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TNOW

국내 동시대 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친 컬렉터들

미술 작품은 미술계를 형성하는 여러 구성원의 역할을 통해 의미와 가치를 구축해 나간다.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면 이에 대한 잠재력을 알아보고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갤러리와 작품을 다양한 컨텍스트 안에서 선보이는 큐레이터, 작가의 활동을 정리하고 이론으로 정립해 주는 학자들, 그리고 작가와 작품의 입지를 다져 주는 미술관과 같은 전시 기관 등이 그 예이다.

Installation view of the "MMCA Lee Kun-hee Collection Masterpieces of Korean Art." July 21, 2021 through April 13, 2022. Courtesy of the MMCA.

여기에 컬렉터들의 역할도 한몫한다. 이들은 작품을 구매함으로써 일차적으로 미술 시장을 활성화한다. 그러나 일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컬렉션을 구축하는 데 있어 열렬한 열정을 보이며, 때로는 미술계에서 간과되었던 작가와 작품을 재조명해 미술사에 한 획을 긋기도 한다.

일례로 1931년에 휘트니 미술관을 세운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는 당시 유럽 미술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음에도 젊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미국 작가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이며 열렬한 수집 활동을 했다. 그의 수집 활동 덕분에 휘트니 미술관은 지금의 미국 현대 및 동시대 미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Sensation," Young British Artists from the Saatchi Collection installed at the Brooklyn Museum October 2, 1999 through January 9, 2000. Courtesy of the Brooklyn Museum.

시기상 조금 더 동시대에 해당하는 사례로는 영국의 광고 재벌인 찰스 사치의 컬렉션이 있다. 런던, 베를린, 뉴욕에서 전시되었던 “센세이션”전은 그의 컬렉션 중 데미안 허스트와 트레이시 에민 등이 속한 YBA(영국의 젊은 예술가)의 작품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전시 제목대로 많은 이들에게 경악을 일으킴으로써 오히려 미술계에 많은 담론을 일으켰으며, YBA 작가들의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도 이러한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미술 작품을 수집해 우리나라 현대 및 동시대 미술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 컬렉터들이 있다.

samsung
The late Samsung Chairman Lee Kun-hee with his wife Hong Ra-hee. Photo by Shin-young Park. ©The Korea Economic Daily.

여기에 ‘이건희 컬렉션’을 빼놓을 수 없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부부가 수집해 작년 국가에 돌아간 기증품은 고미술품에서 현대 미술품까지 2만 3181점으로, 그 규모와 예술적 가치로 인해 ‘세기의 기증’으로 칭해지고 있다.

여기서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작품은 1,488점이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등 20세기 초 한국 미술사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작품뿐만 아니라 앤디 워홀, 빌렘 드 쿠닝, 마크 로스코 등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까지 포함되어 있다. 삼성 일가의 기증품은 세계적인 컬렉션에 견주어도 최고 수준의 컬렉션으로 꼽힌다. 해당 컬렉션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미술관의 소장품으로 들어감으로써 그동안 국가 예산으로는 수집하기 어려웠던 작품들을 소장하며 국제적 미술계 내에서 한국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되었다.

Kim Chang-il ⓒ HeraldPOP.
Kim Chang-il. Arario Group ⓒ HeraldPOP.

천안의 터미널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키운 주식회사 아라리오의 김창일 회장은 이제 사업가로서의 인지도보다 미술인으로서 명성이 더 높은 컬렉터이다. 그는 런던의 미술전문매체 ‘아트리뷰’에서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인인 ‘파워 100’ 명단에 수차례 들은 바 있으며, 2016년에는 미국의 미술전문매체인 ‘아트뉴스’의 ‘탑 200대 컬렉터’에서 49위에 이름을 올려 삼성 부부를 앞지르기도 했다.

작가로도 활동하는 김창일 회장은 약 4천여 점의 동시대 미술품을 수집해 3개의 갤러리와 4개의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전속 작가 제도를 확산시켜 국내 미술계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컬렉터이기도 하다. 2005년 국내에 전속 작가 제도가 자리 잡기 전 갤러리와 작가들은 서면 계약을 맺는 경우가 드물어 작품을 관리하고 작가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김창일 회장은 잠재력 있는 국내 동시대 미술 작가와 전속 계약을 맺고 이들의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국내 미술계에 제대로 된 시스템과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큰 일조했다. 특히 그는 잠재력 있는 국내 및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하고 지원하는 일에 집중해 글로벌 미술계에서 국내 동시대 작가들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Phillip Jeon & Choi Yoon-jeong
Phillip Chun & Choi Yoon-jung, Paradise Group. ©Paradise Group.

최근 가장 영향력 있는 국내 컬렉터로 관광 전문 기업 파라다이스 그룹 전필립 회장과 파라다이스 문화 재단 이사장 최윤정 부부가 떠올랐다. 이들은 아트뉴스가 지난 10월 발표한 ‘탑 200대 컬렉터’에 유일한 한국인으로서 이름을 올렸다.

약 3천500여 점에 달하는 컬렉션은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의 전시 공간뿐만 아니라 파라다이스시티 전역에 배치되어 있다. 파라다이스 그룹은 데미안 허스트와 쿠사마 야요이, 알렉산드로 멘디니 등 유명 작가들의 대표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지만, 컬렉션의 90%가 국내 작가의 작품일 만큼 대부분 국내 작가, 특히 동시대 미술 작가의 작품으로 채워 넣어 국내 동시대 미술작가들을 알리는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 또한, 파라다이스 그룹의 컬렉션은 2017년 리조트가 문을 열면서 국내 미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17년 삼성의 리움미술관이 장기 휴관에 들어가고 국내 미술 시장도 불황으로 접어들었던 시기였지만, 미술계 전문가들은 파라다이스시티가 문을 열면서 침체될 뻔했던 한국 동시대 미술 시장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Editor’s Picks

Most Views

Editor’s Picks

Most Views

Art People
Post Views: 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