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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비영리 기관에서 조명하고 있는 4050 한국 작가들

Main image of Ham Jin’s solo exhibition, "Mom" at Perigee Gallery, Seoul. Image provided by Perigee Gallery. © Ham Jin.

국내 주요 비영리 전시 공간에서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 한국 작가들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들은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 한국 미술 시장이 본격적으로 규모를 키우고, 대안공간과 같이 제도화된 예술계에서 벗어난 플랫폼에서 예술적 실험을 수행하며 국제 미술계로 뻗어 나가던 시기를 거친 작가들이다. 당시 급변하는 미술 환경 속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각자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지금까지 예술적 실험을 전개해 오고 있다.

페리지 갤러리에서는 함진 작가, 씨알콜렉티브에서는 정소영 작가, 그리고 캔파운데이션에서는 김성수 작가의 개인전이 진행되고 있다.

Ham Jin, 'No Name 08,' 2022, Polymer clay, aluminium wire, varnish, 6.7 x 4 x 3.5 cm. Photo by Aproject Company.

페리지 갤러리에서는 2022년 9월 23일부터 11월 12일까지 함진(b. 1978) 작가의 개인전 “엄마”를 개최한다.

기술과 도구의 발전으로 작품의 크기도 점점 커지고 있는 오늘날, 함진 작가는 오히려 손끝을 이용해 초소형 조각을 한다. 30cm 크기의 조각 작품도 그에게는 대형 작품에 해당한다.

함진 작가의 작품은 대체로 10cm 안쪽의 크기를 가졌다. 전시장에는 관람객들의 관람을 위해 돋보기도 구비되어 있을 만큼 그 크기가 작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각기 디테일이 살아 있어 계속 들여다보게끔 하는 매력을 지녔다. 

과거 함진 작가는 합성 점토 그리고 먼지나 벌레 사체와 같은 비미술적 재료를 이용해 작은 크기의 인간, 동물, 미확인 생명체를 만들어 현대인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한 작품을 만들었다. 이후 검은 점토만을 사용해 좀 더 추상적인 형태의 조형성을 강조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함진 작가는 육안으로 보기 힘든 마이크로한 크기의 괴생명체들을 선보인다. 온갖 색의 폴리머 클레이로 제작된 조각상들은 동물계와 식물계, 비생물계가 뒤엉킨 모습을 하고 있다. 각 작품은 긴 받침대에 개별적으로 서 있어서 서로 연결된 서사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작품별로 각자만의 세계가 구축되어 있다.

‘엄마’나 ‘나’라는 작품 같이 조각들은 현실에 기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또한 비현실적인 신화의 등장인물 같기도 하다. 함진 작가의 조각 작품들은 초소형의 크기를 갖지만 무한한 상상을 담고 있고, 기괴하면서도 아름답고, 추상적이면서도 구체적이며, 무질서하면서도 정밀하다. 손끝으로 만든 함진 작가의 작품은 그의 세계를 비추는 거울인 동시에 자신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Exhibition view of Ham Jin’s solo exhibition, "Mom" at Perigee Gallery, Seoul. Photo by Aproject Company.

함진 작가는 1999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에서 주최한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부산비엔날레, 2001년에는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했으며, 200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한국관 참여 작가로 선정되었다. 그는 PKM 갤러리, 일본 아오모리 현대미술센터, 런던의 하다 컨템포러리, 두산갤러리, 챕터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파리의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후쿠오카 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 파리의 에스파스 루이비통, 갤러리바톤, 서울대학교 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등에서 단체전을 가졌다.

Poster image of Soyoung Chung’s solo exhibition, "on my way, baby" at CR Collective, Seoul. © CR Collective.

씨알콜렉티브는 2022년 10월 14일부터 11월 26일까지 파리 출생의 정소영(b. 1979) 작가의 개인전 “on my way, baby(가는 길이야, 내 사랑)”을 개최한다.

정소영 작가는 장소 특정적 설치, 조각, 영상, 참여형 작품 등을 통해 공간 내에서 발생하는 관계와 질서를 작품으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사물의 원래 모습과 기능 그리고 서사를 유추해야 하기도 한다. 특히 그는 일상의 사물을 활용해 우주학, 지질학, 해양과학적 접근 방법으로 어떤 이슈나 역사와의 관계를 조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자주 해 왔다.

