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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미술상’ 수상자 류성실 작가, B급 감성으로 현대 사회를 비판하다

Partial exhibition view of "The Burning Love Song" at Atelier Hermès, Seoul. July 29 – October 2, 2022. Photo by Aproject Company.

류성실(b. 1993) 작가는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2021년 역대 최연소 수상자가 됐다. 그의 개인전 “불타는 사랑의 노래”는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10월 2일까지 개최된다.

류성실 작가는 최근에 학교를 졸업한 작가로서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한 기간이 비교적 짧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특유의 개성으로 동시대의 단면을 날카롭게 풍자해 많은 주목을 받아 왔다. 

작가는 2018년부터 ‘어르신 짤’을 연상케 하는 B급 감성의 영상을 아프리카 TV와 유튜브에 올리면서 미술계 안팎으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현란하게 꾸며진 외모, 갖가지 이미지와 텍스트가 가득한 화면 그리고 시청자들을 호도하는 정보들은 마치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를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오늘날 1인 미디어 환경 세태와 돈을 좇는 한국 사회의 상황을 기괴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Sungsil Ryu, 'BJ Cherry Jang 2018.4,' 2018, Single-channel video, 6 min. Courtesy of the artist and ACC.
Sungsil Ryu, 'BJ Cherry Jang 2018.4,' 2018, Single-channel video, 6 min. Courtesy of the artist.

류성실 작가의 작품에는 모종의 세계관이 구축되어 있다. 작품 속 작가는 BJ 체리 장이 되어 ‘일등 시민’이 되는 방법을 시청자들에게 홍보하기도 하고, 대왕 에어(구 대왕 트래블)를 설립하기도 한다. 또한 국적 불명의 외국인 노동자이자 여행사 가이드인 나타샤로 분장하기도 하며, 체리 장과 대왕 에어를 공동 설립한 이대왕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Portrait of Dae Wang Lee in the mural at "The Burning Love Song" at Atelier Hermès, Seoul. Photo by Aproject Company.

이번 전시에서는 대왕 트래블의 대표인 이대왕이 전면에 등장한다. 체리 장의 ‘대왕 오빠’ 그리고 나타샤의 ‘사장님’인 그는 이전 작업에서는 직접적으로 등장한 적이 없었다.

작품에서 이대왕은 노인층을 대상으로 불법 효도 관광 상품을 만들어 돈을 벌고자 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관광 사업이 좌절되면서 이대왕이 상조 회사를 차렸다는 설정이다. 그 상조 회사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회전율이 높고 투자 비용이 적은 애견을 상대로 한다.

Partial exhibition view of "The Burning Love Song" at Atelier Hermès, Seoul. July 29 – October 2, 2022. Photo by Aproject Company.

전시장은 한 애견의 죽음을 애도할 수 있는 장례식장으로 꾸며졌다. 장례식장은 입장객들에게 인사하는 듯 고개를 숙인 화환들, 이대왕의 모습을 영웅화한 조악한 기념물로 장식된 화장장 그리고 그 뒷면에는 총천연색으로 이대왕의 업적과 사업을 홍보하는 벽화로 꾸려져 있다.

Partial installation view of "The Burning Love Song" at Atelier Hermès, Seoul. July 29 – October 2, 2022. Photo by Aproject Company.

화장장 한쪽에서 장례식이 영상으로 진행된다. 애견이 무지개를 타고 하늘나라로 이동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고, 한때 여행사 가이드로 일했던 나타샤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로 변신해 하늘나라로 간 애견에게 빙의하여 상주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영상 속 이대왕과 나타샤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상주의 취약한 상태를 백분 이용한다.

입구 쪽 벽면에는 장례식 순번표와 함께 이대왕의 인터뷰가 나온다. 이대왕은 마치 대의를 위해 장례 사업을 시작한 것처럼 인터뷰한다. 하지만 화장장 반대편 벽화에 떠다니는 QR코드로 연결되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 이대왕은 단지 돈이 되면 뭐든지 하는 경제 사범일 뿐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Artist Sungsil Ryu. Courtesy of the artist and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류성실 작가는 탈영역우정국에서 개인전 “대왕트래블 칭쳰투어”를 개최였으며, 송은, 부산현대미술관, 대림미술관, 아르코미술관, 캔 파운데이션, 합정지구, 아트 스페이스 보안, 플랫폼엘, 일민미술관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류성실 작가의 작품은 현재 백남준 아트센터에 소장되어 있다.

에르메스 재단은 외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한국 예술계의 발전을 도모하는 취지에서 2000년에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제정하였다. 미술상을 수상한 대표적인 작가로는 개념 미술가이자 뉴욕 브루클린에 대안 공간 ‘마이너 인저리’를 운영한 바 있는 박이소 작가, 공간과 집으로 조각 및 설치 작업을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서도호 작가,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에 참여한 정금형 작가, 파리 퐁피두 센터, 뉴욕 디아비컨 등 유수 국제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는 구정아 작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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