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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의 전시] 강현선, 오형근, 문이삭 & 차지량 개인전

국내 사립 미술관과 비영리 전시관에서는 작가 4인의 개인전을 열어 이들의 작업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아트선재센터에서는 1999년부터 한국 사회의 단상을 보여 줬던 오형근 작가와 다중 정체성으로 요약될 수 있는 현대의 모습을 반영한 강현선 작가, 뮤지엄헤드에서는 최근 미술계에서 떠오르는 조각 장르를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하는 문이삭 작가, 그리고 d/p에서는 사회 시스템 속에 존재하는 개인의 모습을 미디어를 활용한 참여형 작업하는 차지량 작가의 작업을 선보인다.

Exhibition view of Hyunseon Kang’s solo exhibition “Post-Me” at Art Sonje Center, Seoul. (December 8, 2022 – January 29, 2023). Photo by Aproject Company.

강현선 작가는 뉴미디어 설치와 비디오 작업을 통해 건축적 공간과 심리적 공간을 만든다. 2층 전시실의 총 6점의 작품 속에는 작가 본인 그리고 누군가를 대신할 아바타 캐릭터 ‘루시’가 등장한다. 두 인물들은 특정 시공간 속 자아를 탐구하기 위해 등장한다. 따라서 작가의 모습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따라 변화하는 자아상을 볼 수 있게끔 해 주는 매개체이므로 오히려 익명적 존재로서 등장하며, 루시 또한 아바타로서 자아의 정체성, 주체성, 의식을 질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오늘날 우리는 여러 시공간 속에서 스스로 여러 자아를 상정하며 여러 개의 자아를 갖는다. 강현선 작가는 이러한 다중 자아상과 다중 정체성에 대해서 오랫동안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개인의 정체성을 넘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제도와 그 제도를 규정하는 기준을 질문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작품을 창작하고 전시를 꾸리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여 협업해 동시대 예술 생산의 방향성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두 명의 큐레이터를 초대하여 작업하고, 인공 지능이 제안한 전시 제목을 차용할 뿐만 아니라 인공 지능이 만든 이미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무엇이 예술을 예술로 만드는지, 나/우리/예술을 초월하는 그 대상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지 질문한다. 이에 따라 전시 제목인 ‘Post-Me’는 ‘me(나)’를 초월하거나 벗어나고, ‘나’ 너머(post)의 것이라는 의미해서 정해졌다.

Exhibition view of Hyunseon Kang’s solo exhibition “Post-Me” at Art Sonje Center, Seoul. (December 8, 2022 – January 29, 2023). Photo by Aproject Company.

전시된 작품들 중에서 ‘탠저린 드림 박물관’(2022)은 대안적 박물관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 박물관을 안내하는 루시는 큐레이터 조주현의 아바타로서 활동한다. 박물관의 설립자이자 큐레이터가 된 루시는 서구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시작한 식물 분류가 아닌 제주 천연림 곶자왈의 독특한 생태계, 역사적 배경, 그리고 이 속에서 관계를 맺어온 인간의 삶을 소개한다. 이곳의 박물관은 인간의 ‘소유’가 아닌 공간으로서 세심한 관찰이 이뤄지며,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식의 박물관을 상상해 보게 한다.

또 다른 작품 ‘이성의 정원’(2022)은 VR과 2채널 영상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여기서는 가상의 정원이 제시된다. 18세기 식물 분류학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식물학자인 조지프 뱅크스(Joseph Banks)는 제임스 쿡(James Cook) 선장과 함께 신대륙 항해에서 발견한 식물들을 제도의 기준에 따라 분류하였는데, 이러한 식물들은 작가가 입력한 변환값에 따라 인공 지능이 만든 새로운 식물로 진화한다. 작품은 제도화될 때 개입하는 다양한 관념을 생각해 보게끔 한다.

