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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평 작가, 한국 전통 미술과 현대 미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생각의 틀을 깨다

Kim Jipyeong, 'Blood and wine,' 2017, Cinnabar on Korean paper, 88 x 116 cm.

한국화는 격동의 한국사와 호응하며 여러 번의 변화를 거쳐 왔다. 하지만 그 전개 방식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이때부터 한국화는 본격적으로 지필묵 대신 아크릴 물감을 수용하고, 설치나 영상과 같은 장르와 혼합하기 시작했으며, 대중문화를 소재로 차용하는 등 전통성에만 묶여 있던 한국화의 영역을 매체, 기법, 소재적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한국 전통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미술계에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고 미술 시장에서도 이러한 작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열풍의 한가운데에 서 있던 작가 중 한 명이 김지평(b. 1976) 작가였다.

Kim Jihye, 'Still Life,' 2010, acrylic on canvas, 180x70cm.

2013년 이전까지 김지평 작가는 김지혜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는 책가도, 문자도, 화조도 등 한국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회화 작가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었다. 특히 그는 형형색색의 ‘책가도 작가’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는 2007년에 인사아트센터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기도 하고, 당시 500여 점이 넘는 책가도 작품을 그렸다고 하는 일화를 통해 당시 그의 인기가 어마어마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2013년에 활동명을 바꾸고 ‘책가도’에서 벗어난다. 2013년 이후에 그는 동양화의 화론이나 재료 등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을 전개하기 시작해 민담, 신화, 여행기, 고문헌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하며, 그 안에 숨겨진 비주류의 이야기와 외면되던 전통을 작업으로 끌어왔다.

Kim Jipyeong, 'Pyeonan-Do,' 2014, Ink and gold leaf on linen canvas, 130 x 160 cm.

조선 시대 한국 미술계는 유교적 세계관이 지배하는 남성 중심의 문화를 이루고 있었다. 김지평 작가는 거기에서 금기시되어 온 언어를 현대적 맥락으로 새롭게 조명한 작품을 제작한다. 즉, 여성, 성에 대한 욕망, 무속화, 불교화, 재야의 서사 등을 작품의 중요한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김지평 작가는 단순히 유교와 남성을 비주류 문화의 상대편에 있는 대립적 존재로 보지 않는다. 작가는 이러한 이항 대립적 태도를 오히려 한국 전통 미술의 고착화된 관념과 규칙으로 보고 이를 직시한다. 작가는 오히려 양쪽 모두를 동일한 동양적 가치의 연장선상에 두고 비주류라고 여겨졌던 대상, 아직 이야기되지 않은 세계를 작품을 통해 같은 선상에 끌어 올리고자 한다.

Kim Jipyeong, '2020,' 2020, Ink and color on paper, 93 x 106 cm.

김지평 작가는 비슷한 맥락에서 전통을 동시대적으로 해석하려는 지나친 태도에도 의문을 품기도 한다. 그리고 오히려 과거로 회귀하여 의도적으로 시대착오적인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시대착오’는 ‘동시대’에 대한 믿음 말고는 모두 배제하려는, 현재에 대한 의구심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장황(粧䌙)을 활용한 작품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장황은 병풍이나 족자에 들어가는 부수적인 장식품으로 각 부분의 명칭이 여성의 옷으로 비유되었다. 예를 들어 아랫부분을 치마, 윗부분은 저고리, 옆 띠는 소매라고 부르는 식이다. 작가는 본래 병풍이나 족자에 들어가는 회화를 없애고 그 안을 이 장황으로 채워 넣는다.

Installation view of 'Neungpamibo (능파미보(凌波微步)-숙선, 호연재, 옥봉, 매창, 사주당, 금원, 청창, 난설헌, 운초, 빙허각’) at "Past. Present. Future," SongEun, Seoul. Photo by Aproject Company.

족자 작품으로 작가는 레베카, 카르밀라, 오들리와 같이 고딕 소설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외모와 옷을 참조해 의인화하였고, ‘능파미보(凌波微步)-숙선, 호연재, 옥봉, 매창, 사주당, 금원, 청창, 난설헌, 운초, 빙허각’(2019)이라는 열 폭의 병풍 작업에서는 조선 시대 실존했던 열 명의 여성 문인들의 글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그의 족자와 병풍에는 그림이 부재한다. 대신 그 자리에는 각 여성 주인공들과 어울리는 갖가지 비단 조각이 채워져 있다. 여기서 작가는 회화와 장황 관계를 뒤엎으면서 고전 속에 드러나지 못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드러낸다.

Kim Jipyeong, 'Gwangbae (光背),' 2020. Gold power and color on paper, 160x240cm.

또 다른 예시로는 비주류 예술품으로 여겨졌던 장식성이 강한 불교화나 무신도 작품도 있다. 작가는 종교화에서 신성은 언제나 장식과 함께한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오히려 신은 빠지고 장식만 남은 그림을 그린다. ‘광배’(2020)나 ‘선기현알회백환조璇璣懸斡晦魄環照’(2020)와 같은 작품은 장식으로 가득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신은 그려 넣지 않았다. 그렇다고 작가는 신의 부재를 부정적 또는 긍정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이는 신이 사라져 버린 자리일 수도 있고, 아직 도착하지 못해 빈자리로 남아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처럼 김지평 작가는 주류 역사에서 배제되어 온 여성 예술가, 전통문화에서 도외시되었던 무속화나 불화, 기록으로만 남은 잊힌 작품 등 전통이라 여기던 문화에서 소외되었던 기법, 형식, 매체, 소재 등을 활용한다. 작가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하며 동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Artist Kim Jipyeong. Courtesy of the artist.

김지평 작가는 2013년 “찬란한 결”(가나 컨템포러리, 서울, 한국) 전시를 계기로 동양화의 재료나 화론 등을 새롭게 해석하는 작품을 펼쳤다. 이후 아트컴퍼니(2015, 서울, 한국), 합정지구(2017, 서울, 한국), 갤러리 밈(2019, 서울, 한국)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서울, 한국), 아트스페이스풀(서울, 한국), 펑시엔 미술관(상하이, 중국), 이응노 미술관(대전, 한국), 인디프레스갤러리(서울, 한국)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그는 제21회 송은미술대상전 참여 작가 20인에 선정된 바 있으며, 주요 작품 소장처로는 서울 시립미술관(서울,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천, 한국), 가나아트 갤러리(서울, 한국), 하나은행(서울, 한국), 아모레퍼시픽미술관(서울, 한국), 한국 도자기(청주, 한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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