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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동시대 미술을 읽는 새로운 방법: 피비갤러리와 두남재아트센터 전시

한국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아우르는 전시 두 개가 국내 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있다. 피비갤러리에서는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사이에 출생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몸짓이라는 주제로 묶어 새로운 관점에서 작품 세계를 바라보고, 두남재아트센터에서는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중반 사이에 출생한 작가들의 활동 배경을 살펴보며 작품 세계를 제시한다. 

Main poster view of "The Gesture of Image," Pibi Gallery, Seoul. © Pibi Gallery.

피비갤러리에서는 8월 25일부터 10일 15까지 “몸짓하는 표면들”전을 개최해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현주소를 몸짓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본다. 전시에는 강동주(b. 1988), 로와정(정현석, 노윤희, b. 1981), 윤지영(b. 1984), 이혜인(b. 1981), 전명은(b. 1977) 총 다섯 작가들의 회화, 조각, 스케치 등 다양한 작업이 선보이고 있다. 

“몸짓하는 표면들”전은 오늘날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작업 안에 깃든 수행적 태도와 거기에 대한 미학적 가치를 살펴보는 전시이다. 특히 창작 과정에서 작가의 몸짓이 작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서 나아가 전시장에서 관객이 작품과 맺는 관계까지 살펴본다. 

전시에서는 작가의 신체, 그리고 그 신체의 행위와 궤적을 따라 이미지를 읽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시는 작품의 표면에서 벗어나 새롭고 다양한 관점에서 작품의 이미지를 바라볼 수 있도록 관객을 초대하여 또 다른 몸짓으로 확장되길 기대한다.  

Partial exhibition view of "The Gesture of Image," Pibi Gallery, Seoul. © Pibi Gallery.

이혜인 작가는 눈앞의 경치를 화면 위에 재현하는 작업을 한다. 스튜디오 공간에서 벗어나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 자신의 신체를 노출하여 거기서 겪는 모든 충돌과 화합의 과정을 캔버스로 옮겨 내는 작업이다. 이혜인 작가가 그리는 풍경은 작가의 신체에 대한 방증이다. 캔버스에는 몸으로 체험한 공간을 담고, 작가는 그 기억을 내포해 관객들에게 그 시공을 제시한다.

2인이 한 팀을 이루고 있는 로와정은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듀오이다. 이들은 특정 매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주변의 환경과의 관계성에 집중하는 작업을 한다. 로와정이 선택한 매체는 전시장 안에서 그 주변 환경을 작품으로 아우른다. 이번 전시에서는 캔버스를 탁구대로 활용해 두 작가가 물감이 묻은 탁구공을 주고받는다. 이를 통해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시각화했다.

Exhibition view of "The Gesture of Image," Pibi Gallery, Seoul. Photo by Aproject Company.

강동주 작가는 주로 종이와 연필, 두 가지 재료만을 사용하여 주변 환경을 화면에 담아 낸다. 독특한 점은, 작가가 이곳저곳을 다니며 경험한 시간과 공간의 ‘관계’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신체적인 경험을 내면화하여 이를 반복적 행위를 통해 작품으로 표출하고 과거의 시간과 장소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 준다. 따라서 그가 담아낸 풍경은 추상적인 동시에 시적이기도 하다.

윤지영 작가는 어떤 상황을 마주할 때 이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태도를 조각으로 표현한다. 특히 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분명하게 존재하는 다양한 믿음 체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이것이 신체적으로 드러나는 과정을 보여 준다. 작가는 어떤 현상의 이면을 강조하기 위해 작품의 부피를 변형하거나, 영상과 조각 작품을 함께 놓아 실제와 믿음의 차이를 보여 주는 방식으로 내면을 시각화한다.

사진 작업을 주로 하는 전명은 작가는 한 피사체를 붙잡아 주변 상황과 환경을 담아 낸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 이뤄지기까지의 상황을 공감각적으로 포착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갖가지 음향을 만드는 폴리아티스트나 아마추어 천문가처럼 시각을 넘어선 감각에 도달하고자 사용하는 도구를 촬영한 초기 사진 연작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도구를 활용하는 신체와 도구를 통한 감각의 확장을 보여 주며, 주체와 도구의 관계를 보여 준다.