‘텍토닉 메모리 챕터 5, 단어’라는 작품을 예로 들 수가 있다. 이 작품은 블라디보스톡 해변에 있는 유리 조약돌을 주워책 사이에 끼워 넣은 형태를 갖고 있다. 원래는 날카롭게 깨졌을 유리 폐기물들은 해변 물살에 서서히 마모되어 다시 자연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거쳤다. 작가는 유리 폐기물들이 마모되는 과정 속에 기억의 흔적이 남았다고 생각해 조약돌을 텍스트처럼 표현하고자 했다.

Soyoung Chung, 'Tectonic Memory Chapter V, Words,' 2020, paper, sea glass from Vlabivostok, shelves, Various dimension. Image provided by Seoul Art Space Geumcheon.

씨알콜렉티브의 개인전에서 작가는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이 담긴 공간까지 모두 아우르며 볼 것을 권유한다. 작가는 공간 자체를 조각으로 끌어왔다. 작품들은 사랑하는 모든 대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어떠한 연속적인 행위를 “솔직한 일기”의 형태로 “시각언어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시장에는 금속판으로 만든 원형 띠들이 겹치고, 구르고, 비틀어진 듯 제각각 다른 모습을 한 조각품이나, 배가 바다 위에 섬을 그리듯 선을 만드는 영상 작품이 있다. 전시된 작품들은 우주 어딘가에 있을 공간의 모습을 가져와 관계에 대한 새로운 차원을 만들어 낸다. 작가는 이 작품들을 통해 순환적이고 유동적인 자연의 모습을 보여 준다.

Soyoung Chung, 'The Ugliest fish,' 2022, Powder coating on aluminum, Dimension variable. Photo by Lee Euirock.

정소영 작가는 금호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다방, OCI 미술관, 인스턴트 루프, 원앤제이 갤러리 등 다수의 미술 관련 기관에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송은아트스페이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 단체전뿐만 아니라 프랑스, 터키, 베를린, 런던 등 다양한 국가에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현재 정소영 작가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단체전인 “apmap 2022 seoul – apmap review”에 참여하고 있다.

Poster image of Kim Sung Soo’s solo exhibition, Vanitas at CAN Foundation, Seoul. © CAN Foundation.

캔파운데이션에서는 2022년 10월 14일부터 11월 12일까지 김성수(b. 1969) 작가의 “바니타스: 욕망이 머문 자리”전을 개최한다.

김성수 작가의 작품을 표면적으로 보면 마치 각각 연작마다 다른 사람의 작품인 것처럼 보인. 하지만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현대 사회의 숨겨진 이면 속 우리의 모습이다.

‘메탈리카’ 연작의 철골 구조물의 실루엣은 자로 잰듯하고 반복된 패턴 때문에 추상적으로 보인다. 작품들은 표준화된 현대문명과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멜랑콜리’ 연작은 현대인의 초상이다. 공간감이 느껴지지 않은 어둡고 텅 빈 배경 속에 있는 인물들은 모두 공허한 눈빛을 하고 있다. 작가는 무한하게 이어지는 거울을 통해 현대 사회가 주는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전시 제목과 같은 ‘바니타스’는 귀족 문화를 상징했던 페르시아 카펫 문양을 그린 작품이다. 화려한 금빛을 한 문양이 흘러내린 듯한 모습은 오늘날 욕망의 덧없음을 표현하고 있다. ‘석화’ 연작에서 바랜 듯한 꽃의 금빛은 마치 세월이 흘러 화려했던 과거를 붙잡고 있는 욕망의 허탈함을 보여 주는 듯하다. 하지만 캔 파운데이션의 또 다른 전시장인 오래된 집의 ‘석화’는 금빛을 잃는 대신 지혜가 쌓인 모습을 하고 있다.

김성수 작가는 조현화랑, 갤러리 스케이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다방 등 다양한 곳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부산현대미술관, 일우스페이스, 전북도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가나아트센터 등 국내 단체전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런던, 파리, 자카르타, 베이징, 타이페이 등 다양한 해외 갤러리 전시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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