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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2024년 전시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은 1995년 자르디니 공원에 가장 마지막으로 건립된 국가관이다. 당시 한국관은 국가관을 유치하기 위해 대기 중이던 23개 국가를 제치고 세워졌다. 2024년 한국관 전시는 야콥 파브리시우스와 이설희의 공동 기획으로 구정아 작가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Jacob Fabricius (b. 1970), director of Art Hub Copenhagen, and Seolhui Lee (b. 1987), curator at Kunsthal Aarhus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이 생긴 이래 첫 공동 예술 감독이 선정됐다. 내년에 펼쳐질 예정인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는 덴마크 아트 허브 코펜하겐 관장인 야콥 파브리시우스(b. 1970)와 덴마크 쿤스트할 오르후스 큐레이터 이설희(b. 1987)가 기획한다.

야콥 파브리시우스 관장은 덴마크를 중심으로 스페인, 스웨덴, 프랑스 등 유럽 예술 기관 등지에서 전시를 기획해 왔다. 또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덴마크 쿤스트할 오르후스 예술 감독으로 지냈고 2020년 부산비엔날레 전시 감독을 지낸 바 있다. 이설희 큐레이터는 2020년 부산비엔날레 전시 팀장으로 활동했으며,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를 지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에 따르면, 두 공동 감독은 ‘오도라마 시티(ODORAMA CITIES)’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국관 건물 전체를 ‘한국 향기 여행(Korean scent journey)’을 컨셉으로 구정아 작가의 신작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두 감독은 한국의 여러 도시를 대표하는 향을 제작‧설치하여 한국관을 친밀감 있고 관객이 몰입할만한 환경으로 변형시킴으로써 한국의 국가적 초상을 탐색하고자 한다. 전시에서는 건축적 공간에 향, 온도 등 비가시적인 요소를 덧붙여 시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구정아 작가 특유의 감각이 발현될 것이며, 한국관은 감각적인 경험을 양산하고 기억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장소로 기능할 것이다.

Koo Jeong A, resonance, 2020, 810 x 620 x 170(h) cm.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 감독은 지난번보다 약 6개월 앞당겨 선정되었으며 처음으로 외국인 기획자를 포함한 공동 감독 체제로 진행된다. 이는 지난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 감독 자리를 놓고 재선정과 해촉 논란이라는 잡음이 인 것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지난 비엔날레 당시 예술 감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 1명이 후보자 2명과 같은 기관 소속임에도 이를 알리지 않아 최종 결과가 전면 뒤집히고 재심의가 치뤄다. 이후 한국관 예술 감독으로 최종 선정된 이영철 계원예대 교수는 설치미술가 김윤철 작가와 팀을 이뤘으나 작가로부터 감독이 계약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진정서가 제기되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는 단편적으로 볼 때는 개개인의 문제였지만 거시적으로 볼 때 예술위의 조직적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Exterior view: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The Korean Pavilion – 58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La Biennale di Venezia. Courtesy of Arts Council Korea.

베니스 비엔날레는 ‘미술계의 올림픽’이라고도 불린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대규모로 개최되는 격년제 미술 행사로 1895년에 처음 시작으며, 1960년대부터는 여러 국가관을 갖춘 국제적인 미술 전시로 명성을 이어왔다. 베니스 비엔날레의 국가관들은 대체로 정부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의 기준으로 본다면 19세기의 내셔널리즘이 남아 있는 행사이기도 하지만 120년도 훌쩍 넘은 역사와 전통으로 여전히 현대 미술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베니스 비엔날레, 특히 모든 국가관이 모여 있는 자르디니 공원에 국가관을 세우기를 희망한다. 현재 유네스코 문화재인 자르디니 공원에는 총 29개국의 국가관이 있다. 그중 한국관은 1995년에 세워진 국가관으로, 당시 국가관을 유치하기 위해 대기 중이던 23개 국가, 그것도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과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많은 아르헨티나같은 유력 후보자들을 제치고 자르디니의 마지막 국가관으로 건립되었다.