강현선(b. 1978) 작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상과 실제 공간이 개인과 사회, 제도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하게 표현해 왔다. 그는 스튜디오 콘크리트(서울, 2017), 카이스트 리서치 & 아트 갤러리(서울 2014), 모터 갤러리(리스본, 2012)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일민미술관, 우양미술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등에서 개최한 단체전에 참여했다.

Exhibition view of Heinhuhn Oh’s solo exhibition “Left Face” at Art Sonje Center, Seoul. (December 8, 2022 – January 29, 2023). Photo by Aproject Company.

사진으로 작업하는 오형근 작가의 “왼쪽 얼굴”전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작업하고 있는 ‘불안초상(Portraying Anxiety)’ 연작을 공개한다.

한국은 집단을 이루어 행동하려는 문화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각자만의 개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아줌마, 여고생, 군인 등 특정 집단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들이 있다. 오형근 작가는 그러한 한국 사회의 특정 집단의 초상화를 사진으로 담아 집단으로서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적인 정서적 불안감을 표현한다. ‘불안초상’은 작가가 느끼는 동시대 한국인들의 불안을 표현한 연작이다.

해당 연작의 일부를 가져온 “왼쪽 얼굴”전은 이태원에 위치했던 작가의 작업실 주변에서 만난 인물들을 촬영한 작품들이다. 작가는 특정하지 않은 젊은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표정과 몸짓을 포착한다. 작가는 그동안에는 뚜렷한 특성을 지닌 인물들을 묶어 촬영했다면, 이번 연작에서는 ‘젊은이’들의 초상을 찍었다는 점 외에는 집단의 경계가 모호하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사회가 규정한 키워드로는 묶을 수 없는 인물군을 아우르고자 했다. 이는 특정 유형의 집단이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불안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Exhibition view of "Art Sonje File: Heinhuhn Oh” at Art Sonje Center, Seoul. (December 8, 2022 – January 29, 2023). Photo by Aproject Company.

아트선재센터는 컬렉션과 이전에 진행했던 프로그램 등으로 아트선재센터의 과거와 현재를 다시 살펴보기 위해 프로젝트 스페이스 “아트선재파일”을 마련했다. 이번 오형근 작가의 “왼쪽 얼굴”전은 “아트선재 파일: 오형근”과 함께 진행된다.

“아트선재 파일”에는 1999년에 개최되었던 오형근의 “아줌마” 전시를 다시 가져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어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 오형근 작가의 “아줌마” 연작은 처음 발표되었을 당시 한국에서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다. 해당 연작은 남편과 자식의 뒤에서만 존재하던 한국 중년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와 이들이 느끼는 고립감을 드러내어 큰 주목을 받았다.

오형근(b. 1963) 작가는 한국 사회의 발전 과정 속에서 형성된 한국인의 특성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포착한다. 1999년 아트선재센터에서는 “아줌마” 연작, 2003년 일민미술관에서는 “소녀연기”, 2008년 국제 갤러리에서는 “소녀들의 화장법”등을 통해 여성을 탐구했고, 영화 촬영 현장의 시민 연기자들과 군중을 기록한 ‘광주 이야기‘를 통해서는 규율과 폭력을 살펴보았다.

Poster image of Isaac Moon’s solo exhibition “Rock & Roll” at Museumhead, Seoul. (November 24, 2022 – January 28, 2023). Designed by Yoon Hyunhak. ⓒ Museumhead and the artist.

문이삭 작가는 조각의 역사와 방법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서울의 산과 바위를 직접 관찰하는 것을 통해서 흙이라는 물질을 중심으로 조각의 존재를 고민했다. 작가는 북악산, 북한산, 인왕산 등 서울에 있는 산에 직접 올라가 바위를 살펴보며 그곳에 있는 흙을 채집했다.

전시 제목인 “Rock&Roll”은 음악적 맥락이 아닌 단어의 직역 그대로 ‘돌과 구르다’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전시에는 작가가 미리 만들어 놓은 조형토 판 위에 채집한 흙을 덧입힌 작업이 있다. 이 판들은 바위의 형상을 그대로 재현했기보다는 추상적 형태로 만들어졌다. 작가는 서예나 한국화를 그리듯 즉흥적이면서도 최소한의 붓질로 먹산을 그려 냈어 그 형태를 따다가 조형토 판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판들은 블록을 끼우듯 여러 방향으로 서로 교차시키면서 일부는 깨지거나 정면이 비틀어지면서 삼차원의 입체가 만들어진다.

