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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진작가를 조명하는 일우사진상, 제13회 수상자는 김승구, 기슬기, 문선희 작가

한국 현대 사진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일우사진상은 올해 출판 부문에 김승구, 전시 부문에 기슬기, 보도·다큐멘터리 부문에 문선희 작가를 선정했다.

From left to right: the winners of the 13th Ilwoo Photography Award: Seunggu Kim (publishing category), Seulki Ki (exhibition category), and Moon Seonhee (documentary category).

사진을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이미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진은 가장 대중적인 장르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점 때문에 예술 작품으로서 인정받기 가장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다. 외부 세계의 재현이라는 사진의 본래 기능과 작가의 생각과 철학을 구현하려는 미술로서 사진의 역할이 혼동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진을 동시대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와 작가만의 새로운 표현 방식과 철학적 사유를 담는 작가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진그룹의 일우재단에서 2009년에 제정한 일우사진상은 동시대에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사진작가들의 활동을 조명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올해 13회를 맞이했다.

제13회 일우사진상 수상자로는 출판 부문에 김승구 작가, 전시 부문에 기슬기 작가, 다큐멘터리 부문에 문선희 작가가 선정되었다.

제13회 일우사진상의 국제 심사위원으로는 프랑스의 사진사학자이자 이론가인 미셸 프리조(Michel Frizot)와 사진과 기술 중심 예술을 선보이는 이탈리아의 MAST 재단 큐레이터인 우어스 슈타헬(Urs Stahel) 위원이 참여했으며, 국내 심사위원으로는 박평종 사진 평론가, 박상우 서울대 미학과 교수, 박지선 아트바젤 한국 VIP 대표가 참여했다.

Exhibition view: Seunggu Kim's solo exhibition in "Bam Islet" at KT&G Sangsangmadang, Seoul. (August 14, 2019 - September 22, 2019).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institution.

김승구 작가는 한국 사회 특유의 여가 문화를 담아낸 ‘Better Days’를 통해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특히 그는 2010년대부터 한강변 수영장과 눈썰매장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 축제 현장에서 발견 가능한 여가 문화를 포착함으로써 작업의 일관성과 높은 탐구 정신으로 호평을 받았다.

김승구 작가는 연출이나 합성 없이 카메라의 기본 기능을 가지고 한국의 사회, 문화, 정치 등 다양한 모습을 함축적으로 담아낸다. 그는 한국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들어온 다양한 모습을 여가 문화를 중심으로 기록하며, 그 과정에서 생긴 한국 사회의 모순과 부자연스러움을 프레임에 담는다.

‘Better Days’는 긴 노동 시간과 짧은 여가 시간이라는 불합리한 환경 속에서도 낙관적 모습을 한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한다. 장마철 홍수로 잠긴 한강공원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리버사이드’도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다. ‘밤섬’은 도시 개발을 목적으로 폭파된 후 출입 통제로 인해 자연에 의해 복원된 밤섬의 모습을 포착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그렸다.

김승구(b. 1977) 작가는 KT&G 상상마당 갤러리(서울, 2019), 코리아 소사이어티(뉴욕, 2019), BMW 포토 스페이스(부산, 2017), 탈영역우정국(서울, 2016), 송은아트큐브(서울, 2015)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또한 작가의 작품은 러시아의 푸시킨 미술관(모스크바, 2022), 현대사진미술관(시카고, 2020),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서울, 2022, 2018), 경기도미술관(안산, 2017), 고은사진미술관(부산, 2017) 등에 소장되어 있다.

Seulki Ki, 'Reflection in your eyes,' 2022, Achival Pigment print, wood frame, glass, 150×10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일우재단은 기슬기 작가에 대하여 직업 역량이 탄탄하고 주제 집중력이 뛰어나며, 기존 전시에서 보여 준 공간 구성력과 연출력이 탁월하다고 호평했다. 또한 ‘Photography, Illusion, Space(사진, 일루젼, 공간)’ 작업으로 사진의 재현력, 시각의 가능성과 한계, 실재와 가상의 경계 등의 문제에 질문을 제기했다고 평가했다.

기슬기 작가는 사진에 설치나 퍼포먼스와 같은 다른 장르를 접목하여 외부 세계를 습관적으로 감각함으로써 생기는 오차에 주목한다. 특히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감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경기도미술관의 “달 없는 밤”전에 참여했던 작가는 사진, 일루젼, 공간을 키워드로 빛과 빛이 충돌하며 생긴 레이어의 중첩을 보여 주는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되어 있는 기존의 사진을 다시 사진으로 찍고, 그것을 감상하는 관객의 모습이 유리에 비치는 모습까지 한 프레임으로 쌓으며 오류의 메커니즘을 탐구했다.

작가는 사진의 원본 이미지를 변형하거나, 사진을 자르거나 꼴라주하는 방식으로 사진 속 공간을 변형시킨다. 이로써 작가는 본다는 행위를 새로운 경험으로 제시하며 나아가 프레이밍과 포착, 인화 등 사진 촬영의 과정을 조명하여 사진을 감상할 때 간과되는 지점을 부각시킨다.

기슬기(b. 1983) 작가는 두산갤러리뉴욕(뉴욕, 2018), 두산갤러리서울(서울, 2017), 스페이스K(서울, 2015), 갤러리조선(서울, 2013)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경기도미술관(안산, 2022), 일민미술관(서울, 2021), 경남도립미술관(창원, 2021)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과천, 2015), 국립신미술관(도쿄, 2015), 제주도립미술관(제주, 2015),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서울, 2018) 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기슬기 작가는 2015년 두산아트랩 전시 선정 작가였으며, 2013년 서울시립미술관 SeMA의 신진작가에 선정된 바 있다.

Moon Seonhee, '묻다 (ask),' 2015, C-print, 50x50 cm. Courtesy of the artist.

보도·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자인 문선희 작가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 생명의 근원적 문제에 초점을 맞춰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로 조성된 매몰지를 촬영한 ‘묻다’, 고라니를 소재로 한 ‘널 사랑하지 않나’ 등의 작업을 해 왔다. 일우재단은 문 작가가 가진 감성과 유려한 이미지를 만드는 디테일한 능력을 호평했다.

문선희 작가의 작업은 인간 중심적 사고로 인해 훼손된 생명의 존엄성,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 사회 속에 사라진 기억의 단면을 사진으로 풀어낸다.

대표 작품으로는 살처분 매몰지를 주제로 한 ‘묻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이들의 기억을 시각화한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 고공농성 장소를 기록한 ‘거기서 뭐 하세요’ 연작 등이 있다.

문선희(b. 1978) 작가는 예술공간 집(광주, 2019), 시민청갤러리와 공간291(서울, 2017), 은암미술관(광주, 2016)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드영미술관(광주, 2021),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광주, 2018),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광주, 2018)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또한 광주 옛 국군광주병원에서 개최한 제13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MaytoDay”(광주, 2021)에 작품을 전시했다.

출판 부문 작가인 김승구 작가에게는 작품집 출판과 일우 스페이스에서 전시를 위한 경비 등 약 4,400만 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전시 부문의 기슬기 작가는 올 하반기에 일우 스페이스에서  전시 기회를 얻으며 상금 및 경비 약 2,000만 원을 받는다. 보도 및 다큐멘터리 부문으로 수상한 문선희 작가에게는 총 2,000만 원 규모 내에서 전시 또는 출판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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