Partial exhibition view of GYRE, The Korean Pavilion – 59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La Biennale di Venezia. Photo: Studio Locus Solus. Courtesy of the Yunchul Kim.

한국관이 세워지기 전에는 한국미술협회가 이탈리아관 별관 일부를 대여하여 1986년, 1988년, 1993년 총 3회에 걸쳐 비엔날레에 참여했으나 비엔날레에 대한 한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1993년 이후에나 이뤄졌다.

1993년은 백남준 작가가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에 참여하여 황금사자상을 수상하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관을 세우는 앞장서기 시작한 해이기도 했다. 그는 무궁무진한 예술적 잠재력은 있으나 아직 베니스 비엔날레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한국의 상황을 안타깝게 여겼다.

백남준 작가의 노력과 더불어 다양한 이들의 노력과 사회적 변화가 맞물리면서 비엔날레에 대한 한국의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급격한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국제 사회로 진입하고자 하는 욕구가 컸다. 특히 1993년 ‘문민정부’는 세계화를 내세웠던 정권으로서 문화 예술을 통한 세계 진출의 중요성을 깨달아 가던 정권이기도 했다.

한국의 경제 성장은 세계 진출의 열망과 더불어 문화 예술 예산의 증가를 가져왔으며 한국 정부는 1990년대부터 문화 예술 정책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체계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일례로 1987년에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1990년에는 문화부가 창설되었다.

Installation view: Yunchul Kim, Chroma V in GYRE, The Korean Pavilion – 59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La Biennale di Venezia. Photo: Studio Locus Solus. Courtesy of the artist.

주도적인 역할은 백남준 작가가 했지만 한국관 건립 이면에는 여러 작가, 평론가, 건축가 등 민간의 미술계 인사들과 더불어 정부 인사들도 존재했다. 당시에 이들은 베니스 시청의 담당자와 비엔날레 관계자들을 만나며 적극적으로 한국관 건립을 발의하며 물심양면으로 한국 정부의 의지를 전했다.

한국관 건립 한국의 노력으로만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탈리아의 미술사학자이자 평론가인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Achille Bonito Oliva)는 한국의 입장을 베니스에게 전달해 준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를 기획한 예술 감독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의 내셔널리즘을 축소시키고자 한 예술 감독이었으며 이후 한국에서는 서울아트페스티벌 심사위원 그리고 대전엑스포 재생조형관 전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한국 측에게 한국관 건립의 현실적 어려움을 알려 주는 한편 한국의 열망을 베니스와 비엔날레 측에 전달해 주기도 했다.

한국관이 선정된 결정적 배경에는 독일 통일이라는 당시 유럽의 상황이 있었다. 백남준 작가의 주도 하에 한국은 남북관 공동 운영을 제안함으로써 한국관의 중요성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 이후 자르디니 공원의 엄격한 규제를 따르며 한국관은 독일관과 일본관 사이, 원래 관리사무소와 화장실 자리에 세워졌다.

Night installation view: Cody Choi, Venetian rhapsody – the power of bluff, 2016-2017, Neon, LED, steel, canvas, PVC, 1243 x 1033 x 111cm. The Korean Pavilion - 57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La Biennale di Venezia. Photo by Riccardo Tosetto. Courtesy of the artist.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건립된 한국관은 이제 30년에 이르 역사를 써 왔다. 오랜 기간 운영되어 온 만큼 한국관이 지난 활동들을 되돌아보며 갈무리를 할 시점이기도 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관이 이제 단순히 한국의 문화 예술을 세계에 소개하는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비판한다. 또한 예술위가 한국관을 운영하기 위해 적절한 정책과 구조를 갖췄는지 살펴볼 때가 왔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이번 새로운 예술 감독 체제를 통해 한국관이 ‘우리 미술의 해외 소개를 위한 교두보’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 한국이 갖는 특수한 상황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동시에 동시대 미술 현장을 반영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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