서는 2022년 9월 2일부터 2023년 1월 8일까지 “구름산책자”전을 진행한다. 전시는 동시대 미술을 비롯해 건축, 디자인,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24명의 작품 45점을 선보인다.
최근 기후 위기나 팬데믹,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지난 한 세기 동안 만들어진 가치 체계가 변했다. 리움 미술관은 지역과 국가를 넘어 더 넓은 시각으로 새로운 문화적 연대를 추구할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해 아시아라는 지역이 앞으로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며 예술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지 재고하고자 기획되었다.
전시에서 말하는 구름은 기후적, 공상적, 하이퍼링크적 의미를 아우르는 말로 21세기에 도래한 새로운 사회 문화적 환경을 은유한다. 전시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작가들의 생각이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가상의 플랫폼으로서 기능한다.
이 플랫폼을 자유롭게 활보하는 작가들은 산책자나 실천가 그리고 공상가로서 오늘날 그리고 미래 사회의 문제를 비판적이면서도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이들은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아시아라는 공통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지속적으로 공존하기 위한 방법을 상상하고 연구하며, 현실과 가상이 교차하는 공감각적 세계를 제시한다.
참여 한국 작가로는 문경원, 백현진, 현남, 홍민키 작가가 있다.
그외에 그리고 연진영 디자이너, 에스티피엠제이 건축사무소와 김초엽 소설가와 WKND 랩이 참여했으며, 쿠마 켄고, 돈 탄 하, 카타기리 카즈야, 모토구오, 아지아오, 트로마라마, A.A. 무라카미, 로렌스 렉 등 다수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