Main poster image of "The Miracle and the Sleeper," Doonamjae Art Center, Seoul. © Doonamjae Art Center.

두남재아트센터에서 개최하는 “기적과 잠꾸러기”전은 9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중반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50세 전후 국내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권오상(b.1974), 김기라(b. 1974), 유승호(b. 1974), 이동욱(b. 1976), 이정배(b. 1974), 이진주(b. 1980), 정재호(b. 1971), 최수앙(b. 1975), 홍경택(b. 1968) 등 9 명의 작가의 작품을 통해 지난 대한민국 역사, 정치, 사회 그리고 문화의 흐름을 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전시 제목은 프로그레시브 메탈 그룹 드림 시어터의 앨범 “이미지스 앤드 워즈”(1992)에 수록된 대표곡 ‘Metropolis Pt. 1: The Miracle and the Sleeper’에서 따왔다. 20세기 말 발매된 이 명곡은 꿈에서 자신의 전생을 보는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참여 작가들은 가파르게 성장하며 생산성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그에 반하는 비생산적인 작업을 택함으로써 기성 세대와 다른 삶의 방식을 영위한다. 꿈을 꾸고 있는 잠꾸러기로 비치기도 하는 이 세대의 작가들은 자유를 즐기는 유목민인 보헤미안이자 도시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저항적 존재이기도 했다. 

이들은 모더니즘 세대를 경험하면서도 다른 차원의 세상을 꿈꾸었으며, 실재와 환영이 동시에 존재하는 기적을 추구했다. 회화와 조각,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이 전시는 한국의 문화, 전통, 사회, 역사에 대해 저항적이면서도 개방적이고 직설적인 작가들의 태도를 아우른다.

Partial exhibition view of "The Miricle and the Sleepter" at Doonamjae Art Center, Seoul. Photo by Aproject Company.

조각과 부조 작품을 선보이는 권오상 작가는 오늘날 과잉 생산되는 이미지와 그로 인해 발전된 소비 사회의 모습을 사진을 활용한 조각 작품을 창작한다.

영상과 스케치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작업하는 김기라 작가는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여러 분야의 커뮤니티와 협업하는 작업을 선보임으로써 오늘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사유하는 장을 펼친다.

유승호 작가는 글씨로 전통 산수화와 같은 이미지를 그려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를 전복시키는 작업을 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문자와 이미지, 전통과 현대, 의미와 형상, 추상과 구상의 역할과 관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동욱 작가는 매우 작은 크기로 사람을 조각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으로 사회 비판적 작업을 하는 작가는 수집과 관찰이라는 취미를 활용해 유약한 존재로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염려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Partial exhibition view of "The Miricle and the Sleepter" at Doonamjae Art Center, Seoul. Photo by Aproject Company.

이정배 작가는 욕망과 자본에 의해 좌우되는 동시대의 풍경을 표현한다. 동양화에 영향을 받았으나 작가는 현대 사회로 인해 분절된 자연의 모습을 인공 재료를 활용해 기하학적으로 표현한다. 

동양화를 전공한 이진주 작가는 기억, 꿈, 의식과 현실의 경계에 존재하는 이미지들을 회화 작품으로 기록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이질적인 심상을 일으키지만 동시에 사회와 개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정재호 작가는 동시대 환경을 동양화의 형태로 기록한다. 그는 현대적 이미지를 파편화하여 재배치해 새로운 서사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무분별한 산업화화 도시화를 비판하는 회화 작업을 해 왔다. 

최수항 작가는 어딘가에 있을 법한 사람의 모습을 조각한다. 하지만 그의 조각에 나오는 사람은 일부 일그러졌거나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과대망상과 같은 병리적인 심리를 지닌 오늘날 우리 삶의 모습을 조각으로 표현한 것이다. 

홍경택 작가는 책, 연필, 골프채 등과 같은 물건의 색과 형태를 통해 현대 사회에 내재된 욕망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회화 작품을 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채색의 여백 속에 있는 손을 그려 절대자와 인간의 욕망을 함께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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