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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소리, 빛, 온도로 평범한 일상에 변화를 더하는 구정아 작가의 작품 세계

구정아 작가의 작품은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상에 눈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 변화를 더한다.

Koo Jeong A, Seven Stars, 2020, 150 x 200 x 4.5 cm,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2024년 4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열리는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 구정아 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녹취와 사진·동영상 촬영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작가의 개인적 성향만큼이나 이번 전시는 조용하며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예정이다. 하지만 그만큼 독특하게 구성된다. 2024년 한국관 전시장은 국내의 다양한 도시들을 갖가지 향기로 표현한 ‘오도라마 시티즈(Odorama Cities)’라는 작품으로 가득 채워진다.

구정아 작가는 소리, 향기, 빛, 온도 등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요소를 활용해 문학, 회화, 드로잉, 조각, 설치, 애니메이션, 건축 프로젝트, 인공 지능까지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개념적인 작업을 한다. 그의 작품은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상에 눈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 변화를 더한다.

Installation view of Koo Jeong A, Dr.Vogt(2010) in ajeongkoo at Art Sonje Center, 2017. Photo by Sang Tae Kim.

작가의 작품은 일반적인 예술 작품의 규범을 벗어나 있어 바로 알아차리기 어렵고 즉각적인 이해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그 무엇보다도 작품과 관람자의 신체적 및 심리적 상호 작용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의 작품은 흩어지기 쉬운 일상에 개입하여 익숙한 장소의 사적인 측면을 일깨운다. 그는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고목나무가 웅웅대는 소리를 전시한 사운드 아트를 선보였으며, 2010년에는 미국 뉴욕 댄 플라빈 아트 인스티튜트에 ‘닥터 포크트(Dr. Vogt)’라는 작업을 걸었다. 여러 크로키 작업들이 내걸린 전시장은 형광 분홍색 빛으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빛으로 인해 크로키 작업들은 사진을 찍으면 마치 붉은 종이에 그려진 작품처럼 나왔다.

이처럼 그는 비가시적이지만 가시적인 것, 가상이면서 현실인 것, 있지만 없는 것 등 서로 상반되는 존재들을 양립시키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작업을 한다. 그의 작품은 이미 존재하는 평범한 대상을 그대로 보여 주되 최소한의 변화를 가해 새로운 것을 강조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요소들의 공존을 드러낸다. 이러한 작업은 인간의 인지 능력, 도교와 기 철학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오랜 기간에 걸쳐 고민해 온 생각을 담고 있다.

Koo Jeong A, Gossura, Tacit Truth, 2020, 18 x 6 x 10.5(h) cm, each,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구정아 작가가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8년 미니애폴리스의 워커아트센터에서 열린 “미완의 역사(Unfinished History)”전부터이다. 작가는 전시 설치 기간 동안 갤러리 한구석에 쉼터를 만들어 몸을 숨긴 작업 ‘험프티 덤프티’를 선보였다.

하지만 작가의 작업 세계를 국제 미술계에 본격적으로 알린 2012년 프랑스 바시비에르 섬에서 야광 스케이트 파크를 선보인 ‘OTRO’였다.

바시비에르 섬은 대부분 그린벨트 지역으로 밤이 되면 매우 어둡고 사람의 왕래가 없는 낙후지역이었다. 지역 정부는 섬에 활기를 불어넣고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구정아 작가와 함께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작가는 5년이라는 장기간의 준비 끝에 바시비에르 섬 아트센터에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스케이트 파크를 조성했다. 이는 평범한 스케이트장이 아니라 낮 동안 햇볕과 조명 아래에서 흡수한 빛 에너지를 어둠 속에서 발산하는 인광의 특성을 활용한 공간이었다.

Installation view: Koo Jeong A, resonance (2020), PKM Gallery.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gallery.

‘OTRO’는 공원 공간의 시각적 경험을 강조했던 작업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어둠 속 밝기를 실험하며, 빛이 어떻게 시공간으로 번져 나가는지 실험한 작업이다. 또한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물리적 상호 작용의 가치를 탐구하며, 직접 만지고 활용할 수 있는 작품을 통해 지역민들과 소통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작품이었다. 나아가 미술관 견학이 필수였던 지역 학생들에게 미술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 주고 어린 시절 스케이트를 타던 지역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일깨우는 작업이기도 했다.

미술계의 주목을 받은 해당 프로젝트는 이후후 연작으로 발전하여 2015 리버풀 비엔날레, 2016년 브라질의 산파울로 비엔날레, 2019 밀라노 트리엔날레 등 국제 무대에서 계속 소개되었다.

인광 페인트는 작가의 회화 시리즈 ‘세븐 스타즈(Seven Stars)’로도 연결된다. 국내 PKM 갤러리에서도 전시된 바 있는 이 작품의 감상을 돕기 위해 갤러리는 본관 전시장 불을 12분간 밝혔다가 3분간 꺼지도록 조정했다. 관람객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세븐 스타즈’ 연작을 제대로 보려면 적어도 15분간 전시장에 머물러야 한다. 해당 작품을 통해 작가는 어둠 속에서만 볼 수 있는 별들이 눈에 보이는 대상인지 아닌지를 질문한다.

2020년에는 ‘구정아 작가의 증강현실 얼음 조각’을 선보여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조각 작품을 선보였다. 구정아 작가는 앱을 내려 받아 휴대폰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만 공중 부양한 얼음 덩어리를 관찰할 수 있는 증강현실 작품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그는 운반비도 설치비도 들지 않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경계를 오가는 작업을 펼쳤다.

Koo Jeong A. Seven Stars, 2020, Phosphorescent pigment, acrylic painting on canvas, 243(121.5x2) x 152.5 x 3.5 cm.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구정아 작가는 1991년 프랑스 에콜 데 보자르로 유학을 떠난 뒤 줄곧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하며 해외에서 활발하게 소개되어 왔다. 그는 한국 작가로는 백남준 이후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는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 디아 재단 및 디아 비콘 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으며, 이외에도 베니스 비엔날레, 리버풀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와 뉴욕 유대인 박물관,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유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02년에는 휴고보스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2005년에는 에르메스 미술상 수상자로, 2016년에는 주영한국문화원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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