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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MZ세대 컬렉터, 국내 미술 시장을 계속 견인할 것인가?

Cover image of "Analysis of Korean Millennial and Generation Z Art Collectors(한국 MZ세대 미술품 구매자 연구)," commissioned by the Korea Art Management Service (KAMS).

전 세계 미술 시장을 분석하는 아트 바젤과 UBS의 ‘아트 마켓 리포트 2022’는 한국 미술 시장 규모를 처음으로 다루며, 2021년 ‘전후 및 동시대 미술’ 분야에서 한국의 거래액이 전 세계 2%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한국 미술 시장 규모는 2021년에 9000억 원을 넘기며 2019년과 2020년과 비교했을 때 2배가 넘는 성장을 이뤘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한국 미술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추동한 주역이 바로 젊은 컬렉터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따라서 (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젊은 컬렉터들이 시장에 행사하고 있는 영향력과 소비 특성을 알아보고자 지난 9월 “한국 MZ세대 미술품 컬렉터 분석”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내놨다. 해당 연구 보고서는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주연화 부교수가 책임자로 진행했으며, 지난 11월 30일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진행한 한국 미술 시장 세미나에서 연구 내용의 요약본을 발제하기도 했다.

연구는 설문에 응답한 1,361명의 답변을 분석하고, 미술품 구매자 및 판매자와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미술품 구매 특성을 분석했다.

명확한 분석을 위해 응답자들을 네 개의 세대로 구분되었다. Z세대는 2005년생부터 1996년생까지, 밀레니얼 세대는 1995년생부터 1980년생까지, X세대는 1979년부터 1965년생까지, 그리고 베이비 부머 세대인 B세대는 1964년부터 1946년생까지로 설정되었다.

자료는 MZ세대의 미술품 구매 특성을 알아보고자 최근 3년(2019년~2022년) 이내 작품 구매 경력이 있는 컬렉터 중 MZ세대를 묶고 XB세대를 묶어서 둘의 특성을 비교 분석했다. 또한 MZ세대 중 최근 3년간 구매 총액이 1억 원 이상인 그룹을 MZ세대 상위 구매자로 설정해 이들의 특성을 알아보았다.

Kiaf PLUS 2022. Photo by Kiaf Operating Committee. Courtesy of Kiaf.

미술품 구매자의 인구통계적 특성을 분석했을 때, 모든 세대에 걸쳐 여성의 비중이 65%, 서울 거주자의 비중이 61.7%로 가장 높게 나왔다. 특히 MZ세대는 XB세대보다 여성의 비중이 높았는데, 63.1%로 남성보다 약 1.4배 많았다. MZ세대 상위 구매자에서는 그 비율이 약간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여성의 분포가 높았다.

근로 소득을 목적으로 일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82.1%로, 이들 중 ‘사무/엔지니어’가 23%, ‘전문직 종사가’가 19.5%로 가장 높게 나왔다. MZ세대의 경우도 ‘사무/엔지니어’가 21.6%, ‘전문직 종사자’가 30.4%로 가장 높게 나왔다. MZ세대 전체 구매자 소득은 500만 원 미만이 주를 이뤘으나, 상위 구매자는 월평균 50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자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간 구매한 작품 수를 살펴보면 전체 MZ세대는 7.5점, XB세대는 10.7점을 구매했으며, MZ세대 중 상위 구매자는 20.8점을 구매해 전체 MZ세대 구매자들보다 약 3배의 작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입한 작품의 금액대의 경우, MZ 세대 전체는 500만 원 미만에 집중된 반면, 상위 구매자는 1000만 원 이상, 그리고 5000만원 이상 비중이 80%를 차지했다. MZ세대 상위 구매자들 중 80% 정도가 총합 1억 원 이상에서 5억 원 사이에 해당하는 작품을 구입했으며, 5억 원 이상의 비중도 19.6%를 차지했다.

구입한 작품의 장르와 작가의 출신지의 경우 모든 세대에서 회화 비중이 높았고, 모든 세대에서 한국 작가에게 집중되었으나, MZ 세대 상위 구매자에서는 해외 작가, 특히 유럽과 미국, 블루칩 작가의 비중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MZ세대는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즉각적으로 이해 가능한 작품을 선호했다. 또한 가용 금액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은 드로잉과 에디션을 구매한 비중이 높았다. 반면, 상위 구매자는 조각을 구매하는 비중이 높았던 점이 주목할 만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경로로 작품을 구매할까? 전체적으로 MZ세대들은 아트 페어의 현장을 찾아 작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Z세대는 작가에게 직접 작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MZ 상위 구매자들은 국내 갤러리 이용 비중이 높았으며 아트 페어 이용 비율은 다른 MZ세대에 비해 낮았다. MZ 상위 구매자들은 옥션의 낙찰 정보를 참고하고 갤러리와 딜러의 추천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높았다. 이는 상위 구매자일수록 전문적인 기관에서 작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보았다.

Kiaf PLUS 2022. Photo by Kiaf Operating Committee. Courtesy of Kiaf.

