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TNOW

국내 레지던시 참여 작가의 작품으로 살펴보는 ‘일상’

아직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하기에는 이르지만 우리의 일상을 막았던 규제들이 점차 완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이전의 삶을 되찾아 가고 있다.

국내 미술계도 일상을 회복하기 시작한 지 오래다. 미술관들은 이제 예약제를 풀고 자유롭게 관람객을 받고 있으며, 미술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아지자 자연스레 거리가 먼 미술관과 아트 페어도 북적이게 되었다.

현재 빠르게 일상을 되찾아 가고 있는 만큼, K-ARTNOW.COM에서는 국내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있는 신진 작가들 중 일상 자체를 주제로 삼거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으로 작품을 창작해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작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Hoyeon Kang, 'Re-record Violet' at the MMCA Gwacheon. Photo by Aproject Company

강호연(b. 1985) –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강호연 작가는 2006년에 개관한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이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국내의 역량 있는 예술가 및 연구자를 양성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힘쓰고 있다.

강호연 작가는 일상적인 것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우리 주변에 있는 사물들을 재배치하여 가상적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즉, 작품을 통해 일상 또는 이상에 대한 유사한 감정을 일으키고, 나아가 현실 속에서 느껴지는 괴리감,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표현한다.

예를 들어, 2016년 주영국문화원에서 전시한 후에 국내 다른 미술관에도 선보였던 ‘캠프파이어’(2016)라는 작품은 가습기와 조명을 이용해 인공의 모닥불을 재현한 작품이다. 열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모닥불 형상의 설치 작품이지만 마치 실제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진행했던 “젊은 모색 2021”전에서는 한 방을 구현한 ‘리-레코드 바이올렛'(2021)을 전시했다. 한동안 유행하던 시티팝과 관련한 물건들과 서울의 야경 이미지를 배치해 방을 꾸몄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팬데믹 이전 한국의 호황기를 시각적, 청각적 감각으로 살려냈다.

강호연 작가는 금호미술관, 인사미술공간, 주영국문화원, 송은아트큐브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일민미술관, 경기도 미술관, 아마도예술공간, OCI미술관, 대전시립미술창작센터 등 다양한 기관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강호연 작가의 작품은 경기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금호미술관, 서울대학교미술관, 서울대학교조형연구소, 송은문화재단, OCI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장입규 (Ipkyu Jang), 'cable' 잉크젯 프린트_120x90cm_2019. ©Ipkyu Jang

장입규(b. 1984) – 인천아트플랫폼

장입규 작가는 인천아트플랫폼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근대 개항기 건축물을 개조하여 2009년에 개관되었다.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전시, 공연,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러 장르에서 활동하는 신진 작가를 발굴해 국내외 간 예술 교류를 촉진하고자 한다.

장입규 작가는 디지털 시대의 이미지가 기존 미학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탐구한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로 설치 작품을 만들어 아날로그 현실과 디지털 가상 세계의 간극을 재치 있게 표현한다. 디지털 화면 속에 존재하는 이미지들은 더 이상 현실을 재현하지 않는다. 작가는 이 사실을 기반으로 편집 기술이 적용된 듯한 이미지를 현실 공간에 재현해 놓는다.

예를 들어, ‘Delete’는 직사각형의 카펫이 전시 벽면에 걸려 있는 작품이다. 이 카펫에는 지팡이, 테니스 라켓, 마대 등 막대 모양의 물건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반씩 걸쳐져 있다. 그러나 카펫 안쪽에는 마치 편집 기술로 사물들의 이미지를 말끔하게 잘라낸 듯 물건은 없고 스프레이로 그린 형태만 들어가 있다. 이처럼 장입규 작가는 ‘잘라내기’, ‘복사하기’, ‘붙여 넣기’와 같은 디지털 기법을 직접 손으로, 매우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재현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디지털 화면과는 달리 공간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관객의 위치에 따라 잘린 단면이 보이고 이미지가 비틀려 보이기도 한다.

장입규 작가는 청주아트스튜디오, 씨알콜렉티브, 독일의 갤러리 아트룸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독일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순수미술을 전공으로 디플롬 학위와 Marcel Odenbach 교수로부터 마이스터슐러를 사사받고, 2020년까지 독일에서 주로 활동하며 다수의 단체전을 가졌다. 인천아트플랫폼 외에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레지던시 활동을 했으며,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대상(한국, 2022), 경기문화재단의 아트경기 작가(한국, 2022)에 수상된 바 있다.

안광휘(Ahn Kwang Hwee), Noise Cancelling, 2019, 단채널 영상 프로젝션, 17분

안광휘(b.1988) -금천 예술공장

안광휘 작가는 금천예술공장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의 금천예술공장은 서울 금천구의 한 인쇄 공장을 리모델링하여 2009년에 개관했다. 일반적인 미술 장르뿐만 아니라 공연, 이론, 비평, 과학, 인문학, 도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안광휘 작가는 다양한 사회 문제와 미술계에 대한 작가의 애증을 음악적 요소로 작업한다. 그는 영상, 드로잉,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간다. 특히 힙합은 작가가 유년 시절부터 즐겨 찾았던 장르로 그에게는 가장 오래되고 익숙한 대상이다. 작가는 힙합의 음악적 형식, 힙합 장르에 내제된 철학과 이데올로기, 힙합을 비롯한 대중문화로부터 생산된 이미지 등 다양한 요소를 빌려 밀레니얼 세대 예술가이자, 한국인,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음악이 그러하듯 작가 또한 자신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공감대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그리고 나아가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도록 유도하고, 작가와 공감하는 과정에서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의 영상 작업의 경우, 작가는 매우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한 내용의 가사와 함께 사회적 맥락이 들어간 상징적인 이미지를 조합하여 작업을 한다. 이미지들은 텍스트와 특수문자로만 이뤄진 이미지인 아스키 아트, 인터넷 밈, 게임 영상 등으로 이뤄져 있다.

안광휘 작가는 디스위켄드룸(서울, 2020),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서울, 2019), 서교예술실험센터(서울, 2017)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아트스페이스보안, 대안공간루프, 문화비축기지, 일민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의 SeMA벙커 등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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