Exhibition view of Isaac Moon’s solo exhibition “Rock & Roll” at Museumhead, Seoul. (November 24, 2022 – January 28, 2023). ⓒ Museumhead and the artist.

흙으로 덮인 조각들의 거친 표면은 작가가 관찰한 산과 바위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이를 직접 찾아가 흙을 채집한 경험을 한 증거물이기도 하다. 작가는 산과 바위의 육중한 물질성을 가진 대상이나 어떤 다이내믹한 운동감을 담아낸 신체적 경험으로써 조각을 표현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질료를 시각적으로 드러내어 관람객들로 하여금 표면이 갖는 시각적 특성을 통해 어떤 변화와 운동성을 인지하게끔 작업했다.

작가의 작품들은 입체주의, 추상표현주의, 한국 전통 미술, 현대 도예를 넘나들며, 등반이라는 노동성을 동반하면서도 바위라는 축적된 시간과 공간을 표현하기도 한다. 작가의 작업의 핵심은 이전 작업과의 관계를 확장하면서 조각의 역사와 방법론을 실험하는 것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조각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이삭(b. 1986) 작가는 금호미술관(서울, 2021)과 팩토리2(서울, 2019)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북서울시립미술관의 “조각충동”전에도 참여한 바 있다. 다른 단체전으로는 플랫폼 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서울, 2019), 인사미술공간(서울, 2018), 두산갤러리(서울, 2017)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 입주작가로도 활동했다.

Exhibition view of Cha Ji Ryang’s solo exhibition “dream pop” at d/p, Seoul. (December 1, 2022 – December 31, 2022). Photo by Aproject Company.

차지량 작가는 사회 시스템 속에 존재하는 개인의 모습을 미디어를 활용한 작업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 제목으로 쓰인 “드림 팝”이란 말은 꿈에서 막 깬 그 순간을 떠오르게 하며, 몸의 긴장을 풀고 어딘가에 몰입하는 현상(shoegaze)도 떠오른다. 그의 개인전은 환상과 현실, 그 사이, 또는 그 모두를 표현한 사운드이자 이미지를 드러낸 전시이다.

전시장은 버티컬 블라인드를 활용해 두 개의 공간으로 연출되어 있다. 살짝 열린 블라인드 사이로 두 공간 사이의 빛이 가려진 듯 열려 있다.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나’를 잊는 경험, 여러 주체들의 시점과 기억이 중첩되고 공유되는 상태를 시도한다.

Exhibition view of Cha Ji Ryang’s solo exhibition “dream pop” at d/p, Seoul. (December 1, 2022 – December 31, 2022). Photo by Aproject Company.

여러 작품들 중 영상 설치 작업 ‘surfing(서핑)’은 눈과 귀로 보고 들리는 파장을 공간적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작가는 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예술가(협연자)에게 ‘surfing’이라는 영상과 음악을 보내고, 거기에서 파생된 이미지와 오브제 그리고 글을 전시장이라는 해변에 가져다 놓았다. 또 다른 영상 작업인 ‘선생님은 이곳에 없습니다’는 작가의 작업 활동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어느 선생님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 내듯 독백으로 풀어냄으로써 예술계의 시스템을 환기한다.

차지량(b. 1983) 작가는 시민청 소리갤러리(서울, 2021), 아카이브 봄(서울, 2018), 스페이스 캔(서울, 2019)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부산현대미술관(부산, 2022), 국립현대미술관(2021), 서울시립미술관(2019), 상업화랑(서울 2019) 등 다수의 미술 기관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독일의 ZK/U, 남산예술센터, 경기창작센터, 페스티벌 봄 등 다양한 곳에서 퍼포먼스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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