이러한 경향은 향후 구매하고자 하는 작가와 희망 구매 경로에서도 드러난다. MZ 상위 구매자들은 해외 작가와 블루칩 작가 등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기를 희망했으며, 구매 경로로는 해외 갤러리를 이용할 의사가 높았다. 이들은 비교적 언어 장벽에서 자유로워 해외 갤러리를 통한 작품 구매 비율이 17%에 달했다. 상위 구매자에 해당하는 MZ세대들의 65%가 앞으로 작품 구매시 해외 갤러리를 이용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반면 MZ세대 전체를 포함한 다른 세대들은 해외 갤러리를 이용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20~30%에 머물렀다.

작품 구입 목적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세대가 작품이 좋아서 구매한다고 응답했지만, 두 번째 목적으로 MZ세대는 XB세대에 비해 공간 인테리어를 제시했다. 그중 상위 구매자는 장·단기 투자와 상속 목적이 높았다. 상위 구매자들 중 지난 10년 내에 작품을 재판매한 경험이 50%라는 점에서 투자에 대한 목적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MZ세대 상위 구매자에 대한 특성을 더 자세하게 파악하기 위해 연구 보고서는 약 1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다양한 판매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MZ세대 상위 구매자에 대한 특성을 대조했다.

심층 인터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 평균 2억 원 이상의 미술품을 사들인 상위 MZ 컬렉터가 가장 많았다. 10억 원 이상, 50억 원 이상이라고 답한 컬렉터도 있었다. 최고가 소장 작품은 3억에서 5억 대에 집중되어 있었고, 국제적 인지도가 있는 1974년 이후 출생의 초현대미술 혹은 단색화군의 국내 블루칩 작가의 작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상위 구매자들 중 작품을 재판매해 본 경험이 있는 경우, 모두 100%의 수익을 올렸다고 인터뷰했다. 그러나 판매자들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러한 수익은 상위 구매자들이 뛰어난 예술적 안목으로 작품을 구매한 결과보다는 최근 5년 사이 시장이 가격 상승 흐름을 탔기 때문인 것으로 보았다.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 결과 상위 구매자들은 인테리어 및 정서적 만족감, 투자 가치, 세제 혜택 등과 같은 경제적 이득 등을 두루 고려해 작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특히 가치 투자를 위한 작품 구매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앞선 안목에 대한 내용과 마찬가지로, 판매자들은 상위 구매자들이 작품을 구매할 때 미술사적 중요성, 미학적 완성도를 중시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이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Kiaf PLUS 2022. Photo by Kiaf Operating Committee. Courtesy of Kiaf.

MZ세대가 한국 미술 시장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이들은 작품을 구매하는 행위를 ‘힙’한 문화로 인식해 미술품 컬렉팅을 대중화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다만, MZ세대는 미술 시장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고, 상위 구매자를 제외하고는 미술 시장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전문 단체보다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많은 위험성을 안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MZ컬렉터 연구는 이러한 젊은 컬렉터들의 특성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해당 보고서가 아직 국내 미술 시장이 성장하고 있던 시기에 연구가 마무리되어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든 현재, 젊은 컬렉터들의 특성과 앞으로의 예상 경향의 부재가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연구 보고서가 발행되었던 9월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의 미술품 구매가 수십 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은 크게 수정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해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달러 이동이 이뤄지면서 주식, 부동산, 가상 자산 등이 폭락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단시간 내에 급격한 성장을 이룬 국내 미술 시장은 현재 조정기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헤럴드경제의 이한빛 기자가 내놓은 MZ세대 컬렉터들에 대한 분석은 눈여겨볼만 하다.

젊은 세대들은 재테크 등 투자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미술품도 그러한 맥락에서 컬렉팅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미술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지금, 많은 전문가들은 이들이 미술 시장에 계속 남아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젊은 컬렉터의 자산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가상 자산 시장이 크게 몰락했다. 이 때문에 미술 시장도 활력을 잃어 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바로 코인을 팔아 작품을 구매하던 컬렉터들이 꽤 있었다. 올해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 갤러리 대표의 인터뷰를 헤럴드경제의 기사가 인용했다.

운용 자산이 크지 않은 MZ세대들 사이에서는 조각 투자도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미술품 조각 투자 서비스를 ‘증권’으로 인정하면서, 테사, 서울옥션블루, 투게더아트, 열매컴퍼니 등 미술품 조각 투자 업체는 당분간 공동 구매를 중단하게 되었다. 이들은 6개월 내에 소비자 보호 조치를 마련해야 공동 구매를 재개할 수 있다. 따라서 조각 투자와 관련한 젊은 세대의 구매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Kiaf SEOUL 2022. Photo by Kiaf Operating Committee. Courtesy of Kiaf.

국내 미술 시장에서 MZ세대 컬렉터들의 파이에는 많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침체로 인해 이들의 소비가 위축되면 미술 시장 또한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구 보고서가 언급했 듯 젊은 세대는 개인 감상, 인테리어, 투자를 주 목적으로 미술품을 구입한다. 이들은 아직 미술품에 대한 미술사적 가치나 컬렉션의 다양한 구매 목적을 인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관심 대상이 등장하거나 목적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미술품 구매 규모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 미술 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든 현재, 안정적인 컬렉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미술 관련 기관들이 한국 현대 미술의 흐름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신뢰도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젊은 구매자들이 다양한 미술품 구매 사례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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